구렁덩덩 신선비 — 다시 만난 사람과 어떻게 살아갈까

오래된 이야기 속에서 다시 만나는 인간의 삶 85

by호시우행

어느 집에서 구렁이의 모습을 한 아들이 태어났다. 이웃집 셋째 딸은 다른 사람들이 꺼리는 그를 신랑으로 받아들였고, 혼인한 뒤 신랑은 허물을 벗어 사람의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나 신랑이 아내에게 맡긴 허물이 불타면서 두 사람은 헤어지게 되었다. 아내는 남편을 찾아 길을 떠났고, 여러 사람의 도움을 받으며 낯선 곳을 지나 마침내 신랑이 머무는 곳에 도착했다. 그곳에는 이미 다른 여인이 있었다. 아내는 여러 시험을 거쳐 남편과 다시 만나게 된다. 구렁덩덩 신선비는 전승에 따라 사건의 순서와 결말이 다르지만, 헤어진 부부가 다시 만나는 이야기가 널리 전해진다.


남편을 찾아온 아내가 그곳에서 계속 살기로 했다면, 먼저 자신의 짐을 어디에 풀어야 했을까. 신선비가 머물던 집에는 그가 사용하던 물건이 있었을 것이고, 함께 살던 여인의 살림도 남아 있었을 수 있다. 아내가 먼 길을 걸어 도착한 곳은 자신을 기다리며 비워 둔 집이 아니었다. 남편을 찾는 동안에는 그가 어디에 있는지만 알면 되었지만, 다시 만난 뒤에는 두 사람이 어디에서 살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설화가 끝난 자리에는 뜻밖에도 집 한 채의 문제가 남는다.


두 사람이 신선비의 집에서 살기로 했다고 생각해 보자. 아내에게는 처음 들어온 집이므로 물을 긷는 곳부터 곡식을 보관하는 자리까지 낯설다. 신선비에게는 이미 익숙해진 생활이 있다. 아내가 아침에 일어나 밥을 지으려 해도 쌀이 어디에 있는지 모를 수 있고, 신선비가 평소 하던 일을 아내가 대신하려다가 서로의 손길이 겹칠 수도 있다. 남편을 찾아 먼 길을 헤맸던 사람이 정작 남편과 살게 된 집에서는 가장 가까운 우물로 가는 길조차 새로 배워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 집에서 먼저 살던 여인의 문제는 우물의 위치를 알려주는 일처럼 간단하지 않다. 신선비가 다른 여인과 혼인한 것으로 전하는 판본이라면, 처음 아내와의 재회는 이미 그곳에서 이루어진 혼인 관계에도 변화를 가져온다. 설화는 두 여인이 겨루는 과정을 이야기하지만, 승부가 끝난 뒤 다른 여인이 자신의 살림을 어떻게 정리했는지까지 충분히 전하지는 않는다. 그가 떠나야 했다면 당장 머물 곳이 있었을까. 가지고 온 물건을 챙기고 함께 사용하던 물건을 나누는 일은 어떻게 이루어졌을까. 누군가 남편을 되찾았다는 결말 뒤에는 다른 누군가가 살던 자리를 정리해야 하는 사정도 놓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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