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이야기 속에서 다시 만나는 인간의 삶 83
아주 오래전, 하늘과 땅이 나뉘기 전에는 온 세상이 혼돈 속에 있었다고 한다. 반고는 그 혼돈 속에서 태어났다. 그는 도끼를 휘둘러 하늘과 땅을 갈랐다. 가벼운 기운은 위로 올라가 하늘이 되었고, 무거운 기운은 아래로 내려가 땅이 되었다. 하늘과 땅이 다시 붙지 않도록 반고는 그 사이에서 자라며 오랜 세월 버텼다. 마침내 반고가 죽자 그의 몸은 세계의 일부가 되었다. 숨결은 바람과 구름이 되고, 목소리는 천둥이 되었으며, 두 눈은 해와 달이 되었다. 피는 강과 바다로, 뼈는 산과 바위로 변했다. 반고의 죽음 뒤에 세상이 모습을 갖추었다.
반고의 몸에서 강이 생겨났다고 상상해 보자. 산에서 시작된 물줄기는 골짜기를 따라 흘러내리고, 작은 물줄기들이 모여 강을 이룬다. 강은 굽이굽이 땅을 가로질러 마침내 바다에 닿는다. 물살이 센 곳에서는 바위가 깎이고, 흐름이 느려지는 곳에서는 모래와 흙이 쌓인다. 비가 많이 내리면 강물이 불어나 물가를 넘고, 가뭄이 들면 물줄기가 가늘어진다. 강은 이미 만들어진 땅 위를 지나면서 그 땅의 모양까지 바꾸어 놓는다.
강이 바다에 닿았다고 해서 물의 움직임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햇볕을 받은 바닷물은 수증기가 되어 하늘로 올라가고, 구름이 된 수분은 바람을 따라 이동한다. 비가 되어 산에 내린 물은 다시 골짜기로 흘러든다. 강이 바다로 보낸 물은 다른 길을 거쳐 산으로 돌아온다. 처음 강이 생겨났다고 상상한 자리에는 이제 물길이 바뀌고 흙이 쌓이며 새로운 풍경이 만들어진다. 세상이 모습을 갖추었다는 것과 그 모습이 영원히 그대로 유지된다는 것은 다른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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