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니엘의 세 친구 - 불이 꺼진 뒤에도 남는 명령

오래된 이야기 속에서 다시 만나는 인간의 삶 77

by호시우행

바빌로니아의 왕 느부갓네살은 금으로 만든 신상을 세우고 모든 사람에게 그 앞에 엎드리라고 명령했다. 악기 소리가 들리면 누구든 신상 앞에 절해야 했고, 명령을 따르지 않는 사람은 불타는 풀무불에 던져질 것이었다. 왕의 명령은 분명했고 처벌도 정해져 있었다. 사람들은 신상 앞에 모였고, 악기 소리가 울리자 몸을 굽혔다. 그러나 사드락과 메삭과 아벳느고는 절하지 않았다.


세 사람은 왕 앞에 불려 나왔다. 왕은 다시 기회를 주었다. 악기 소리가 들릴 때 신상 앞에 절하면 살 수 있었고, 거부하면 풀무불에 던져질 것이었다. 왕은 자신이 내린 명령을 따르지 않는 사람들에게 마지막으로 선택할 기회를 준 셈이었다. 그러나 세 사람은 왕의 명령에 따르지 않겠다고 대답했다. 하나님이 자신들을 구해 주실 수 있으며, 그렇게 하지 않으시더라도 왕의 신들을 섬기거나 세운 신상에 절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왕은 분노했고 풀무불을 평소보다 훨씬 뜨겁게 하라고 명령했다. 세 사람은 묶인 채 불 속으로 던져졌다. 그런데 왕이 바라본 풀무불 안에는 결박에서 풀린 세 사람이 있었고, 그들과 함께 있는 또 다른 존재가 보였다. 왕은 세 사람을 불러 밖으로 나오게 했다. 사람들은 그들의 몸에 불이 닿지 않았고 머리카락이나 옷도 상하지 않았으며 불탄 냄새조차 나지 않는 것을 확인했다. 왕은 세 사람의 하나님을 찬양하고, 그들의 하나님을 모욕하는 말을 하지 못하도록 명령했다. 이야기는 왕이 세 사람을 높이고 그들이 왕국에서 다시 자리를 얻는 장면으로 이어진다.


풀무불이 꺼진 뒤에도 왕의 명령은 남아 있었다. 처음에는 금 신상 앞에 절하라는 명령이었고, 나중에는 세 사람의 하나님을 모욕하지 말라는 명령이었다. 두 명령은 서로 반대되는 것처럼 보인다. 하나는 특정한 신상 앞에 절하도록 강요했고, 다른 하나는 그 신을 모욕하지 못하게 했다. 하지만 두 명령 모두 왕의 입에서 나왔다. 왕은 사람들에게 무엇을 해야 하는지뿐 아니라 무엇을 말해서는 안 되는지도 정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세 친구가 불 속에서 살아 나왔다는 장면은 강렬하다. 그러나 불 속에서 일어난 일을 본 왕이 태도를 바꾸었다고 해서, 명령을 내리는 권력과 명령을 받는 사람의 관계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왕은 여전히 명령을 내릴 수 있는 자리에 있었고, 세 사람은 그 왕이 다스리는 나라에 살고 있었다. 그들이 불 속에서 살아 나왔다는 사실은 분명했지만, 그것만으로 앞으로 어떤 명령이 내려질지 알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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