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이야기 속에서 다시 만나는 인간의 삶 78
나무 그늘 아래에서 소 한 마리가 풀을 뜯고 있었다. 게으름뱅이는 그 모습을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았다. 자신은 일하라는 잔소리를 들으며 살아야 하는데, 소는 아무 걱정 없이 먹고 쉴 수 있는 것처럼 보였다. 소가 하루 동안 무슨 일을 하는지, 그 몸으로 얼마나 많은 힘을 써야 하는지는 생각하지 않았다. 눈앞에 보이는 한 장면만으로 소의 삶을 짐작했다.
그때 한 노인이 나타나 소가 되고 싶다면 소머리 탈을 써 보라고 했다. 게으름뱅이는 그 말을 따랐고, 실제로 소가 되었다. 소가 된 그는 농부에게 팔려 가 밭을 갈게 되었다. 사람일 때에는 하기 싫은 일을 미룰 수 있었지만, 소가 된 뒤에는 일을 거절할 수도 없었다. 힘들다고 말하거나 쉬고 싶다고 부탁할 수도 없었다. 편안해 보이던 소의 모습은 이제 그가 견뎌야 하는 삶이 되었다.
이야기에서 그는 무를 먹고 사람으로 돌아온다. 소가 된 고통을 겪은 뒤 부지런히 살게 되었다는 것이 전래동화의 익숙한 결말이다. 게으름을 버리고 맡은 일을 해야 한다는 교훈은 분명하다. 그러나 이 이야기를 그 교훈으로만 읽으면 처음의 장면에 담긴 착각을 놓치기 쉽다. 게으름뱅이는 소가 쉬는 모습을 보았지만, 소가 살아가는 전체를 본 것은 아니었다. 그는 소의 삶을 알고 선택한 것이 아니라, 자신이 바라는 삶을 소의 모습에 겹쳐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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