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씨앗, 문명을 묻다. 22
씨앗을 나눌 때는 봉지에 담긴 씨앗만 건네지 않는다. 어떤 작물인지, 어느 땅에서 길렀는지, 언제 심고 거두었는지, 다음 농사에 쓰려면 무엇을 살펴야 하는지도 함께 전해진다. 씨앗을 건네는 사람은 자신이 해 온 농사를 설명하고, 받는 사람은 그 씨앗을 자기 밭에서 어떻게 길러야 할지 묻는다. 말로 다 전하기 어려운 경험은 씨앗을 심고 가꾸는 동안 조금씩 확인된다. 씨앗 한 줌이 다른 농가로 옮겨가는 일에는 이런 지식의 이동이 뒤따른다.
한 농가가 오랫동안 보관해 온 씨앗은 그 농가의 밭과 식생활에 맞춰 선택되어 왔을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고 그 씨앗이 다른 곳에서도 똑같이 자란다는 보장은 없다. 흙의 성질과 물 빠짐, 햇빛이 드는 시간, 여름철 기온이 다르면 생육 상태도 달라질 수 있다. 같은 지역 안에서도 밭의 조건은 서로 다르다. 씨앗을 나누는 일은 잘 보존된 씨앗을 다른 곳에 옮겨 심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새로운 밭에서 어떤 결과가 나타나는지 살피는 과정까지 포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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