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씨앗, 문명을 묻다 21
마을을 돌며 씨앗을 조사하는 사람들은 농가에서 씨앗을 받아 이름과 관련 정보를 적고, 씨앗 사진을 찍어 분류한다. 씨앗을 어디에서 얻었는지, 어떤 작물인지, 누가 보관해 왔는지를 확인해야 나중에 다시 찾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토종씨드림이 공개한 조사 절차에도 현장에서 씨앗과 조사 자료를 대조하고, 수집 번호를 붙여 촬영한 뒤 기록하고 분류하는 과정이 담겨 있다. 씨앗을 손에 넣는 일만으로 조사가 끝나지 않는 이유다.
그런데 씨앗의 이름을 적으려 하면 곧 질문이 생긴다. 농민이 부르는 이름을 그대로 적으면 되는가. 그 이름은 어떤 특징을 가리키는가. 다른 지역에서 같은 이름으로 부르는 씨앗도 같은 것인가. 이름은 씨앗을 알아보는 데 필요하지만, 이름만으로 씨앗의 정체를 확정할 수는 없다.
농민들이 씨앗에 붙인 이름에는 여러 기준이 담겼다. 씨앗과 열매의 색과 모양, 식물이 자라는 모습과 익는 시기, 음식에 쓰는 방법이 이름에 반영되기도 했다. 마을이나 지역의 이름을 따르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모든 지역에서 같은 기준으로 이름을 붙인 것은 아니다. 이름의 뜻을 알려면 그 말을 사용한 농민에게 무엇을 가리키는지 물어야 한다. 조사자가 이름만 보고 뜻을 짐작하면 실제로 전해 온 의미와 어긋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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