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은 언제 다른 몸에 기대는가

몸, 인간을 다시 묻다 24

by호시우행

계단을 오를 때 난간을 잡으면 몸을 지탱하는 조건이 달라진다. 난간을 잡기 전과 뒤에 다리의 힘이 갑자기 커지는 것은 아니다. 다만 몸의 무게를 감당하는 일이 다리만의 몫으로 남지 않는다. 손이 난간을 붙잡고 몸이 기울어지는 것을 막으면서 발을 디딜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 지팡이를 짚거나 다른 사람의 팔을 잡을 때도 비슷한 일이 일어난다. 몸은 스스로 움직이지만 그 움직임을 가능하게 하는 조건까지 혼자 마련하지는 않는다. 우리는 흔히 한 사람이 얼마나 많은 일을 혼자 해낼 수 있는지를 능력의 기준으로 삼는다. 그러나 몸이 할 수 있는 일은 근육의 힘만으로 정해지지 않는다. 어디에 발을 디딜 수 있는지, 무엇을 붙잡을 수 있는지, 곁에 누가 있는지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사람이 서 있고 걷는 데에는 여러 감각이 함께 작용한다. 눈은 주변 사물과 자신의 위치에 관한 정보를 받아들이고, 귀 안쪽의 전정기관은 머리의 움직임과 방향 변화에 관한 정보를 제공한다. 근육과 관절, 피부에서 들어오는 감각 정보도 몸의 위치와 움직임을 파악하는 데 쓰인다. 신경계는 이 정보들을 상황에 맞게 통합하여 자세를 조절한다. 감각 정보가 달라지거나 주변 환경이 바뀌면 균형을 유지하는 방식도 달라질 수 있다. 난간과 지팡이는 몸을 지탱하는 데 필요한 외부의 지지점을 제공한다. 다른 사람의 팔도 상황에 따라 지지 역할을 할 수 있지만, 무조건 붙잡아 준다고 안전해지는 것은 아니다. 상대의 움직임과 의사를 살피지 않은 도움은 오히려 위험을 만들 수 있다. 몸을 돕는다는 것은 힘을 보태는 데서 그치지 않고, 그 몸이 어떤 조건에서 안전하게 움직일 수 있는지 알아보는 일이다.


그런데 우리는 혼자 해내는 능력을 높이 평가하면서 다른 사람에게 기대는 일을 낮게 보는 경향이 있다. 어린아이가 어른의 손을 잡고 길을 건너는 것은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지만, 성인이 누군가의 팔을 잡고 걸으면 그 사람에게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생각한다. 아픈 사람이 식사를 준비하기 어려워 도움을 받는 일도 잠시라면 이해하면서, 오랫동안 도움이 필요하면 그 사람의 생활 전체를 다른 눈으로 바라보기도 한다. 도움을 받아야 하는 일의 범위가 달라졌을 뿐인데 사람을 평가하는 기준까지 달라지는 것이다. 그러나 걷는 데 도움이 필요한 사람도 어디로 갈지 결정할 수 있고, 식사를 준비해 줄 사람이 필요한 사람도 무엇을 먹을지 선택할 수 있다. 어떤 일을 직접 수행하는 능력과 자기 삶에 관해 판단하는 능력은 서로 영향을 주지만 같은 것은 아니다. 몸의 한계가 곧 판단의 한계라고 여기는 순간, 우리는 필요한 도움을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사람의 결정권까지 대신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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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상과 농업, 지역의 삶을 가까이에서 지켜보고 있습니다. 익숙한 먹거리를 따라가다 보면 인간의 문명과 감정, 공동체의 역사가 보인다고 믿는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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