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서로의 몸을 돌보는가

몸, 인간을 다시 읽다. 23

by호시우행

누군가의 몸을 돕는 일에는 그 사람의 속도를 기다리는 시간이 들어간다. 옷을 입는 데 시간이 더 걸리면 외출 준비가 늦어지고, 병원에 가려면 진료 시간뿐 아니라 이동과 대기까지 계산해야 한다. 식사를 챙기는 일도 먹을 것을 마련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무엇을 먹을 수 있는지, 어느 정도의 도움이 필요한지 살펴야 한다. 도움을 주는 사람은 자신의 일정을 조정하고, 도움을 받는 사람은 상대방이 시간을 낼 수 있는지 헤아린다. 두 사람의 하루가 서로의 몸에 맞추어 조정되는 것이다. 돌봄은 이렇게 생활의 시간과 노동을 나누는 일이며, 그 과정에서 어느 한 사람의 생활만 희생되지 않도록 살피는 일이기도 하다.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자기 몸을 스스로 돌보지 못한다. 먹을 것을 구하고 체온을 유지하며 위험을 피하는 일에는 다른 사람의 손길이 필요하다. 자라면서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늘어나지만, 그 능력은 아무런 도움 없이 생기지 않는다. 누군가 먹이고 씻기고 가르치며 위험한 곳에서 지켜 주는 동안 몸은 조금씩 자기 생활을 꾸려 갈 힘을 얻는다. 성인이 되면 우리는 자신의 힘으로 살아간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식탁에 놓인 음식에는 재배하고 운반하고 조리한 사람들의 노동이 들어 있고, 집에서 사용하는 물과 전기도 여러 사람의 일과 시설을 거쳐 도착한다. 평소에는 그 과정이 생활의 배경에 머물러 있다. 몸이 아프거나 일상적인 일을 혼자 해내기 어려워지면 그동안 보이지 않던 도움의 자리가 드러난다.


도움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일은 간단하지 않다. 혼자 하던 일을 부탁해야 하고, 상대방이 시간을 낼 때까지 기다려야 하며, 어떤 도움이 필요한지 설명해야 한다. 말을 꺼내는 데 시간이 걸리거나 몸을 움직이는 속도가 다른 사람과 다르면 부탁하는 일 자체에 더 많은 힘이 들 수 있다. 이때 필요한 도움을 받는 것과 자기 생활을 다른 사람에게 맡기는 것은 같은 일이 아니다. 옷을 입는 데 손이 필요하다고 해서 어떤 옷을 입을지까지 다른 사람이 정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이동을 도와준다고 해서 어디로 갈지 결정할 권리까지 넘어가는 것도 아니다. 몸이 해내기 어려운 일을 지원하는 것과 그 몸을 가진 사람의 판단을 대신하는 일은 구별되어야 한다.


도움을 주는 사람은 어디까지 도와야 하는지도 살펴야 한다. 상대방을 돕겠다는 마음이 앞서면 무엇이 필요한지 묻기 전에 먼저 손을 내밀 수 있다. 시간이 없다고 판단해 대신 해 버리거나, 더 편리하다는 이유로 상대방의 선택을 생략하기도 한다. 그러나 돕는 사람에게 빠르고 수월한 방법이 도움을 받는 사람에게도 가장 나은 방법인 것은 아니다.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지더라도 스스로 해 보고 싶은 일이 있을 수 있고, 시간이 더 걸리더라도 자신이 정한 방법을 따르는 편이 나을 수 있다. 돌봄에는 무엇을 해 줄 것인지뿐 아니라 상대방이 직접 할 수 있는 부분을 남겨 두는 판단도 필요하다. 그 경계를 정하려면 도움을 받는 사람의 말을 듣고, 필요하다면 서로 방법을 바꾸어 가야 한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brunch membership
호시우행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밥상과 농업, 지역의 삶을 가까이에서 지켜보고 있습니다. 익숙한 먹거리를 따라가다 보면 인간의 문명과 감정, 공동체의 역사가 보인다고 믿는 사람입니다.

1,219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최근 30일간 38개의 멤버십 콘텐츠 발행
  • 총 38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
이전 23화몸은 지나간 일을 어떻게 품고 사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