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이야기 속에서 다시 만나는 인간의 삶 75
저승을 여행하던 오디세우스는 시시포스가 바위를 산 위로 밀어 올리는 모습을 본다. 바위가 정상에 닿으려는 순간 아래로 굴러떨어지고, 시시포스는 다시 산 아래로 내려간다. 그는 바위를 붙들고 온 힘을 다해 밀어 올린다.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 제11권에 나오는 장면이다. 오디세우스는 그 모습을 본 뒤 여행을 이어가지만, 시시포스에게는 바위를 밀어 올리는 일이 계속된다. 한 사람은 그 장면을 지나가고, 다른 사람은 그 장면 속에 남아 있다.
오디세우스가 본 것은 바위와 사람의 움직임이었다. 시시포스가 힘을 주면 바위가 움직이고, 정상에 가까워지면 바위는 다시 굴러떨어진다. 그가 어떤 형벌을 받는지, 왜 그 일을 되풀이해야 하는지는 신화가 알려준다. 그러나 시시포스가 바위를 밀어 올리는 동안 무엇을 생각했는지, 바위가 떨어질 때 어떤 마음이었는지는 이야기 속에 나타나지 않는다. 오디세우스는 시시포스의 행동을 보았지만, 그 행동을 견디는 사람의 마음까지 들여다본 것은 아니다.
누군가의 일을 본다는 것은 그 사람을 이해하는 첫걸음이 될 수 있다. 병원에서 환자를 만나면 아픈 몸을 보고, 가족을 돌보는 사람을 만나면 그가 맡은 일을 본다. 온라인 게임에서 어려움을 겪는 사람에게는 그가 처한 상황을 듣는다. 눈앞에 드러난 모습과 들려오는 사정은 그 사람을 이해하는 데 필요하다. 그러나 우리가 본 장면은 그 사람의 삶 전체가 아니라, 그 삶 가운데 우리에게 드러난 일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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