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씨앗, 문명을 묻다 20
토종씨앗을 지키려는 사람이 처음 부딪히는 어려움은 씨앗을 구하는 일만이 아니다. 씨앗을 얻어도 언제 심어야 하는지, 어떻게 길러야 하는지, 어느 때 거두어야 하는지를 모르면 다음 농사로 이어 가기 어렵다. 김효정의 2011년 연구에는 토종씨앗 보존운동에 참여한 귀농 여성농민들이 파종과 재배, 채종 기술의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었다는 내용이 나온다. 씨앗을 지켜 온 지역 농민들과 만나 지식과 기술을 배우려 했던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씨앗은 건네받는 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그 씨앗을 다루어 온 사람의 경험까지 배워야 농사로 이어 갈 수 있었다.
씨앗을 남기는 일에는 여러 판단이 필요하다. 어떤 식물에서 씨앗을 받을지 정하고, 열매가 충분히 여물었는지 살피며, 다음 해에 심을 몫을 따로 거두어야 한다. 거둔 씨앗은 작물에 맞게 말리고 선별해 보관해야 한다. 재배하는 땅과 날씨가 달라지면 같은 씨앗도 다른 모습을 보일 수 있으므로, 농민은 식물이 자라는 과정과 수확 결과를 살피며 다음 선택을 준비한다. 이 지식은 한 번 배우고 끝나는 기술이 아니다. 실제로 심고 거두는 과정에서 익히고, 실패한 원인을 살피며, 다음 농사에 적용하는 경험이 쌓여야 한다.
오랫동안 농사를 지은 사람은 씨앗의 특성을 설명할 때 공식적인 품종명이나 수치만 사용하지 않을 수 있다. 어떤 밭에서 잘 자랐는지, 어느 시기에 심었을 때 수확이 나았는지, 열매를 거두고 손질하기는 어땠는지처럼 재배 과정에서 얻은 경험을 말할 수 있다. 이런 설명을 모두 과학적 사실과 같은 수준으로 받아들일 수는 없다. 기억에는 착오가 있을 수 있고, 한 농가에서 얻은 결과를 다른 지역에 그대로 적용하기도 어렵다. 그렇더라도 농민의 경험은 조사할 가치가 있는 자료다. 실제 재배와 관찰을 통해 확인하고 비교해야 할 질문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