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 답을 가지고 돌아온 뒤

오래된 이야기 속에서 다시 만나는 인간의 삶 72

by호시우행

오늘이는 제주도 무속 신화 《원천강본풀이》에 나오는 인물이다. 본풀이는 무속 의례에서 신의 내력이나 유래를 노래와 이야기로 풀어내는 서사무가를 가리킨다. 이 이야기에서 오늘이는 부모가 누구인지 알지 못한 채 자라다가 자신의 내력을 찾아 길을 떠난다. 길에서 장상이와 매일이, 꽃을 제대로 피우지 못하는 연꽃나무, 용이 되지 못한 이무기를 만나고, 그들에게서 각자의 물음을 듣는다. 원천강에 도착해 부모를 만난 오늘이는 자신의 내력을 알게 되지만, 거기서 자기 질문에 대한 답만 얻고 돌아서지는 않는다. 길에서 만난 존재들이 부탁한 일도 부모에게 묻고, 돌아오는 길에 그 답을 전한다. 오늘이의 여정은 자신이 어디에서 왔는지 알아내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오늘이라는 이름에는 아이가 어떤 사람인지보다 언제 만났는지가 담겨 있다. 부모가 누구인지, 어디에서 태어났는지 알지 못하는 아이에게 사람들은 오늘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 이름은 아이를 부르는 데에는 충분했지만, 아이의 과거를 알려주지는 못했다. 오늘이는 다른 사람에게 불릴 이름을 가지고 있었으나 자신이 어디에서 왔는지 설명할 수 없었다. 이름이 있다고 해서 자기 삶의 내력을 아는 것은 아니었다.


자신의 시작을 모른다는 것은 오늘이에게 해결해야 할 문제였다. 부모를 알고 싶다는 마음은 단순히 호기심을 채우려는 욕구와 다르다. 사람은 자신이 어디에서 왔는지 알 때 현재의 삶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단서를 얻기도 한다. 가족과 고향, 자신이 살아온 환경은 한 사람이 어떤 조건에서 자랐는지를 알려준다. 물론 출생의 비밀을 안다고 해서 자기 삶의 모든 문제가 풀리는 것은 아니다. 그래도 자신의 시작을 알고 싶어 하는 마음에는 지금의 자신을 이해하고 싶다는 바람이 들어 있다. 오늘이가 원천강을 향한 까닭도 그 바람과 닿아 있다.


그런데 오늘이가 길에서 만난 존재들은 저마다 자기 삶을 이해하지 못해 답답해하고 있었다. 장상이는 글만 읽으며 살아가는 까닭을 알고 싶어 했다. 연꽃나무는 윗가지에만 꽃이 피고 다른 가지에는 꽃이 피지 않는 문제를 안고 있었다. 이무기는 야광주를 지니고도 용이 되어 하늘로 오르지 못했다. 오늘이가 부모를 찾으려는 이유와 그들이 알고 싶어 하는 것은 서로 달랐다. 오늘이에게는 자신의 출생이 문제였고, 그들에게는 자신이 놓인 조건과 앞으로 나아갈 길이 문제였다. 하지만 자신에게 주어진 상황을 이해하고 그 안에서 벗어날 길을 찾고 싶다는 마음은 서로 통했다.


오늘이는 그들의 물음을 듣고 원천강에 가서 답을 알아보겠다고 약속했다. 이 약속은 오늘이가 처음부터 계획한 일이 아니었다. 부모를 찾아가는 길에 다른 존재들의 사정이 들어온 것이다. 만약 오늘이가 자기 목적만을 생각했다면 그들의 말을 듣고도 지나칠 수 있었을 것이다. 길을 재촉해야 한다는 이유도 있었을 테고, 다른 이의 문제까지 맡을 여유가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오늘이는 그들의 말을 듣고 기억했다. 자신의 목적을 버린 것은 아니지만, 그 목적을 향해 가는 동안 다른 존재의 사정도 외면하지 않았다.


여기서 다른 사람의 말을 듣는다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된다. 우리는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자기에게 필요한 부분만 기억할 때가 있다. 상대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해결바카라을 내놓거나, 자신의 경험을 기준으로 그 사람의 문제를 판단하기도 한다. 듣는다는 것은 소리를 받아들이는 일보다 복잡하다. 상대가 무엇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지, 무엇을 알고 싶어 하는지, 지금 어떤 조건에 놓여 있는지를 살펴야 하기 때문이다. 오늘이는 길에서 만난 존재들의 문제를 즉시 해결하지 못했다. 그들의 사정을 들었고, 자신이 갈 곳에서 물어볼 수 있다고 약속했다. 모르는 것을 아는 척하지 않고 답을 찾을 수 있는 곳으로 가져가겠다고 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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