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이야기 속에서 다시 만나는 인간의 삶 71
박씨는 이시백과 혼인했지만 남편의 사랑을 받지 못했다. 얼굴이 못생겼다는 이유였다. 아버지 박 처사는 딸의 지혜와 재주를 알고 있었지만, 남편과 시댁 식구들은 겉모습만으로 박씨를 판단했다. 한집에 살면서도 남편은 아내가 어떤 사람인지 제대로 알려고 하지 않았다. 박씨는 자신의 능력을 인정받지 못한 채 혼인 생활을 이어갔다.
박씨는 남편에게 냉대를 받으면서도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놓지 않았다. 이시백이 과거를 준비할 때 그의 앞날을 헤아리고 필요한 도움을 주었다. 이시백은 과거에 급제해 이름을 알렸지만, 아내를 대하는 태도는 달라지지 않았다. 남편의 성공을 도운 능력과 아내로서 사랑받을 자격이 따로 놓여 있었던 것이다. 박씨는 남편에게 필요한 사람이면서도 남편이 가까이하고 싶은 사람은 아니었다.
박씨는 아버지 박 처사의 도움으로 허물을 벗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바뀐다. 그제야 남편과 주변 사람들은 박씨를 다르게 대한다. 이전에는 외면하던 사람들이 그의 아름다움을 반기고, 박씨가 지닌 가치도 새롭게 평가한다. 그러나 박씨의 지혜가 얼굴이 바뀐 뒤에 생긴 것은 아니다. 달라진 것은 박씨가 아니라 그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눈이었다.
이 대목에는 박씨전의 통쾌함과 불편함이 함께 있다. 박씨는 자신의 재주로 남편의 앞날을 도왔지만 외모 때문에 냉대를 받았고, 아름다워진 뒤에야 사람들의 인정을 얻었다. 여성이 지닌 가치를 외모와 연결하던 당시의 관념이 이야기 속에도 남아 있다. 박씨가 아름다운 모습으로 바뀌는 장면은 그동안의 모욕을 뒤집는 순간이지만, 그전까지 그가 겪은 냉대가 정당해지는 것은 아니다. 능력을 알아보는 데 얼굴의 변화가 필요했다면, 잘못된 것은 박씨의 모습이 아니라 사람을 판단하는 기준이었다.
이야기는 혼인 생활을 넘어 나라의 위기로 나아간다. 병자호란이 일어나자 박씨는 적의 움직임을 살피고 앞날을 내다보며 나라를 지킬 방법을 찾는다. 실제 병자호란은 1636년에 시작되어 1637년 조선의 항복으로 끝났다. 남한산성에 갇힌 인조는 끝내 청나라에 항복했고, 조선은 전쟁에서 패했다. 《박씨전》은 이 역사를 그대로 되풀이하지 않는다. 실제 역사에서는 나라를 구하지 못했던 상황을 소설 속 박씨가 나서서 뒤집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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