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다의 딸 - 승리의 기록에 남은 이름 없는 사람

오래된 이야기 속에서 다시 만나는 인간의 삶 70

by호시우행

입다는 암몬 자손과 싸우러 나가기 전에 하나님께 서원했다. 전쟁에서 이기고 무사히 돌아오게 해 주신다면, 자기 집 문에서 나와 자신을 맞이하는 이를 하나님께 드리겠다는 약속이었다. 사사기 11장은 입다가 암몬 자손과 싸워 이겼다고 기록한 뒤, 그의 외동딸이 소고를 들고 춤추며 아버지를 맞이했다고 전한다. 전쟁에서 돌아온 아버지를 반기는 딸의 모습은 승리를 축하하는 장면이었지만, 입다는 딸을 보자 옷을 찢었다. 그가 전쟁에 나가기 전에 한 말이 집으로 돌아온 뒤 자신의 딸과 마주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입다는 딸에게 자신이 하나님께 서원했으므로 돌이킬 수 없다고 말했다. 딸은 두 달 동안 친구들과 산으로 가서 자신의 처지를 슬퍼하게 해 달라고 부탁했다. 성경은 그 슬픔을 결혼하지 못한 처지와 연결해 기록한다. 두 달이 지나 딸은 아버지에게 돌아왔고, 사사기는 입다가 서원한 대로 딸에게 행했다고 전한다. 그 뒤의 일을 자세히 설명하지 않는 짧은 기록은 독자를 한 가지 어려운 문제 앞에 남겨 둔다. 약속을 지켰다는 말만으로 그 약속의 결과까지 정당했다고 말할 수 있는가.


이 대목은 오랫동안 서로 다른 방식으로 해석되어 왔다. 입다가 딸을 실제로 번제로 바쳤다고 보는 해석이 있는가 하면, 딸이 평생 결혼하지 않고 하나님께 바쳐진 삶을 살게 되었다고 이해하는 해석도 있다. 입다가 서원할 때 번제를 언급했다는 점은 실제 희생을 주장하는 해석의 중요한 근거이며, 딸이 처녀로서의 삶을 슬퍼했다는 기록은 다른 해석에서 주목하는 대목이다. 그러나 본문은 서원의 이행 과정을 상세히 서술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논쟁이 있다는 사실을 지우고 어느 한 해석만 성경에 명백하게 기록된 사실인 것처럼 말하는 것은 조심해야 한다.


해석의 차이를 인정해도 이야기의 중심에 놓인 문제는 사라지지 않는다. 입다는 서원의 내용을 정한 사람이었고, 딸은 그 내용에 동의한 적이 없는 채 결과를 마주했다. 입다가 괴로워했다는 사실은 기록되어 있지만, 그가 서원을 거두거나 다른 방법을 찾으려 했다는 기록은 없다. 딸이 아버지에게 서원한 대로 하라고 말한 것도 사실이지만, 그 말을 온전한 자유의사에 따른 동의라고 단정할 근거는 충분하지 않다. 본문에 적힌 행동을 읽는 일과 기록되지 않은 마음을 대신 설명하는 일은 구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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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상과 농업, 지역의 삶을 가까이에서 지켜보고 있습니다. 익숙한 먹거리를 따라가다 보면 인간의 문명과 감정, 공동체의 역사가 보인다고 믿는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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