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이야기 속에서 다시 만나는 인간의 삶 69
북유럽 신화에서 발드르는 빛과 아름다움, 선함으로 기억되는 신이다. 그는 오딘과 프리그의 아들이며, 신들의 세계 아스가르드에서 사랑받는 존재로 전해진다. 그런데 발드르는 자신이 죽는 꿈을 꾸기 시작한다. 꿈이 거듭되자 신들은 불길한 징조로 받아들였고, 어머니 프리그는 아들을 지키기 위해 세상의 모든 존재에게 발드르를 해치지 않겠다는 맹세를 받으러 나선다.
프리그는 불과 물, 쇠와 돌, 나무와 질병을 비롯해 세상의 여러 존재에게 맹세를 받는다. 발드르를 해칠 수 있는 것이 더는 남지 않았다고 여긴 신들은 안심한다. 그들은 발드르에게 여러 물건을 던지며 놀이를 벌이기도 했다. 무엇을 던져도 발드르를 다치게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죽음의 징조로 시작된 두려움은 신들 사이에서 즐거운 놀이로 바뀌었다.
하지만 프리그가 한 가지를 빠뜨렸다. 겨우살이는 아직 어리고 약해 보였기 때문에 맹세를 요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로키는 이 예외를 알아낸다. 그는 겨우살이로 무기를 만들어 발드르의 형제인 호드르에게 건넨다. 호드르는 앞을 보지 못하는 신이었고, 로키는 그가 겨우살이를 던지도록 돕는다. 겨우살이는 발드르를 꿰뚫고, 발드르는 쓰러져 죽는다.
신들은 그동안 발드르를 지켜온 약속이 한 가지 예외 때문에 무너졌다는 사실을 마주한다. 세상의 거의 모든 존재가 맹세했지만, 맹세하지 않은 하나가 남아 있었다. 신들은 발드르를 해칠 수 없게 만들었다고 믿었으나, 그 믿음은 완전하지 않았다. 발드르의 죽음은 누군가의 힘이 신들보다 강해서 일어난 사건이 아니었다. 지키려는 노력에 빈틈이 있었고, 누군가는 그 빈틈을 찾아 이용했다.
발드르의 죽음은 신들의 세계에 큰 슬픔을 가져온다. 그의 아내 난나는 남편의 장례식에서 슬픔을 이기지 못하고 죽었다고 전해진다. 발드르의 시신은 장례를 치르기 위해 배 위에 놓였고, 난나의 시신도 그 곁에 안치되었다. 장례는 신들의 세계에서 일어난 사건이었지만, 그 모습은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을 때 남은 이들이 겪는 슬픔과 다르지 않다. 신들이라도 죽은 이를 바라보며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순간을 피하지 못했다.
오딘과 프리그는 아들을 잃었다. 다른 신들 역시 발드르의 죽음을 되돌리고 싶어 했다. 그들은 죽음의 세계로 가서 발드르를 데려올 수 있는지 알아보기로 한다. 오딘의 아들 헤르모드는 말을 타고 죽은 자들이 머무는 헬의 세계로 향한다. 그는 발드르를 돌려보내 달라고 요청한다. 헬은 발드르가 모든 존재에게 사랑받는 만큼, 살아 있는 것과 죽은 것 모두가 그를 위해 울어준다면 돌려보내겠다고 말한다.
헤르모드는 신들의 세계로 돌아와 그 조건을 전한다. 신들은 사람과 동물, 땅과 돌, 나무와 금속에 이르기까지 모든 존재에게 발드르를 위해 울어달라고 청한다. 전승에 따르면 모든 존재가 발드르를 위해 슬퍼했지만, 한 존재만은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 그 존재는 토크라는 이름으로 전해지며, 일부 전승에서는 로키가 변장한 모습으로 여겨진다. 토크가 울기를 거부하면서 발드르는 죽음의 세계에 남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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