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이야기 속에서 다시 만나는 인간의 삶 68
그리스 신화에는 신들이 인간의 모습을 하고 세상을 돌아다니며 사람들의 마음을 살피는 이야기가 있다. 오비디우스의 『변신 이야기』에 나오는 바우키스와 필레몬도 그런 방문을 맞이한 부부다. 두 사람은 프리기아 지방의 가난한 노부부였다. 어느 날 제우스와 헤르메스가 나그네의 모습으로 찾아왔지만, 마을 사람들은 그들을 집 안으로 들이지 않았다. 낯선 손님을 맞아들인 사람은 넉넉한 살림을 갖추지 못한 바우키스와 필레몬이었다.
부부의 집은 작았고 식탁에 올릴 음식도 많지 않았다. 그래도 두 사람은 가진 음식을 꺼내 손님을 대접했다. 손님을 위해 내놓을 만한 것을 마련하고, 식사를 할 수 있도록 자리를 내주었다. 그들이 베푼 환대는 넉넉한 재산에서 나온 것이 아니었다. 가진 것이 많지 않은 형편에서도 눈앞에 찾아온 사람을 외면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이 장면의 중심에 있다.
식사 도중 부부는 이상한 일을 알아차렸다. 손님에게 따라준 포도주가 줄어들지 않고 항아리에 계속 남아 있었다. 두 사람은 자신들이 맞이한 손님들이 평범한 나그네가 아니라 신들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신들은 자신들을 받아들이지 않은 마을을 벌하고, 바우키스와 필레몬에게 산으로 올라오라고 한다. 두 사람이 뒤를 돌아보았을 때 마을은 물에 잠겨 있었고, 그들의 작은 집이 있던 자리에는 신전을 세울 터가 마련되어 있었다.
신들은 부부에게 소원을 물었다. 두 사람은 재산이나 젊음을 요구하지 않았다. 신전을 함께 돌보며 살게 해달라고 했고, 어느 한 사람이 먼저 죽어 다른 한 사람만 남는 일이 없도록 같은 때에 생을 마치게 해달라고 청했다. 오랫동안 함께 살아온 두 사람이 바란 것은 더 많은 것을 얻는 일이 아니라, 서로의 마지막을 혼자 맞지 않는 일이었다.
두 사람은 신전을 돌보며 노년을 보냈다. 세월이 흐르고 죽음이 가까워지자 부부의 몸에는 나무껍질이 생기고 가지가 뻗기 시작했다. 바우키스와 필레몬은 서로의 몸이 변하는 것을 보며 마지막 인사를 나누었다. 두 사람은 각각 나무가 되었고, 나란히 자라는 두 그루로 남았다. 사람의 몸으로 함께 살아가던 시간은 끝났지만, 신화는 두 존재가 서로 떨어지지 않은 모습으로 서 있는 장면에서 이야기를 마친다.
이 이야기는 흔히 가난한 사람의 선행이 신들에게 보답받는 이야기로 읽힌다. 가진 것이 적어도 나그네를 정성껏 대하면 복을 받는다는 해석이다. 하지만 부부의 행동과 그들이 받은 운명 사이에 보상이 있다는 사실만 강조하면, 두 사람이 신들에게 청한 소원이 흐려진다. 그들은 부자가 되거나 높은 지위를 얻고 싶어 하지 않았다. 함께 살아온 사람과 같은 때에 생을 마치기를 바랐다. 신화의 중심에는 선행의 보상뿐 아니라, 한 사람이 자기 삶의 마지막을 누구와 함께하고 싶어 하는가라는 질문도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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