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속 길을 찾아간 날

양념마을 사람들 365 - 126

by호시우행

회관 식탁 위에 오래된 사진 한 장이 놓여 있었다.

흑백사진에는 흙길과 낮은 돌담이 담겨 있었다.

길 왼쪽에는 줄기가 굽은 나무가 서 있었고, 멀리 지붕 세 개가 서로 겹쳐 보였다.

길에는 사람도 차도 없었다.

사진 뒷면에는 연필로 쓴 흔적이 있었지만, 글씨가 번져 읽을 수 없었다.

마늘 반장이 사진을 된장 할머니 쪽으로 밀었다.

“이 길이 어디인지 아세요?”

된장 할머니는 안경을 고쳐 쓰고 사진을 가까이 들여다봤다.

“우리 마을 같기도 하네. 그런데 어디라고 딱 짚기는 어렵다.”

소금 아저씨가 사진을 받아 들었다.

“길만 보면 다른 동네일 수도 있겠어요. 지붕이나 담장이 더 잘 보여야 알겠는데요.”

마늘 반장이 말했다.

“지금 가서 비슷한 곳이 있는지 찾아보면 어떨까요?”

된장 할머니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자. 사진도 가져가고.”


세 사람은 마을 입구 쪽으로 걸어갔다.

지금 그곳에는 포장도로가 나 있었고, 길 양쪽으로 집과 담장이 이어졌다.

된장 할머니는 사진 속 나무가 서 있던 쪽을 살폈다.

그 자리에는 낮은 담장과 화단이 있었고, 담장 안쪽에 감나무 한 그루가 서 있었다.

마늘 반장이 사진을 들고 감나무를 가리켰다.

“나무가 있던 자리는 이 근처일까요?”

된장 할머니가 담장 안을 들여다봤다.

“나무는 바뀌었을 수 있지. 그런데 사진에서는 나무 뒤로 지붕이 세 채나 겹쳐 보여.”

소금 아저씨가 길 건너편으로 옮겨갔다.

그 자리에서 사진과 현재의 집들을 비교해 보았다.

사진 속에서는 지붕들이 길 가까이에 붙어 있었지만, 지금은 집 사이가 떨어져 있었다.

“이 자리에서 찍은 건 아닌 것 같네요.”

마늘 반장이 사진을 다시 보았다.

“집도 바뀌고 길도 넓어졌으니 나무만으로는 찾기 어렵겠어요.”

된장 할머니가 사진을 봉투에 넣었다.

“다른 데를 보자. 냇가 쪽에도 옛길이 있었어.”


냇가로 내려가는 길은 마을 안쪽에서 한 번 꺾였다.

지금은 길 가장자리에 시멘트 옹벽이 있었고, 물가에는 난간이 설치되어 있었다.

된장 할머니가 걸음을 멈췄다.

“예전에는 이쪽으로 밭에 다니는 사람이 많았어. 비가 오면 길이 패여서 발을 잘못 디디면 신발이 빠지기도 했지.”

소금 아저씨가 사진을 펼쳤다.

“사진 속 길도 굽어 있기는 하네요.”

마늘 반장이 사진과 실제 길을 번갈아 보았다.

“그런데 사진에는 길 건너 집이 바로 붙어 있어요. 여기는 밭이 먼저 나오고요.”

된장 할머니가 냇가 건너편을 가리켰다.

“저쪽에도 예전에는 집이 있었어. 지금은 밭이 됐지만.”

마늘 반장이 물었다.

“그 집들이 사진에 나온 집일까요?”

“그건 모르지. 내가 살던 때도 집이 몇 번 바뀌었으니까.”

세 사람은 길 아래까지 내려가 사진 속 돌담과 비슷한 것이 남아 있는지 살폈다.

물가 가까이에 돌이 쌓여 있었지만, 사진 속 담장과는 모양이 달랐다.

길이 굽은 방향도 비슷했으나 집의 위치를 맞출 수 없었다.

소금 아저씨가 사진을 접지 않은 채 말했다.

“비슷한 점은 있는데, 같은 곳이라고 할 만한 건 없네요.”

된장 할머니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아직 모르는 거지.”

마늘 반장은 사진을 봉투에 넣었다.

“이 길도 확실하지 않네요.”


회관으로 돌아오는 길에 참기름 형님을 만났다.

마늘 반장이 사진을 보여주자 참기름 형님은 한동안 말없이 들여다봤다.

“이런 길로 학교에 다녔어요. 비 오면 흙이 패이고, 돌담 아래로 물이 흘렀지.”

된장 할머니가 물었다.

“냇가 쪽이었어?”

“그랬던 것 같아요. 그런데 학교 가는 길이 한 군데만 있었던 건 아니니까요.”

참기름 형님은 사진 속 지붕을 손가락으로 짚었다.

“이 집들이 누구 집인지는 모르겠네요. 다만 예전에는 집 지붕이 이렇게 낮고 가까이 붙어 있는 데가 많았어요.”

소금 아저씨가 물었다.

“사진을 찍은 사람은 기억나세요?”

“그건 모르겠어요. 집에 사진기가 있던 집도 많지 않았으니까 누가 찍었는지 알면 찾는 데 도움이 될 텐데.”

마늘 반장이 사진 뒷면을 보여주었다.

“여기 글씨가 있는데 읽히지 않아요.”

참기름 형님은 사진을 빛 쪽으로 기울여 보았다.

연필 자국은 몇 글자처럼 보였지만 이름인지 장소인지 구별할 수 없었다.

“이걸 억지로 읽으려다 엉뚱하게 알면 안 되겠네요.”

된장 할머니가 사진을 받아 들었다.

“맞아. 모르면 모른다고 해야지.”

참기름 형님이 덧붙였다.

“오래 산 사람들한테 한 번씩 보여줘 봐요. 집이나 나무를 알아보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으니까.”

마늘 반장이 대답했다.

“그렇게 해볼게요.”


회관에 도착한 세 사람은 사진을 식탁 위에 놓았다.

마늘 반장이 종이와 연필을 가져왔다.

오늘 확인한 곳과 결과를 나누어 적었다.

- 마을 입구: 집의 배치가 사진과 다름.

- 냇가 쪽 옛길: 길의 굽은 모양은 비슷하지만 집과 돌담을 확인하지 못함.

그 아래에는 촬영 시기와 장소, 사진을 찍은 사람을 아직 모른다고 적었다.

된장 할머니가 종이를 읽었다.

“이 정도면 됐네.”

소금 아저씨가 사진 뒷면을 다시 살폈다.

“글씨를 읽을 수 있으면 좋겠는데요.”

마늘 반장이 사진을 종이와 함께 봉투에 넣었다.

“다음에는 오래 사신 분들한테 보여드릴게요. 길을 아는지부터 묻기보다, 사진 속 집이나 나무를 알아보는지 여쭤보려고요.”

된장 할머니가 봉투를 받아 들었다.

“그래. 아는 것만 듣자. 기억이 다르다고 누가 틀렸다고 할 일도 아니고.”

봉투 앞면에는 ‘옛길 사진’이라고 적었다.

마늘 반장은 오늘 적은 기록을 봉투 안에 넣었다.

사진 속 장소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마을 입구와 냇가 쪽 옛길은 살펴봤다는 사실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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