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이야기 속에서 다시 만나는 인간의 삶 67
북풍과 태양은 길을 가는 나그네의 외투를 누가 먼저 벗기게 할 수 있는지 내기를 한다. 북풍은 자신이 가진 힘을 믿는다. 세차게 바람을 불면 나그네가 추위를 견디지 못하고 외투를 벗으리라고 생각한다. 태양도 그 내기를 받아들인다. 두 존재가 같은 결과를 바라지만, 그것을 이루려는 방법은 서로 다르다.
북풍이 먼저 나선다. 바람이 거세질수록 나그네는 외투를 벗기는커녕 몸을 더 단단히 감싼다. 외투가 날아가지 않도록 여미고, 추위를 견디기 위해 옷깃을 움켜쥔다. 북풍은 더 세게 불지만 나그네의 외투는 벗겨지지 않는다. 힘을 더할수록 나그네도 외투를 지키려는 행동을 강화한다.
태양의 차례가 되자 상황이 달라진다. 따뜻한 햇볕이 나그네에게 내리쬔다. 나그네는 더위를 느끼고 외투를 벗는다. 태양은 북풍처럼 옷을 잡아당기지 않았다. 나그네가 외투를 벗어야 할 만큼 주변의 조건을 바꾸었을 뿐이다. 내기는 태양의 승리로 끝난다.
이야기는 짧고 결말도 분명하다. 북풍은 강한 바람으로 상대를 움직이려 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고, 태양은 따뜻함으로 원하는 결과를 얻었다. 이 우화는 흔히 강압보다 온화한 설득이 낫다는 교훈으로 읽힌다. 그 해석은 이야기의 흐름과 잘 맞는다. 다만 이 장면을 단순히 부드러운 태도가 언제나 강한 태도보다 낫다는 말로 바꾸면, 두 존재가 처한 상황의 차이를 놓치게 된다.
북풍은 바람을 불게 하는 자신의 힘을 사용했다. 바람이 강해지면 외투를 벗기기 쉬울 것이라고 판단했지만, 나그네에게는 추위를 피해야 할 이유가 있었다. 바람은 나그네의 몸을 차갑게 만들었고, 외투는 그 차가움으로부터 몸을 지키는 옷이었다. 북풍이 강해질수록 외투의 필요도 커졌다. 북풍은 자신이 가진 힘을 더했지만, 그 힘이 나그네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지는 헤아리지 못했다.
이 장면에서 외투는 단순한 옷이다. 나그네는 추위를 피하려고 그것을 입고 있었다. 그러나 북풍이 강해지자 외투는 더 이상 몸을 덮는 옷에 머물지 않는다. 바람을 견디기 위해 꼭 붙들어야 하는 것이 된다. 누군가의 행동을 억지로 바꾸려 할 때, 상대는 원래 하던 행동을 더 강하게 고수할 수 있다. 자신을 지키기 위해 시작한 행동이 상대의 압박 때문에 더욱 단단해지는 것이다.
이런 반응은 사람 사이에서도 나타난다. 어떤 사람에게 생각을 바꾸라고 강하게 요구하면, 그는 그 생각이 옳은지 다시 살펴보기보다 자신의 입장을 지키는 데 힘을 쏟을 수 있다. 잘못을 인정하라는 요구가 지나치게 거세면 잘못을 돌아볼 기회보다 체면을 지키려는 마음이 앞설 수도 있다. 상대가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 알기 전에 힘으로 바꾸려 하면, 처음의 문제에 저항까지 더해진다.
그렇다고 모든 요구가 잘못이라는 뜻은 아니다. 함께 살아가려면 지켜야 할 약속이 있고,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행동을 멈추게 해야 할 때도 있다. 위험한 상황에서는 분명한 금지와 신속한 조치가 필요하다. 부드러운 말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일도 있다. 북풍과 태양의 우화가 다루는 것은 모든 상황에서 어떤 태도가 옳은가 하는 문제가 아니라, 자신이 원하는 결과를 얻으려는 방법이 상대의 행동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하는 문제에 가깝다.
북풍은 나그네가 외투를 벗어야 한다는 사실만 보았다. 왜 그가 외투를 입고 있는지, 바람이 강해질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는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다. 나그네가 외투를 벗지 않는 것을 자신의 힘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여겼다면, 바람을 더 세게 부는 것밖에 다른 방법을 찾기 어려웠을 것이다. 자신의 힘을 더하면 문제가 해결된다는 생각은 때로 문제의 원인을 더 크게 만든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