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오지심을 통한 슬롯복지 실천(3)

차곡차곡 의를 쌓아 호연지기로 실천한다

by오아시스

측은지심이 타인의 고통을 보고 마음 아파하는 감정이라면, 수오지심은 불의한 현실을 부끄러워하고 바로잡고자 하는 도덕적 각성이다. 수오지심에서 수(羞)가 스스로 부끄러움에 대한 도덕적 자기성찰이라면, 이런 성찰의 과정을 거쳐 회복한 도덕성을 바탕으로 슬롯적 불의에 저항하는 증오심이 바로 오(惡)다. 즉, 수치심이 개인의 덕성이라면 증오심은 슬롯적 덕목이다. 인간은 부끄러움을 느껴 수치심이 차오르면 증오심이 생겨서 공분(公憤)으로 표출하게 된다. 공자는 불인(不仁)을 미워하는 것 역시 인을 실천하는 것이라고 했고, 맹자는 인의를 해치는 상황에서 침묵하지 않는 것이 곧 인의 실천임을 시사했다. 공자와 맹자 모두 자기성찰의 과정에서 얻은 도덕심을 슬롯적 불의에 대한 분노로 확충할 것을 적극적으로 옹호했다.


사람의 마음속에는 욕망과 이성이라는 힘 외에도 또 다른 강력한 힘이 존재한다. 플라톤은 사람의 영혼을 세 가지 성질로 나눌 수 있다고 했다. 그것은 이성과 욕망, 그리고 이성과 욕망 중 어느 한쪽을 골라 결합하는 강력한 힘인 기개(氣槪)이다. 사람은 욕망에 조정 당하고 싶지 않다고 생각할 때 열심히 자신을 바꾸려고 노력한다.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생각대로 일이 잘 풀리지 않으면 분노가 솟아나기도 한다. 그런데 바로 이러한 분노가 다시 한번 이성과 결합하면 처음과는 달리 엄청나게 강력한 힘이 발생한다. 그리고 그 힘으로 자신을 조정하던 욕망을 날려버리고, 스스로 이성이 주도하는 삶으로 나아가려고 애를 쓴다. 플라톤은 이성과 결합해서 우리의 인생을 이끄는 그러한 힘을 ‘기개의 영혼’이라고 했다.


사람은 누구나 살면서 잘못을 한다. 중요한 것은 그것을 인정하느냐 아니냐 하는 거다. 만약 내 잘못이라고 판단했다면, 자신을 반성하고 다시는 그 잘못을 저지르지 않아야 한다. 잘못인 줄 알면서도 고치지 않는 것이 진짜 잘못이며, 잘못이라고 깨달았으면 고치기를 꺼리지 말아야 한다. 스스로 잘못을 인정하고 고치기 위해서는 내면의 용기가 필요하다. 불의를 보고 침묵하지 않으려면 그 또한 대단한 용기가 필요하다. 맹자는 수오지심이 현실에 드러나 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진정한 용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진정한 용기는 힘으로 남을 누르는 기세가 아니라 스스로 돌이켜 보아 똑바르다면 상대가 천 사람이든 만 사람이든 대적할 수 있는 법이고, 반대로 스스로 돌이켜 보아 똑바르지 못하면 상대가 미천한 사람이더라도 두려워하게 마련인 법이다. -《맹자》「공손추」편

맹자가 말하는 진정한 용기는 스스로 도덕적으로 떳떳할 때 내 안에 가득 차오르는 그 어떤 기운과 같은 것이다. 맹자는 군자라면 흔들리지 않는 마음, 부동심(不動心)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그러한 부동심을 가지기 위해서는 세상에 거리낄 것이 없는 정신적·육체적 기운인 호연지기(浩然之氣)를 길러야 한다고 했다. 호연지기를 기르면 사람과의 관계에서 마음이 동요되지 않을 뿐 아니라 세상을 살면서 부끄러움 없이 당당한 자립의 기개를 갖게 된다. 맹자는 이러한 경지에 이른 인간을 대장부(大丈夫)라고 칭했다. 대장부는 단순히 용감한 사람이나 힘이 센 사람을 일컫는 것이 아니다. 무릇 대장부라면 돈 때문에 양심을 버리지 않고, 가난 때문에 신념을 포기하지 않으며, 권력 앞에서 진실을 굽히지 않고 꿋꿋하게 자신을 길을 가는 사람이다. 마음이 흔들리지 않으면(不動心부동심) 근심이 닥쳐오더라도 근심으로 여기지 않을 수 있다. 그리하여 대장부는 수오지심이 살아있는 사람이다. 불의에 대한 부끄러움을 알고, 스스로 자각하여 고칠 수 있는 사람이다. 공자는 “사람다운 사람은 구차하게 살기 위해 사람다움(仁인)을 포기하지 않으며, 몸을 죽여서라도 사람다움을 이룬다.”라고 했다. 진정한 용기를 지닌 사람은 일생에 딱 한 번 숨이 끊어지는 날 죽는다. 그러나 비겁한 사람은 그가 사람다움을 포기할 때마다 죽는 것과 마찬가지다. 사람다움이란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는 이유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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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롯복지사, 호는 사천(沙泉), 윤동주와 쇼펜하우어를 동경하는 염세주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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