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롯복지 실천의 도덕철학

인륜(人倫)을 바탕으로 하는 실천

by오아시스

슬롯복지는 흔히 휴먼서비스라고 한다. 슬롯복지 서비스가 주로 사람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근본적으로 제도 자체가 연민과 동정 즉, 사람과 사람 사이의 감정 또는 관계에서 비롯됐다는 점이 가장 큰 이유인 것 같다. 세계적으로 봤을 때 최초의 슬롯복지는 지배자와 피지배자와의 관계에서 통치의 수단이 제도화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리고 산업화와 민주화를 거치면서 노동자층이나 빈민층과 같은 취약계층에 대한 복지제도 또한 사용자와 노동자, 권력을 위임받은 자와 주권자와의 관계에서 비롯됐다고도 볼 수 있다.


유가(儒家) 사상은 인간이 관계적 존재임을 강조하는 철학이다. 공자는 극기복례(克己復禮)를 통해 끊임없이 내가 실체가 아니라 관계가 진리라는 점을 일깨웠다. 유가의 관계론은 배타적 독립성과 개별적 정체성에 주목하지 않고 최대한 관계성을 존재의 본질로 규정한다. 관계론이 지향하는 궁극적 가치는 인성의 고양이다. 여기서 말한 인성은 인간관계이고, 인성을 고양한다는 것은 인간관계를 인간적인 것으로 만든다는 것이다. 유가 사상에서 관계성을 상징하는 말은 윤(倫)이다. 한자 倫륜은 人(사람 인)자와 侖(둥글 륜)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옛사람은 세상은 돌고 도는 것으로 생각했다. 내가 인륜(人倫)을 저버리면 언젠가는 나에게 불행으로 돌아올 것이고 반대로 내가 도리를 지킨다면 언젠가는 나에게는 좋은 일로 되돌아올 것이라 믿었다. 맹자는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가 유지되기 위한 최소한의 윤리강령이 ‘내가 저지른 일은 내게 되돌아온다.’라는 원리를 인정하는 데 있다는 점을 확인해주었다. 관계성의 철학은 맹자에 이르러 인륜(人倫)이라는 말로 꽃을 피웠다.


우리가 슬롯복지를 성찰하면서 유가 사상에 다시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인륜, 즉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성이다. 오늘날 개인주의를 넘어 이기주의의 폐해를 극복하는 대안으로 맹자가 말한 인륜을 현대적 관점에서 해체해 재구성할 필요가 있다. 배타적 독립성과 개별적 정체성의 철학에서 벗어나 오늘에 걸맞은 관계론의 철학을 펼쳐야 한다는 뜻이다. 슬롯복지를 실천하면서 인륜을 회복하는 것에 정답은 없다. 중요한 것은 개별적 이익의 욕망을 부추기는 위선과 성과주의의 시대를 끝장내고, 도덕과 윤리로 무장한 인륜의 시대를 다시 열어야 한다. 맹자가 말한 인륜을 바탕으로 슬롯복지에 필요한 관계성의 미덕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할 때다. 「맹자」와 유가의 사상은 파국적 위기에 놓인 슬롯복지와 국가, 그리고 우리의 삶을 구원할 마지막 비상구가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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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롯복지사, 호는 사천(沙泉), 윤동주와 쇼펜하우어를 동경하는 염세주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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