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 3
내가 UGA에 오게 된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별 것 없다. 아내가 먼저 UGA를 선택했기 때문이다. 나보다 한 해 먼저 유학에 선발된 후 아내는 학교를 고를 때 여러 요소를 따졌다. 따뜻한 지역일 것, 물가가 싼 곳일 것, 법대가 좋은 학교일 것. 이런 요소들을 살펴보니 딱 하나밖에 남지 않았다. University of Georgia.
참고로 아내는 행정대학원으로 진학하지만, 법대가 좋아야 하는 이유가 있었다. 나도 함께 유학에 선발된다면 법대를 지원할 계획이었는데, 정부에선 아무 학교나 지원해주지 않는다. 미국 내 상위 40위 안에 드는 학교여야 한다. 그래서 같은 학교에 다니려면 행정학은 물론 법학도 40위 안에 드는 학교를 골라야 했다.
이런저런 이유로 UGA에 입학하게 되었고, UGA가 위치한 조지아주의 북동쪽 Athens라는 조용한 도시에서 살게 되었다. Athens는 Atlanta에서 차로 1시간 반 정도 떨어져 있다. 서울과 세종은 심리적으로 거리가 먼데, 미국에서 Atlanta와 Athens는 거의 붙어 있는 수준으로 취급한다.
Atlanta와 Athens 사이에 Duluth라는 지역이 있는데 한인이 매우 많이 거주하는 Korean Town 같은 곳이다. 우리 집에서 1시간 거리인데 거기 가면 온갖 표지판이 전부 한글로 쓰여 있고, 한인 식당들도 즐비하여 향수병을 치료하기 딱 좋다. 우리는 한 달에 한 번 이발하러 가면서 한인 마트에 들러 한국 식자재와 과자를 잔뜩 사 온다. 설렁탕이나 김치찌개, 짬뽕에 탕수육 같은 걸 먹고 오면 피자와 햄버거에 질린 미국 생활을 좀 더 견딜 수 있게 된다. 처음 이곳에 왔을 땐 이렇게 한인 친화적인 지역이 미국에 흔한 줄 알았는데, 플로리다에서 차를 몇 시간 타고 와서 여기 한인마트에 간다는 사람도 있는 걸 보면 Athens에 사는 게 꽤나 운이 좋은 거였다.
어쩌다 살게 된 Athens지만, 점점 더 좋아지고 있다. 짧은 경험이지만 미국의 여러 도시들을 다녀본 결과, Athens만큼 조용하고 안전하면서 Costco, Trader's Joe, Publix, First Watch 등 있을 거 다 있는 도시는 많지 않았다. 마약에 찌든 사람들도 걱정을 많이 했지만, 적어도 여기선 본 적이 없었다. 대학도시라 그런 걸 수도 있다. 주민들의 상당수가 UGA 학생이나 교직원, 그 가족 또는 졸업생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풋볼 경기 같은 학교 스포츠 행사가 있으면 교통이 금방 마비된다. 길거리에는 UGA 로고가 달린 모자나 옷을 착용한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고, 도로에는 UGA 스티커, 특히 마스코트인 불독 스티커를 붙이고 다니는 차도 흔하다.
게다가 조지아주도 그렇고 여기 Athens도 물가가 싼 편이다. 우리가 사는 집도 2 배드룸, 2 배쓰룸, 개인 차고가 포함된 1층 단독주택인데 관리비에 전기, 수도까지 다 포함하면 한 달에 2,000불 정도 지출된다. 공무원들이 많이 가는 캘리포니아나 워싱턴 D.C. 에 비하면 거주비가 절반 이하의 수준이다. 기름값도 전국에서 가장 낮은 지역 중 하나로 요즘 1갤런당 3.5불 정도 하는데, 내가 오기 전에는 2.x불이었다고 한다.
UGA도 마찬가지다. 이렇게까지 마음에 들 줄 몰랐다. 먼저 UGA는 슬롯과학을 비롯해 여러 전문대학원의 평가가 좋은 학교이다. 공공정바카라은 10위 내에 들고, 로스쿨도 20위권에 들어간다. 그에 비해 학비는 싼 편이다. 상위 20위 로스쿨 기준으로 1년 학비가 대부분 8만 불 근처인데, UGA는 4만 불, 반값이다. 나의 경우도 장학금을 받아 2만 불도 안 되는 학비로 다니고 있다. 보통 공무원들은 정부 지원금을 받고도 수천만 원의 사비를 더 쓰면서 학교를 다니는데, 나와 내 아내는 UGA를 다니면서 정부 지원금만으로 학비를 충당하고 있다.
단순히 학업이 아니라 그 외적으로도 지원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다. Ramsey center라는 학교 체육관이 웬만한 종합 스포츠 센터 수준으로 규모가 크다. 수영장, 농구장, 암벽등반 시설 외에도 넓은 웨이트 공간에서는 항상 수많은 학생들이 운동하고 있다. UGA 학생 식당도 만족스럽다. 나는 아직 Bolton Dining 밖에 가보지 못했지만, 거기도 단 11불에 뷔페식으로 온갖 지역의 질 좋은 메뉴를 골라 먹을 수 있다. 어떤 학생들은 식당 안에서 공부하면서 내내 상주하기도 하더라. 앞서 말했지만, UGA가 풋볼이나 농구 등 여러 스포츠 분야에서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어 주민들의 관심도 높고 이벤트가 자주 열린다. 풋볼 시즌이 시작되는 주에는 수업 시간마다 교수님들이 풋볼 이야기로 시작했다.
여기서 만난 모 과장님의 아들은 UGA에 예쁜 여학생들이 많다는 이유로 (물론 다른 이유도 있겠지만) 우리 학교로 전학 왔다고 했다. 누구는 UGA에 여학생이 워낙 많다며 농담 삼아 '조지아 여대'라고 부르기도 했다. 실제로 학교에 있으면 학생들 대부분 백인이며, 여학생들도 굉장히 많다는 게 체감된다. 바로 옆 도시 Atlanta에서 Georgia State University (GSU)를 다니는 공무원 동기는 학생 대부분이 흑인, 교수나 교직원들도 흑인 비율이 높다고 하길래 깜짝 놀랐다. 집이나 학교, 지금까지 생활한 환경이 주로 백인 비율이 높은 곳이어서 더 그렇게 느꼈던 것 같다.
사실 무엇보다, 아내랑 같은 학교를 다니는 걸 자랑하고 싶었다. 부부 공무원이라는 점도 항상 자랑거리였다. 같은 일을 하다 보니까 서로 공감할 점이 많다는 게 좋았다. 그런데 미국에 와서도 Campus Couple로 둘이 꼭 붙어 다닌다. 둘이 함께 학교 도서관에서 공부하고, 교내 식당에서 밥을 먹으며, 스포츠 행사도 간다. UGA 로고가 박힌 커플티도 여러 벌 있다. 마흔이 넘어 학교를 다니게 될 줄도 몰랐는데, 아내랑 손잡고 캠퍼스를 걷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