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8. 11.
처음으로 LLM 동기들을 만났다. 국제 학생 오리엔테이션 LLM session에는 14명의 동기 중 나를 포함해 6명이 참석했다. 국적이 다 달랐다. 터키, 중국, 칠레, 우크라이나, 영국, 그리고 한국.
자기소개를 하는데, 이게 웬 걸. 너무나 매끄럽고 자연스럽게 잘 되는 것 아닌가. 순간 나도 이제 미국 학교 학생으로서 녹아들었나 보다 싶었다. 하지만 이건 잠깐이었고, 나중에 점심을 함께 먹으면서 더 많은 대화를 했다가 내 영어 실력은 뽀록이 나고야 만다.
한 번은 다음 주 법대 오리엔테이션 때 마지막 날에는 정장을 입고 오라면서 나머지는 비즈니스 캐주얼을 입고 와도 된다고 했다. 비즈니스 캐주얼이 정확히 어떤 뜻인지 몰라서 중국 친구에게 내 복장(반팔 티셔츠에 반바지)을 가리키며 이거 맞냐고 물었더니 중국 친구가 웃음이 터지려는 걸 꾹 참으며 절대 아니라고 했다. 이 이야기를 아내에게 해줬더니 이건 영어의 문제가 아니라 그냥 상식이 없는 것이라고 핀잔을 줬다.
어쨌든, 동기들은 사뭇 진지했다. 다들 자기 나라에서 변호사 등 법조인으로서 경력이 있고, 또 다들 조지아주 변호사 시험을 칠 계획이었다. 몇 명은 시민권자 또는 영주권자로 변호사 자격을 딴 후 미국에서 계속해서 살 생각이었다. 수업도 변호사 시험에 도움이 되거나 필수로 들어야 하는 과목을 위주로 골랐던데, 나만 뭔가 내가 듣고 싶은 과목을 선택해 듣는다니깐 동기들에게 머쓱했다. 다들 생계가 달린 문제인데, 나는 공무원으로서 정부 돈 받아가면서 이렇게 마음 편하게 공부만 하면 된다니깐 말이다. 칠레에서 온 친구는 나보고 (미국에서) 일을 안 해도 되니깐 공부할 시간이 많겠다며 부러운 목소리를 냈다.
그래, 내가 공부를 위해 선택한 Constitutional Litigation Seminar와 State and Local Government 수업은 동기들 중엔 아무도 들을 거라 기대도 안 했다. 그래도 변호사 시험을 보려면 Constitution Law II는 다들 들을 거라 생각하고, 그 수업은 노트북을 포함해서 전자장비는 수업시간에 가져오면 안 된다고 푸념을 했더니. 아뿔싸. 아무도 헌법 2도 듣지 않는다고 했다. 나는 진짜 미국인 JD 친구들과만 수업 듣게 (경쟁하게) 생겼다.
여기서 잠깐, State and Local Government 수업에 대해서 짧게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2학점 밖에 안 되는 부담 없을 줄 알았던 수업이었는데 Syllabus는 무려 10장이었다. 시험은 없으나 학기를 마칠 때까지 3~40페이지짜리 논문을 써야 하는데, 그 주제는 조지아주 정부와 법과 관련되는 것으로 문제점을 찾아 해결하는 것까지 담겨야 했다. 거기다 최소 3개의 외부 활동 결과(조지아 정부 관계자와의 회의, 전문가나 공무원, 주민과의 인터뷰 등)를 넣어야 한단다. 하아.
일단 챗지피티에게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수업이냐 했더니 절대 2학점 짜리 로드는 아니지만, 그래도 들으면 많은 걸 배울 수 있다고 했다. 특히 내 연구과제와 관계된 주제를 잡으면 나중에 훈련 결과 보고서를 쓸 때도 도움이 될 거라고 했다. 진심인지 아니면 내가 듣기 좋으라고 한 말인진 모르겠지만 자꾸 나에게 희망고문을 불어넣었다. 그래 똥처럼 보이더라도 된장일 수도 있으니깐 한번 먹어나 보자는 마음으로 수업을 준비하기로 했다. 이미 첫날부터 과제가 자기소개 발표, 최근 조지아주 정부와 관련된 뉴스 발표, 조지아주 정부와 접촉했던 사례 준비, 8페이지짜리 논문 읽기. 이게 수업 한 번에 다 커버할 수 있는 건가. (물론 다른 과목들은 매 수업 전마다 교과서 3~40페이지를 읽고 헌법 판례도 정리해야 하고, 콜드 콜도 준비해야 하고 장난 아니다)
개강이 2주 남았는데 벌써부터 후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