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이 있어 외출했던 어느 날. 버스정류장으로 향하던 길 간호사복을 입은 사람 세 명이 내 옆을 지나갔다. 그들은 누군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던 모양이다.
"웃겼다니까~? 덩치는 산만해가지고… 어쩌고. 블라블라."
무심히 그 옆을 지나쳐 몇 걸음 걸었을까. 뒤에서 터져 나온 웃음소리.
"헐, 그 얘기하는데 하필 진짜 덩치 산만한 사람이 지나가냐ㅋㅋㅋ"
주변을 둘러보았다. 우려하던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나 말고 아무도 없었다. 피해망상인가 생각하기엔 그들의 웃음의 이유가 나인 것이 명확했다. 뭐가 그렇게 즐거웠을까.
덩치 큰 여자로 살면서 이런 무례함에 노출되는 일은 수도 없이 많았다. 익숙해질 법도 하지만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일은 여전히 불쾌하고 조금은 억울한 입장이다. 좋게 생각해 보자면 하나의 글쓰기 소재가 생겼다는 거다. 정신승리라고 해두자.
이런 이야기를 신랑에게 하면 신랑은 공감대신 이성으로 늘 허를 찌르는 답변을 하곤 한다.
"그 사람들 진짜 놀랐을 수도 있어. 포스가 장난 아니거든! 그리고 타고난 키랑 뼈대는 어떻게 못한다니까? 요즘 운동 열심히 해서 더 그럴 수 있어. 아예 그냥 그 아우라로 이 동네 일짱이 되어보는 건 어떠니."
신랑의 말을 듣고 또 생각한다. 아~ 남들이 보는 나는 도대체 어떤 모습인가 생각하니 실소가 터진다.
그래? 진짜 그럴까? 그냥 이 동네 내가 평정해 버릴까? 킥킥대고 이런 시답지 않은 농담을 주고받으며 왠지 조금 기분이 풀린다. 가끔은 T 식의 위로가 생각을 빨리 전환하는데 도움이 되는 듯하다.
새로운 일을 시작한 지도 어느덧 6개월이 지났다. 생각보다 노동 강도가 있다 보니 바삐 움직이다 보면 살이 빠지지 않을까 내심 고대했는데 살은 1 킬로그램도 빠지지 않았다. 하지만 다행인 것은 근육량이 조금씩 늘고 있다.
이제는 외모보다는 건강과 내면을 더 신경 써야 함에도 한 번씩 이렇게 긁히는 일이 생기면 자존감이 더 바닥으로 떨어진다. 신랑은 나에게 힘든 일을 하면서 건강을 유지하려면 근력이 있어야 한다며 매일 운동을 가르치고 있다. 날 사랑하면 마운자로나 맞춰달라는 말도 안 되는 어리광에 그건 진정한 사랑이 아니야라고 답하는 그. 오래 버틸 수 있는 체력을 길러주려는 신랑의 큰 그림을 나는 이제야 조금씩 이해하는 중이다.
그래! 진정 피할 수 없는 일이라면 멋지고 당당한 아우라로 이 동네 일짱이라도 해보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