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을 먹고 싶었나 봐

by지금


동생이 할머니를 뵈러 오면서 찐 감자, 부침개, 해산물, 콩비지 등 다양한 음식을 준비해 왔다. 콩비지찌개는 어릴 적 할머니가 자주 해주시던 음식인데 아무리 흉내 내봐도 그 맛이 아니어서 아쉬웠다고 했다. 할머니의 기억을 되살리고 조언을 얻어 비지찌개를 끓여보려고 콩비지를 가져왔다는 말에 내가 한번 나서보기로 했다.


냄비에 기름을 살짝 두르고 김치와 돼지고기를 넣고 볶다가 어느 정도 볶아지면 물을 넣고 끓이기. 보글보글 끓어오르면 비지를 넣고 마늘, 국간장 조금과 소금, 부족하면 다시다를 살짝 첨가해 끓였던 것이 내가 기억하는 레시피였다. 할머니도 이 외에 별다른 재료는 들어가지 않았다고 하셨다. 나는 기억을 따라 비지찌개 한 냄비를 푸짐하게 끓여냈다.


어깨너머 요리를 배웠지만 맛을 떠올리면 어느 정도 따라 할 수 있는 요리수저를 타고났다고 자부했는데 오늘만큼은 긴장이 됐다. 그 맛을 재현할 수 있을까…


할머니와 동생이 맛을 보고는 너무 맛있다며 좋아했고 그 모습을 보니 행복했다. 어릴 때처럼 한 대접 가득 퍼서 밥을 슥슥 비벼 먹었다. 그러다 동생이랑 눈이 마주쳤는데 나를 보고는 이렇게 말했다.

“언니. 맛도 맛이지만 난 추억을 먹고 싶었나 봐.”

그 말을 하는 동생도, 듣는 나도 눈시울이 붉어졌다. 작은 밥상에 세 명이 둘러앉아 소박하지만 따뜻한 식사를 하던 그때 그 시절이 떠올랐다. 팍팍한 살림살이에도 손주들만큼은 잘 먹이고 잘 키우려 애쓰던 우리 할머니…


할머니는 소화가 어려워 몇 술 뜨지도 못하시면서도 손녀들 입에 들어가는 것만 봐도 즐거워하셨다. 더 먹어, 꼭꼭 씹어먹어 하면서 살뜰히 챙겨주는 할머니를 보면서 주체할 수 없는 감정에 눈물 한번 삼키고 밥 한번 삼키고 했던 오늘의 식사. 우리는 오늘 함께 추억을 먹었다.


할머니는 요즘 많이 힘들어하신다. 몸무게를 재보니 33 킬로그램. 온몸은 이상 신호를 보내오고 있고, 그런 변화들을 받아들이기 힘들어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모든 것을 체념하신 듯 보였다.

가슴이 아파 집으로 돌아와서도 한참을 울었다.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비지찌개를 해주던 젊은 할머니가 아직 눈에 선한데… 그런 나의 할머니가 시간 속으로 사라지려고 한다.


나는 또 다짐한다. 후회하지 말자고. 더 더 더 많이 사랑해 드리자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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