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팀원이 나를 1점 줬다면

평가 점수에 흔들리는 리더에게, 흔들리지 않는 마음을 만드는 비결

by커리어 노트


'팀장님, 팀장 평가 결과가 오픈되었습니다.'

HR팀에서 도착한 한 통의 메일. 첨부 파일을 클릭하기 직전, 리더의 손가락은 잠시 멈춘다. '내가 팀원들에게 어떻게 보였을까? 혹시 누군가 1점이라도 줬으면 어떻하지?'

평가 결과 페이지가 열리는 그 0.5초의 정적은, 모든 리더가 겪는 가장 외로운 순간이다.



처음 리더가 되어 첫 평가 결과를 마주한 어린 후배 팀장이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선배, 왜 연예인들이 댓글 보고 자살하는지 알 것 같습니다."

그 한마디에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모든 평가는 항목별 점수와 팀원들이 직접 입력한 주관식 여러 줄로 압축되어 도착하지만, 그것을 받아 든 리더의 마음속에서는 며칠을 흔드는 거대한 폭풍이 된다. 때문에 나는 그 후배에게 점심을 사주고 2시간 가까이 진심어린 이야기를 해주었던 기억이 있다.




박한 평가에 숨겨진 진짜 메커니즘

평가 점수가 박하다고 해서 곧장 리더십에 큰 문제가 있다고 단정 짓는 것은 위험하다. 평가의 구조 자체가 박한 점수를 향해 기울어 있기 때문이다. (물론 진짜 문제가 있어 점수가 낮은 경우도 있고, HR부서에서는 이를 귀신같이 알기 때문에 리더십에 문제가 있어 1점이라면 해당 리더는 더이상 리더 역할을 할 수 없게 된다.)


실제 발생하는 여러가지 경우를 예를 들어보겠다.


조직에 불만이 가장 큰 사람이 평가 페이지를 1등으로 열어 1점을 던지고, 로열티 높은 팀원은 회의와 보고서에 치여 마감 직전에야 형식적으로 답하는 경우가 많다.


평가 직전 주에 이슈가 한 번 터지면 1년 내내 잘해 준 기억은 사라지고 그 한 장면만 빵점으로 박히기도 한다.


어떤 팀원은 "팀장님 만점 드릴게요"라고 웃으며 말하고는 모든 항목에 1점을 깔아 두기도 한다.(나중에 평가 참여인원수, 직급 등을 보면 알 수 있다.)


팀장 자리를 노리고 의도적으로 깎아 두는 경우도 있다.


일에 별 관심없는 리더가 팀원들과 매일 농담하고 놀려 주고 만점을 받는 경우도 수도 없이 본다. 이게 정말 좋은 리더십의 증거일까?


너무나도 많은 상황 변수들이 있기에, 점수 한 줄로 리더십의 전부를 평가할 수 없다는 사실은 그 누구보다 평가 설계자들이 가장 잘 알고 있다.




가장 피해야 할 리더의 행동

평가 점수를 받아 든 뒤 절대 해서는 안 되는 행동이 하나 있다. 팀원들을 모아 놓고 "내가 이 정도냐? 여러분이 이렇게 생각하는지 몰랐다. 정말 실망이다" 라며 공개적으로 협박성 멘트를 던지는 리더들이 있다.

이 행동은 절대적으로 피해야 한다. 왜냐하면 그렇게 한다고 나아질 것이 단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다음 평가 점수는 더 떨어진다. 침묵하던 중립 팀원까지 불만 진영으로 돌아서고, 1점을 줬던 팀원은 자신의 선택이 옳았다는 확신을 얻는다.


평가 결과를 빌미로 팀원을 단체로 압박하는 순간, 리더는 스스로 자신의 평가를 사실로 만들어 버린다. 점수가 박할수록, 리더는 더 차분해져야 한다. 그것이 평가의 역설이다.




흔들리지 않는 마음을 만드는 원칙

그렇다면 평가 점수에 흔들리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답은 단순하다.

평가는 정답이 아니라 신호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다.


리더 자리에 오래 있어 보면 누가 왜 점수를 깎았는지 거의 다 보인다. 신규 팀원과 기존 팀원의 비율, 평소의 관계, 주관식 말투, 직전 면담 내용까지 종합하면 그림이 완성된다. 특히 주관식은 평소 말투가 그대로 묻어나서 본인이 아무리 다른 사람인 척 써도 보는 사람에겐 다 보인다.


알 수 있어서 다행이다. 알아야 관계를 개선하고, 업무를 조정하고, 다음 분기를 설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참고할 것은 참고하고, 개선할 것은 개선하고, 나머지는 겸허히 받아들이면 된다. 단, 자바카라은 절대 금물이다. 그 1점은 당신의 1년에 대한 것이 아니라 여러가지 상황적 변수들로 인해 발생한 것일 수 있기 때문이다.




평가 결과를 마주한 다음 날,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자바카라도, 단체 호출도 아니다. 숫자 뒤에 숨은 사람을 읽고, 개선할 한 가지를 골라 다음 분기에 조용히 적용하는 것이다. 그것이 리더의 일이다.


평가 점수에 마음을 던지지 말자. 단호하고 담백하게 받아 들이자. 흔들리지 않는 마음이야말로 나를 지키는 길이며, 진짜 리더로 성장할 수 있는 길이다.


오늘도 외로움의 중심에 놓여있을 리더들을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토닥토닥. 토닥토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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