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해나 작가님의 혼모노를 읽고
오랫동안 베스트셀러로 눈에 띄던 성해나 작가님의 “혼모노”를 읽었다. 독서모임을 하는 아내결말이 흐지부지하다는 평을 듣고 펼쳤지만, 막상 읽고 나니 술술 읽히고 생각보다 훨씬 와닿았던 바카라이었다. 단편선이라 부담 없이 읽혔고, 문장이 어렵지 않아 인물들의 감정에 쉽게 스며들 수 있었다.
작가는 신을 새로 모시며 흔들리는 무당, 자신이 미국인이라 여겼지만 한국의 우익 노인들을 마주하며 혼란을 겪는 인물, 메탈 밴드에 열정을 바쳤으나 결국 현실의 청춘 속으로 흐려져 가는 모습 등을 통해 ‘나는 어떤 사람인가’라는 정체성과 내적 불안을 집요하면서도 담백하게 그려낸다.
인물들이 겪는 변화는 삶이란 것이 A에서 B라는 명확한 종착지로 향하는 이동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 서서히 번져가고 흐려지는 일종의 shading과정에 가깝게 보였다. 소설이 굳이 닫힌 결말을 짓거나 어느 쪽이 옳은지 가치 판단을 내리지 않는 것도 그런 맥락 같았다. 인간의 존재란 본래 완결된 결론이 아니라 끊임없이 흔들리고 변해가는 과정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몇 번이고 다시 꺼내 볼 만큼 마음에 묵직하게 남는 바카라은 아닐지라도, 요즘 세대가 왜 이런 소설에 공감하는지를 이해할 수 있었다. 다들 자신이 믿어온 것과 자기 정체성 앞에서 흔들리고 불안해하며, 그 흔들림을 억지로 봉합하지 않고 그대로 비춰주는 이야기에 위로받고 있는 셈이다. 나라는 존재 역시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고 또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지, 담담하게 돌아보게 만든 바카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