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등하는 아파트 시장을 보면서 전문가들 사이에도 의견이 갈린다. 부동산이 올라야 이익을 보는 사람들은 불패 신화를 이야기하는 유튜브 채널에 모여서 불패 신화를 공고히 하는 반면, 지나친 과열을 걱정하는 사람들은 가계부채 수치나 PIR 지수를 언급하며 부동산 붕괴론을 펼치며 또 그런 내용을 계속 경고하는 채널에 모인다. 특히 비관론에서 자주 언급하는 가장 단적인 예가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이다.
도쿄의 땅을 모두 팔면 미국 땅 전체를 살 수도 있을 거라는 말이 돌았을 만큼 80년대 말 일본의 버블은 심했다. 그리고 그 이후 30년을 지속해 왔던 부동산 폭락과 이어진 저성장은 많은 나라들에게 공포의 대상이 되었다. 소득보다 부독산 가격이 너무 많이 올랐고 가격이 폭락하자 담보 대출을 갚은 여력이 없는 서민들의 소비력이 줄어들면서 국가 경제 자체가 가라앉는 과정은 과도한 부동산 폭등이 불러올 재앙의 표본이 되었다. 그러나 시장의 미래를 읽으려면 가격 그 자체보다 그 가격을 떠받치는 국가 경제의 체력과 성장의 성격, 그리고 정부 대응의 방향을 뜯어봐야 한다.
과거 일본을 무너뜨린 본질은 부동산 버블이 아니다. 일본이 세계 2위의 경제 대국으로 성장하자 이를 견제하기 위해 미국과 유럽이 강제로 엔화의 환율을 두배로 높인 1985년 플라자 합의 이후 강제된 엔고 속에서 주력 수출 산업들이 경쟁력을 잃고 주저앉았기 때문이다. 기업이 돈을 벌지 못하니 국민의 소득 성장이 멈췄고, 그 결과 통화량 팽창기에 부풀려진 집값의 이자를 감당하지 못해 장기 침체로 이어졌다. 버블로 경기 침체가 장기화된 건 맞지만 시작은 국가 경제의 체력이 무너진 것이 먼저였다.
버블로 위기가 온 상황은 일본보다는 미국의 리만브라더스 사태에 가깝다. 영화 '빅쇼트'에서 폭로하듯,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신용등급이 낮은 이들에게 무분별하게 대출해 준 부실 서브프라임 모기지론과 이를 가공한 파생상품에 금융권이 탐욕적인 배팅을 이어가다 버블이 터진 사건이다. 리먼브라더스 등 거대 투자은행들이 연쇄 파산하며 전 세계 자산 시장이 얼어붙었지만 결국 미 정부가 천문학적인 구제 금융을 투입해 시스템을 강제로 심폐 소생시켰다. 국가가 망하게 두지 않을 것이라는 대마불사의 믿음 속에 풀린 돈은 자산 시장으로 재유입되었고, 부동산을 비롯한 실물 자산들이 다시 맹렬하게 우상향 하는 기폭제가 되었다. 이처럼 부동산 가격의 붕괴는 단순히 가격이 한계치에 도달한 것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국가 경제의 기본 체력이 떨어지고 집값 하락을 막으려는 정부의 의지가 부재해야 가능하다.
그럼 오늘의 한국은 어떠한가? 코스피는 9000을 넘기면서 연일 신고가를 경신하고 있지만, 일반 서민들의 삶을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삼성전자와 SK 하이닉스의 메모리 반도체 슈퍼사이클 덕분에 수 억 원의 인센티브 이야기가 나오지만 낙수 효과는 없다. 대만이 TSMC라는 독보적인 기업 덕분에 국가 GDP는 치솟았으나 내수와 국민들의 실질 소득은 철저히 소외되었듯, 한국 또한 반도체와 자동차 등 극소수 초일류 기업에만 부가 집중되고 있다. 국가 성장률 지표는 화려해 보여도 그 과실이 중소기업 샐러리맨이나 자영업자에게 고르게 분배되지 않는 착시가 일어난다. 결국 부동산 가격을 최종적으로 받아내야 할 대중의 소득 체력이 고갈되면, 과거처럼 모든 지역의 아파트가 동반 상승하며 서로를 지지해 주던 시대는 끝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부동산의 폭락을 그냥 내 버려둘 정부인지도 의문이다. 60%로 넘던 대통령 지지율은 지방 선거를 기점으로 부정으로 돌아섰다. 부동산 규제와 보유세 증세를 실제 진행하지 않았음에도 서울 시민들은 우파의 손을 들어주며 부동산 하락을 원치 않는다는 뜻을 명확히 했다. 4년마다 다시 사람들의 선택을 받아야 정권이 유지되는 민주주의 시대를 살고 있는 한 부동산의 폭락을 두고 볼 정부는 세상 어디에도 없다.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은 모두에게 부동산 하락을 그대로 두었다가는 장기 경제 침체로 이어질 수 있음을 상기시키는 교보재가 되었다.
그렇다면 이 저성장-고물가의 늪과 성장의 불균형 속에서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만약 서울에 온라인 게임을 둔 슬롯초년생이나 아직 내 집 마련을 못 해 망설이는 이가 나에게 "지금이라도 집을 사야 할까요?"라고 묻는다면, 나는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반드시 한 채는 사야 한다"라고 조언할 것이다. 집값의 단기적인 등락에 일희일비할 필요가 없다. 이 돈의 대폭발 시대에 실거주 1 주택은 자산 증식의 수단이 아니라, 내 현금 가치가 녹아내리는 것을 막아주는 가장 튼튼한 방어막이기 때문이다.
인플레이션 시기에는 성장률이 떨어지더라도 돈이 풀리는 속도가 물가를 밀어 올리고, 실물 자산인 주택은 그 화폐 가치 하락을 고스란히 반영받는다. 앞으로 더욱 줄어들 전세 제도를 감안하면, 내 집이 주는 주거 안정성은 이사 걱정이나 전세 사기 리스크를 지워버리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최고의 무형 배당이다. 벼락거지가 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서 벗어나 내 삶의 기단을 단단히 다지는 것만으로도 1 주택의 가치는 충분하다.
올라가는 금리로 대출 이자가 부담이 되겠지만 그냥 임대로 머물게 되면 매달 화폐 가치 하락이라는 더 무서운 보이지 않는 세금을 정부와 시장에 내놓는 것과 비슷하다. 특히 요즘처럼 세금 규제가 늘어 다주택자들이 압박을 받는 상황에서는 감당할 수 있는 선을 정해 놓고 경매나 빠르게 처분할 필요가 있는 급매물을 적극적으로 찾아볼 필요가 있다.
그러나 한 걸음 더 나아가 "저는 자금 여유가 좀 있어서 적극적으로 부동산 투자를 해보고 싶습니다"라고 말하는 이가 있다면, 답변은 완전히 달라진다. 대출이 제한되고 보유세와 거래세가 무거운 시절로 들어서면 갭투자로 여러 채를 굴려 재미를 보던 패러다임은 끝났다. 세금 규제와 저성장 리스크를 정면으로 돌파하려면, 국내 주식 시장에서 자금이 결국 삼성전자나 하이닉스로 쏠리듯 부동산 시장에서도 확실한 초우량주에서만 평균 수익률 이상을 기대할 수 있다.
투자 가치가 있는 조건은 명확하다. 대치동이나 목동처럼 대체 불가능한 교육 인프라를 가진 학군지 중심의 상급지가 하나이고 대기업의 대규모 보상금과 고연봉을 기반으로 한 대출까지 지속적으로 유동성이 유입되며 스스로 성장 엔진을 돌리는 경기 남부 반도체 벨트의 핵심지다. 마지막으로 시간의 흐름 속에서 시내 중심지에서 미래의 신축으로 거듭날 것이 확실한 재건축 단지다. 돈이 넘쳐나지만 모두에게 분배되지 않을 때 여유 있는 사람들의 돈은 결국 가장 안전하고 매력적인 자산으로 흘러가기 마련이다. 투자의 목적이라면 이 세 가지 궤적 위에서 움직여야 승산이 있다.
결국 미래의 서울 아파트 시장은 모든 아파트가 함께 오르는 구조가 아니라, 대다수 평범한 주택의 완만한 상승과 최상위 하이엔드 자산의 독주가 동시에 벌어지는 초양극화 마켓이 될 것이다. 국가의 성장 과실이 소수에게만 분배되는 경제 구조를 닮아가는 셈이다. 이 냉정한 생존 방정식의 한편에서 내 집 한 채로 자산을 방어하라는 조언은 역설적으로 그 진입 장벽을 넘을 체력이 있는 이들에게만 허락된 특권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이 거대한 자산의 성벽 앞에서 아무런 무기도 없이 맨몸으로 서 있는 다음 세대, 삶을 지속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안정된 주거를 이룰 사다리가 끊겨버린 20-30 청년들의 절망을 우리는 어떻게 마주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