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무효한 부동산 정바카라, 인간의 욕망을 간과하다.

by이정원

정부는 매번 집값을 잡겠다며 규제의 칼을 빼 들고, 외곽에 땅을 파서 수십만 가구의 아파트를 공급에 나선다. 신도시를 짓고 지방에 혁신도시를 만들면 서울로 쏠린 수요가 분산될 것이라는 해법이다. 그러나 정부의 이런 노력 들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서울 상급지의 신고가 경신 소식과 함께 백약이 무효하다는 시장의 무력감뿐이었다. 정바카라 당국자들은 공급의 양과 세금 제도에 집착하지만, 대중이 갈망하는 것은 서울 중심부가 가진 삶의 질이자 대체 불가능한 입지다. 이 거대한 미스매치의 출발점에는 대한민국이 당면한 가장 시린 현실, 바로 지방 소멸이 자리 잡고 있다.


지방을 살리겠다며 전국을 촘촘하게 연결한 KTX와 고속 철도망은 지방의 숨통을 쥐어짜는 도구가 되었다. 공간적 거리가 압축되자 지방의 풍부한 인프라가 살아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대형 종합병원과 문화, 쇼핑 등 삶에 필수적인 상급 서비스들이 서울로 급격히 빨려 들어갔다. 큰 병에 걸리면 서울의 5대 메이저 병원을 찾고, 주말이면 서울의 문화 인프라를 누리기 위해 기차에 몸을 싣는다. 거기에 양질의 일자리가 서울과 경기 남부에 집중되다 보니 서울이라는 거대한 플랫폼에는 새롭게 유입되는 사람들의 거주 수요가 넘쳐나게 된다.


image.png대치동 학원가를 둘러싼 버스들과 라이딩 차들


이처럼 온라인 게임과 의료, 문화가 서울로 집중되는 거대한 흐름 속에서 서울 안에서도 상급지와 하급지가 갈라지는 새로운 기준이 바로 교육이다. 산업화 시대를 지나고 사무직과 현장직 사이의 임금의 차이가 나자 누구나 좋은 대학을 보내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인구가 급감하는 인구 절벽의 시대가 도래했음에도 대치동, 목동, 중계동 같은 전통 학군지의 명성은 오히려 더 공고해졌다. 아이를 적게 낳는 만큼 최고로 키우겠다는 부모들의 욕망은 단기간에 복제할 수 없는 대규모 학원가와 면학 분위기를 품은 특정 지역으로 집중된다. 인구가 줄어들수록 검증된 학군지로의 진입 수요는 더욱 강해지면서 서울 안에서도 넘을 수 없는 입지의 격차를 만들어낸다.


여기에 현대인들이 열광하는 신축 아파트와 주상복합의 상품성이 결합하며 시장은 더욱 뜨거워졌다. 과거의 아파트가 단순히 잠을 자는 사각형 콘크리트 상자였다면, 새롭게 지어지는 신축은 수영장, 조식 서비스, 주상복합 상가 등 도심 속 리조트 같은 완벽한 커뮤니티 생태계를 제공한다. 밀집도가 높은 서울에서 쾌적한 주거 환경을 누리고 싶은 욕망은 신축에 대한 폭발적인 선호로 이어지면서 기존 오래된 아파트가 재건축되면 기존의 상급지 내에서도 가격이 수직 상승한다. 2020년대 들어 공사비 급등하고 정부의 규제와 조합 갈등으로 재건축 진행은 더뎌졌지만 공급이 귀해질수록 서울 상급지 신축의 가치는 천정부지로 치솟게 된다.


image.png반포 원베일리의 커뮤니티 시설 안내도 - 신축도 폭등의 중요한 축이다.


이 모든 조건이 버무려진 서울 아파트는 결국 화폐 가치 하락의 시대에 가장 안전하고 강력한 우량 주식으로 진화했다. 특히 2010년대를 거치며 부상한 재건축이라는 화두는 부동산을 단순한 거주 공간에서 미래의 가치를 선반영해 거래하는 고도의 금융 상품으로 진화시켰다. 낡은 아파트의 대지 지분이 가진 미래 가치를 미리 고려해서, 감정평가액과 분담금을 저울질하며 주식을 사들이듯 부동산을 매입하는 형태가 대중화된 것이다. 돈이 부족하면 대출을 받고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갭투자하고 그 전세도 공적 보증을 등에 업은 전세 대출로 탄력을 받으면서 커진 유동성은 이 금융 상품에 거대한 레버리지를 제공하며 폭등을 부추겼다.


결국 서울 아파트 시장에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날 선 욕망들이 엉켜 격렬하게 충돌하고 있다. 반포 원베일리 34평이 70억 원이라는 신화 뒤에는 무리를 해서라도 자녀를 위해 대치동에 입성하려는 학부모, 전세를 살아서라도 서울의 인프라를 누리겠다는 슬롯초년생, 그리고 인플레이션을 방어하기 위해 재건축 유망주를 선점하려는 자산가의 욕망이 담겨 있다. 이런 복잡한 욕망의 고차방정식을 무시한 채, 정부가 단순히 대출을 묶고 다주택자를 압박하면 집값이 떨어질 것이라 접근하는 것은 너무 단순하게 판을 보는 오판이었다. 유한한 영토 위에서 인간의 원초적인 욕망은 규제라는 둑으로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image.png상급지로의 쏠림 현상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인간이 더 나은 삶을 살고 싶어 하는 욕망은 죄가 아니다. 지방이 소멸해 가고 서울 중심부의 가치가 주식처럼 규격화되어 폭등하는 현상은 어쩌면 자본주의 슬롯가 고도화되면서 필연적으로 마주할 수밖에 없는 자산의 집중화 현상일지도 모른다. 정부가 시장의 메커니즘과 인간의 마음을 읽지 못하고 억누르기만 하는 사이, 서울 상급지의 성벽은 저 멀리 더 높고 견고하게 쌓여가고 있다. 그리고 이런 현상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현상은 아니다. 그렇다면 글로벌 대도시들과 비교했을 때, 지금 서울 강남의 부동산 가격과 소득의 괴리는 과연 어느 수준까지 도달해 있는 것일까? 대중의 소득으로 감당할 수 있는 한계선에 얼마나 가까워져 있는지는 3부에서 다루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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