쏟아지는 돈 때문에 내 삶이 평가절하되는 시대의 무게

손진석 기자님의 "돈의 대폭발"을 읽고.

by이정원

인정할 건 인정하자. 부동산 특히 아파트에 대한 나의 지난 생각은 틀렸다. 집은 Live 하는 곳이지 BUY 하는 재화가 아니어야 한다며 노동해서 벌 수 있는 임금으로는 이룰 수 없는 꿈이 되어 버리는 현실이 안타까웠다. 그래서 수익이 무조건 보장되는 상품이 되지 않으면 돈을 벌려고 집을 빚을 내서라도 사는 광기는 좀 자제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https://fishingproductfr.com/@nostalgia9/866​



그러나 실제로는 그런 현상은 일어나지 않았다. 늘어날 세금이 두려워 급매로 나온 소수의 매물을 제외하고 시장은 잠깐 요동쳤지만 큰 변화는 없었다. 앞으로 늘어날지도 모르는 보유세를 대비하고 전세로 주면 팔고 싶을 때 팔지도 못하는 상황이 되자 집주인들은 월세로 빠르게 전환했고 전세는 씨가 말랐다. 목돈이 있어도 들어갈 집을 구하지 못하는 상황에 몰린 세입자들은 차라리 그럴 바에는 이참에 집을 사는 쪽으로 바뀌었다. 대출이 6억까지 나오는 15억 이하의 아파트들이 빠르게 팔리면서 강남의 초고가는 꺾였지만 키높이를 하듯 서울 아파트는 다 같이 상승했다. 오히려 전세에서 교외 아파트를 거쳐 상급지로 가는 사다리만 걷어지는 현상을 보며 나는 사람들의 탐욕을 넘어선 이유가 궁금했다. 그리고 그 답을 손진석 기자님의 "돈의 대폭발"에서 찾았다.



제목처럼 이 바카라은 통화량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다. 응답하라 1988에서 은행이자가 10%에 달하면서 절약과 저축이 미덕이었던 시대를 지나서 우리는 경기 부양을 위해 저금리 기조를 유지하는 30년을 보냈다. 정부는 여러 복지와 공공사업을 돈을 직접 풀기도 하지만 진짜 증폭은 대출에서 일어난다. 중앙은행으로부터 자금을 받은 은행은 대출해 주고 그 돈으로 생긴 사업에서 수익이 생긴 사람은 그 수익을 은행에 넣으면 그 돈의 5%도 채 되지 않는 지급 준비율만큼만 남기고 다시 대출해 주는 과정이 반복된다. 그러면 실제 시장에서 대출을 통해 도는 돈은 지급 준비율과 수익률을 5%라고 할 때 5000만 원이 6억 원으로 12배나 커지는 효과를 만든다. 바카라에서는 실제적으로 경상 수지 흑자나 공공사업으로 현금이 늘어나는 M1 통화량보다 신용 대출로 만들어지는 M2 통화량이 8배 정도 많다고 이야기한다. (아래 EBS 유튜브를 보면 그 원리를 쉽게 알 수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YT_M_4jD0fg&t=2110s


신용 화폐까지 포함한 M2 통화량은 돈이 많이 풀릴수록 그리고 사람들이 대출을 많이 할수록 빠르게 증가한다. 그리고 소련이 붕괴되고 미국 중심의 세상이 만들어지고, IT 버블과 몇 번의 금융 위기를 겪으면서 우리는 돈이 그야말로 폭발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2000년도에 우리나라 GDP는 675조 원, M2는 691조 원으로 비슷한 수준이었지만 2024년에는 GDP가 2549조 원인 반면 M2는 4045조 원으로 무려 6배가량 늘었다. 특히 코로나 시기에 일단 살고 봐야 해서 퍼부은 공적 자금과 제로금리에 가까운 대출로 그야말로 돈이 하늘에서 쏟아졌다.


이게 아파트 가격의 핵심이다.


시중에 돈이 풀렸다는 것은 그만큼 돈이 더 흔해졌다는 이야기다. 사람들이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건 좋은데 돈이 늘어 나니 수요가 는다. 살 수 있고 사고 싶은 사람은 많은데 공급은 한정이니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다. 대표적인 예가 아파트다. 바카라에 나온 M2 증가 곡선과 서울 아파트 가격 곡선은 편차는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같은 우상향 방향을 띤다. 돈의 가치가 떨어지니 가격표가 오르는 것이 당연하다.


특히 서울의 좋은 지역의 아파트는 그것이 자식 교육이 되었건 출퇴근 거리가 줄어서 그렇든 아니면 앞으로 가격이 오를 투자의 대상으로든 누구나 원하니 가격이 급격히 오를 수밖에 없다. 특히 유동성이 많이 풀리고 종부세와 양도세 중과 같은 다주택자를 압박하는 정바카라들이 이어졌던 문재인 정권 시절에 똘똘한 한 채로 강남과 마용성은 그야말로 폭등했다. 그리고 양적 완화가 끝난 이후에도 코인으로 주식으로, 안정적인 대기업 직원의 지위를 이용해 크게 담보 대출을 받아 집을 샀다. 이유는 단순하다. 그냥 돈으로 들고 있으면 가치는 자동적으로 하락하기 때문이다.


아파트는 지방과 수도권 , 그리고 서울이 비슷하게 가다가 코로나를 기점으로 갈럈다.


이렇게 무작정 돈을 찍으면 사실 인플레이션과 환율 때문에 제동이 걸려야 정상이다. 환율이 너무 높아지면 수출은 유리하지만 수입 물가가 너무 비싸지고 그렇게 물가가 너무 오르면 금리를 높여야 했다. 그러나 지난 30년 동안 미국은 전 세계에서 만든 공산품들을 수입하며 소비해 주고 대신 달러를 수출했다. 만들어 찍어내도 기축 통화라 가치가 변하지 않는 달러의 힘에 WTO체제에서 중국 등 개발 도상국들의 노동력이 더해지면서 인류는 전에 없는 호황을 누렸다. 다들 해외여행을 다니고 비싼 스마트폰을 쓰고 미국 주식에 투자한다.


대신에 빈부의 격차는 더 커졌다. 하늘에서 돈이 쏟아지지만, 그 돈이 모두에게 평등하게 닿는 것은 아니다. 주식이든 빌딩이든 정보와 여윳돈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돈의 대폭발은 부를 이룰 수 있는 기회였다. 저렴한 이자에 대출을 레버리지로 돈이 몰릴 자산을 먼저 차지한 사람들은 돈의 가치가 하락하는 것보다 더 빠르게 자산을 축적했다. 시간이 지나면 실제 가치가 하락하는 실물을 만드는 일의 가치는 제자리걸음으로 노동에 대한 임금은 제자리걸음을 걷는 사이에 삶을 살아가기 위해 필수인 집과 생필품과 교육비 등은 폭등하고 열심히 일하는 개인의 노력의 가치는 상대적으로 낮아지고 있다.

통화량과 금가격의 비율 아래로 갈수록 고평가 된 상황이다.


이런 시대에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이제 와서 돈을 줄이자니 서민들의 삶이 제일 먼저 피해를 본다. 시간이 가면 떨어지는 돈의 가치를 쫓아가기 위해 통화량과 여러 주요 자산의 비를 모니터링하면서 투자를 배우고 흐름에 뒤처지지 않는 것이 중요하겠지만 하루 트레이딩에서 한 달 월급보다 많은 금액이 오고 가는 걸 겪다 보면 하고 있는 일에서 조금 더 나은 결과를 만들려고 애쓰는 일상의 노력들이 하찮게 여겨질 수 있다. 전공보다 주식 투자에 더 열을 올리고 코인으로 대박을 노리는 학생들에게 지금 하고 있는 공부를 열심히 하면 너도 남들 사는 만큼 잘 살 수 있다는 이야기는 헛된 염불처럼 들릴 것이다.



그래서 이 바카라을 읽는 내내 고개를 끄덕이면서 한편으로 슬퍼졌다. 모든 것의 가치가 돈으로 해석되는 자본주의와 대중의 인기를 얻어야 권력을 이어갈 수 있는 민주주의를 사상적 기반으로 세워진 국가에서는 정치인들은 표를 얻기 위해 모두가 행복한 돈 풀기를 멈추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풀린 통화량은 돈의 가치를 떨어뜨려 나도 모르게 내 월급을, 내 공부를, 내 노력을, 내가 애써 만든 상품들과 내 삶 자체를 모르는 사이에 평가절하시킨다. 시간이 가면 나이가 들듯이 자연스레 떨어지는 나의 가치는 나는 무엇으로 지켜가야 할지. 풍요의 시대를 겪어 보지도 못하고 감가상각을 앞둔 나의 아이들에게 어떤 태도를 가르쳐야 할지 고민이 깊어지는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