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성공담에서 결과보다 먼저 살펴봐야 할 조건들
경제적 자유를 이뤘다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언제나 흥미롭다. 평범한 온라인 게임인으로 시작해 상당한 자산을 모았거나, 꾸준한 투자로 이른 나이에 은퇴했다는 사례를 접하면 자연스럽게 그 방법에 관심이 간다.
그들이 실천했다는 방법도 다양하다. 소득의 절반 이상을 저축했다는 사람도 있고, 특정 주식을 장기간 보유하거나 시장이 크게 하락할 때마다 적극적으로 매수했다는 사람도 있다. 소비를 철저하게 통제한 결과 경제적 독립에 도달했다는 이야기도 흔히 볼 수 있다.
나 역시 맞벌이 온라인 게임인으로 장기투자와 은퇴를 준비하는 입장에서 이런 사례들을 관심 있게 살펴본다. 실제로 목표를 달성한 사람의 경험에는 이론이나 투자 교과서에서 쉽게 얻기 어려운 현실적인 정보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다만 성공담을 접할 때마다 한 가지 질문을 덧붙이려 한다. 그 사람이 선택한 방법이 성공으로 이어졌다는 사실과 그 방법이 나에게도 적합하다는 판단은 같은 것일까.
성공담에는 결과가 나오기 전의 조건이 있다
투자로 자산을 크게 늘린 사람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최종적인 투자수익률이나 현재의 자산 규모에 시선이 머물기 쉽다. 그러나 그 결과가 만들어진 과정을 이해하려면 투자전략 외의 조건도 함께 살펴봐야 한다.
예를 들어 두 온라인 게임인이 모두 소득의 30%를 투자한다고 가정해 보자. 한 사람은 매년 1,500만 원을, 다른 사람은 4,500만 원을 투자할 수 있다면 10년간 납입하는 원금은 각각 1억 5,000만 원과 4억 5,000만 원이다.
투자수익률이 같더라도 두 사람의 최종 자산은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다. 이 사례에서는 수익률보다 처음부터 달랐던 투자 여력이 결과의 상당 부분을 설명한다.
투자를 시작한 시점도 영향을 미친다. 오랫동안 상승장이 이어지기 전에 투자를 시작한 사람과 이미 자산가격이 크게 오른 뒤 진입한 사람은 같은 투자원칙을 따르더라도 서로 다른 성과를 경험할 수 있다.
주거비와 부채, 가족의 경제적 지원 여부도 무시하기 어렵다. 비슷한 연봉을 받더라도 주택 관련 지출이 적은 사람은 더 많은 돈을 투자할 수 있고, 예상하지 못한 지출이 발생했을 때 투자자산을 유지하기도 상대적으로 수월할 수 있다.
그렇다고 성공한 사람의 노력을 평가절하할 필요는 없다. 높은 저축률을 유지하고 장기간 투자하는 일에는 분명한 절제와 판단이 필요하다. 다만 성공에 기여한 요인을 이해하려면 개인의 노력과 투자환경을 함께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성공담을 해석할 때 또 하나 생각해 볼 문제는 어떤 사람들의 이야기가 우리에게 전달되는가다.
가령 비슷한 시기에 특정 산업에 집중투자한 투자자가 1,000명 있었다고 가정해 보자. 그중 일부는 상당한 자산을 형성했겠지만, 다른 투자자들은 기대만큼 수익을 얻지 못하거나 큰 손실을 경험했을 수도 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널리 알려지는 이야기는 대개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둔 사람들의 경험이다. 투자에 실패했거나 특별한 성과를 얻지 못한 사람들의 선택은 상대적으로 주목받기 어렵다.
이처럼 관찰할 수 있는 성공 사례에 집중하고, 같은 방법을 시도했지만 다른 결과를 얻은 사례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는 문제를 생존자 편향(Survivorship Bias)이라고 한다.
성공한 사람의 조언이 틀렸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어떤 전략의 효과를 평가하려면 성공한 사례뿐 아니라 비슷한 조건에서 그 전략을 사용했던 다른 사람들의 결과도 알아야 한다는 의미다.
예를 들어 한 투자자가 특정 기업의 주식을 15년 동안 보유해 큰 수익을 얻었다면, 장기보유가 성공에 기여했을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모든 주식을 오래 보유하면 좋은 결과를 얻는다는 결론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그 기업을 선택한 근거가 무엇이었는지, 사업환경이 나빠졌을 때 어떤 기준으로 판단했는지, 같은 시기에 장기보유했지만 성과가 좋지 않았던 기업은 무엇이었는지 살펴봐야 한다.
여기서 배울 수 있는 것은 특정 종목을 오래 보유하라는 행동 자체보다 장기간 보유할 만한 자산을 어떻게 판단하고 관리했는가에 관한 원칙일 수 있다.
성공한 투자자들이 자주 이야기하는 원칙 중 하나는 시장이 하락할 때 좋은 자산을 매수하라는 것이다.
장기적으로 가치가 성장할 자산을 이전보다 낮은 가격에 매수할 수 있다면 합리적인 투자 기회가 될 수 있다. 실제로 충분한 현금과 안정적인 소득을 확보한 사람은 시장 하락기에 투자비중을 늘릴 여력이 있다.
하지만 동일한 조언이 모든 투자자에게 적합한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앞으로 15년 이상 투자할 수 있고 근로소득도 안정적인 사람과, 2년 뒤 퇴직하면서 투자자산 일부를 생활비로 사용해야 하는 사람을 비교해 보자.
두 사람 모두 시장 하락을 매수 기회로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두 번째 투자자는 투자금이 추가로 하락했을 때 생활비를 확보하기 위해 손실 상태에서 자산을 매도해야 할 가능성까지 고려해야 한다.
이 차이는 단순히 투자에 대한 자신감이나 인내심의 문제가 아니다. 손실을 감당할 수 있는 재무적 능력의 차이다.
미국 금융산업규제기구(FINRA) 역시 투자자의 위험 감수 수준을 판단할 때 손실을 받아들이려는 심리적 의향뿐 아니라 실제 손실을 감당할 능력, 투자기간, 자금 사용 목적을 함께 고려하도록 설명한다.
같은 40대 온라인 게임인이라도 앞으로 20년 동안 소득을 유지할 사람과 몇 년 안에 은퇴를 준비하는 사람의 투자전략은 달라질 수 있다. 주거비나 부양 부담, 부채 규모가 다르다면 그 차이는 더 커진다.
그래서 나는 성공한 사람의 조언을 살펴볼 때 그 사람이 무엇을 했는지만큼 왜 그런 선택을 할 수 있었는지에도 관심을 두려 한다.
당시의 투자기간과 소득 안정성, 자산 구성, 감당할 수 있었던 손실 규모를 확인하면 조언이 성립하는 조건을 조금 더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성공한 사람의 경험에서 무엇을 배워야 할까.
나는 조언을 행동과 원칙으로 구분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가령 어떤 사람이 소비를 극단적으로 줄이고 소득의 70%를 투자해 빠르게 자산을 형성했다고 하자. 그 사람에게는 적합한 방법이었을 수 있지만, 모든 가구가 같은 저축률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여기서 참고할 만한 원칙은 반드시 소득의 70%를 투자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소득과 지출을 파악하고, 장기적인 목표에 맞춰 꾸준히 투자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었다는 점이다.
그 원칙을 적용하는 방법은 각자의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어떤 가구는 투자비중을 높이는 것이 적절하고, 다른 가구는 부채를 먼저 줄이거나 비상자금을 확보하는 일이 우선일 수 있다.
투자상품을 선택할 때도 마찬가지다. 누군가 특정 산업에 집중투자해 성공했다고 하더라도 그 산업이 앞으로도 동일한 성과를 낼 것인지, 자신이 그 위험을 감당할 수 있는지는 별도로 판단해야 한다.
나는 장기투자와 은퇴를 준비하면서 다른 사람의 성공담을 참고하되, 최종적인 판단 기준은 우리 부부의 실제 생활에 두려고 한다. 투자할 수 있는 기간이 얼마나 남았는지, 월급이 줄어들었을 때도 계획을 유지할 수 있는지, 자산을 사용할 시점에 필요한 현금을 확보할 수 있는지가 우선적인 질문이다.
성공한 사람의 조언에서 배워야 할 것은 그 사람이 선택한 결과만이 아니라, 그 선택이 합리적이었던 조건이다.
이런 관점으로 접근하면 성공담을 무조건 믿거나 반대로 무조건 의심할 필요가 없어진다. 같은 방법이 자신에게도 적합하다면 참고할 수 있고, 조건이 다르다면 핵심 원칙만 가져와 자신의 계획에 맞게 조정하면 된다.
경제적 자유를 달성한 사람이 일찍 퇴사했다고 해서 모두가 같은 시점에 온라인 게임을 떠날 필요는 없다. 어떤 사람에게는 일을 계속하면서 자산을 더 확보하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일 수 있고, 다른 사람에게는 소득이 다소 줄더라도 건강과 시간을 확보하는 일이 더 큰 가치일 수 있다.
우리가 준비하는 미래가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앞으로 투자 성공담을 접할 때는 그 사람의 최종 자산이나 수익률을 확인한 뒤 세 가지를 더 생각해 보려 한다. 그 사람이 시작할 때 어떤 조건을 가지고 있었는지, 같은 방법을 선택한 다른 사람들은 어떤 결과를 얻었는지, 그리고 그 방법을 지금 내 상황에 적용하려면 무엇을 바꿔야 하는지다.
누군가의 성공을 통해 자신의 미래를 상상하는 일은 충분히 의미가 있다. 다만 그 미래에 도달하는 과정까지 똑같을 필요는 없다.
성공한 사람의 방법을 따라 하는 것보다, 그 방법이 내게도 합리적인지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을 갖추는 일이 먼저다.
그 기준이 있어야 다른 사람의 경험을 참고하면서도 내가 원하는 생활에 맞는 선택을 이어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