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트 두 개가 닮았다고 원인도 같을까

비슷하게 움직이는 숫자에서 투자 판단의 근거를 찾기 전에

byNode 연구노트



경제와 투자에 관한 글을 읽다 보면 서로 다른 두 개의 차트를 나란히 보여주는 자료를 자주 접한다. 금리와 주가, 통화량과 부동산 가격, 환율과 외국인 투자자금의 흐름처럼 경제지표 사이의 관계를 설명하는 자료들이다.

두 그래프가 비슷하게 움직이면 상당히 설득력 있게 느껴진다. 한쪽이 상승할 때 다른 쪽도 상승하거나, 일정한 시차를 두고 비슷한 방향으로 움직이는 모습이 나타나면 두 지표 사이에 어떤 원리가 숨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실제로 경제지표는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 금리 변화는 기업의 자금조달 비용에 영향을 미치고, 환율 변화는 수출기업의 실적과 해외투자자의 수익률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따라서 차트의 움직임을 비교하는 일 자체가 잘못된 분석 방법은 아니다.

다만 여기서 한 가지 질문이 생긴다. 두 지표가 비슷하게 움직였다는 사실만으로 한쪽이 다른 쪽의 움직임을 만들어 냈다고 설명할 수 있을까.

연구자로 일하면서 익숙해진 태도 중 하나는 관찰된 현상과 그 현상의 원인을 구분하는 것이다. 투자에서도 이 구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과거의 관계를 근거로 앞으로의 주가를 예측하거나 자산을 매매하려 한다면 더욱 그렇다.




함께 움직였다는 사실과 원인이 같다는 주장은 다르다




통계학에서는 두 변수가 함께 움직이는 관계를 상관관계(Correlation)라고 부른다. 한 변수가 증가할 때 다른 변수도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면 양의 상관관계, 반대로 움직인다면 음의 상관관계라고 한다.

흔히 사용하는 상관계수는 두 변수의 선형적인 관계를 -1에서 +1 사이의 숫자로 표현한다. +1에 가까울수록 같은 방향으로, -1에 가까울수록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경향이 강하다는 의미다.

하지만 상관관계가 강하다고 해서 반드시 인과관계(Causation)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인과관계는 한 변수의 변화가 다른 변수의 변화를 실제로 일으키는 관계를 뜻한다.

예를 들어 여름철 아이스크림 판매량과 수영장 이용객 수가 함께 증가했다고 가정해 보자. 그렇다고 아이스크림 판매가 수영장 이용객을 늘렸다고 설명하기는 어렵다. 더운 날씨라는 공통된 요인이 두 현상에 동시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크다.

경제지표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발생한다.

주식시장이 상승하는 시기에 기업실적과 소비지출이 함께 증가했다고 하자. 실적 개선이 주가 상승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지만,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와 고용 개선, 금융환경 변화가 여러 지표에 동시에 영향을 주었을 가능성도 있다.

더구나 주가는 현재의 실적뿐 아니라 미래에 대한 기대를 반영한다. 따라서 주가가 먼저 상승하고 이후 실적이 개선되는 현상이 나타났다고 해서 주가 상승이 실적 개선의 원인이었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관찰된 관계를 설명하려면 두 지표 사이의 경제적 작동 원리와 다른 변수들의 영향을 함께 살펴봐야 한다.



금리가 내려가면 주식은 반드시 오를까




경제지표 사이의 관계를 설명할 때 자주 등장하는 사례가 금리와 주가다.

일반적으로 금리가 낮아지면 기업의 자금조달 부담이 줄어들 수 있고, 미래에 발생할 이익의 현재가치를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런 관점에서는 금리 하락이 주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금리가 하락하는데도 주가가 함께 떨어지는 상황이 발생한다.

금리 하락의 원인이 경기침체 우려라면 이야기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기업이 벌어들일 이익에 대한 전망이 크게 악화된다면 금리 하락에 따른 긍정적인 효과보다 실적 감소에 대한 우려가 주가에 더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반대로 금리가 상승하는 시기에도 기업의 이익이 빠르게 증가하고 경기가 확장된다면 주식시장이 강세를 보일 수 있다.

따라서 금리와 주가의 관계를 이해하려면 금리가 어느 방향으로 움직였는지만 보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왜 금리가 변했는지, 경기와 기업이익에 대한 전망은 어떻게 달라졌는지 함께 살펴봐야 한다.

이는 두 지표의 상관관계가 경제적 의미를 갖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다. 특정한 조건에서는 금리와 주가 사이의 관계가 상당히 유용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다만 같은 현상도 원인과 시장환경에 따라 서로 다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차트의 모양은 보여주는 방식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차트를 비교할 때 놓치기 쉬운 부분이 하나 더 있다. 바로 그래프를 어떻게 그렸느냐다.

예를 들어 두 지표가 장기적으로 상승하는 추세를 가지고 있다고 가정해 보자. 두 지표 사이에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없더라도 시간이 지나면서 모두 증가한다는 공통된 추세 때문에 상당히 비슷한 모습이 나타날 수 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학교의 통계 교육자료에서도 시간에 따라 반복 관측한 변수들의 상관관계가 공통된 추세 때문에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런 경우 단순히 두 지표의 수준을 비교하기보다 추세를 제거하는 등의 추가 분석이 필요하다.

경제와 금융시장에서는 특히 주의해야 할 문제다. 주가지수와 통화량, 명목소득과 자산가격처럼 장기간 상승하는 경향이 있는 지표를 함께 그리면 두 곡선이 비슷하게 나타날 수 있다.

그래서 지표의 절대적인 수준뿐 아니라 일정 기간의 변화율을 비교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물론 변화율로 바꾼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공통적인 상승 추세 때문에 발생하는 착시를 줄일 수 있다.

그래프의 축과 기간도 확인해야 한다.

서로 단위가 다른 지표를 각각 별도의 세로축에 표시하면 축의 범위를 조정하는 것만으로 두 곡선이 상당히 비슷하게 보이도록 만들 수 있다. 반대로 기간을 길게 확장하면 짧은 기간에 나타났던 관계가 약해지거나 사라질 수도 있다.

차트가 아름답게 겹쳐진다는 사실보다 어떤 기간과 기준으로 작성했는지가 더 중요한 이유다.





투자 판단에 활용하려면 무엇을 더 확인해야 할까




그렇다면 서로 다른 경제지표의 관계를 투자에 활용해서는 안 되는 것일까. 나는 오히려 적절하게 분석한다면 충분히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먼저 두 지표 사이에 설명할 수 있는 경제적 원리가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금리와 기업의 자금조달 비용처럼 작동 원리가 비교적 명확한 관계도 있고, 우연히 비슷한 모습을 보였을 뿐 설명하기 어려운 관계도 있다.

그다음에는 다른 시장환경에서도 같은 관계가 나타났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특정한 상승장이나 경기침체 시기에만 나타난 현상을 모든 상황에 적용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시차 역시 검토해야 한다. 어떤 경제지표가 주가보다 먼저 움직였다는 사실은 분석의 단서가 될 수 있지만, 선행했다는 이유만으로 원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두 지표에 공통으로 영향을 미치는 다른 요인이 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투자 판단에서 더욱 현실적인 문제가 남는다.

어떤 지표가 주가의 방향과 관계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만으로 매수와 매도 시점을 정확하게 결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해당 관계가 유지될 확률과 예측이 틀렸을 때의 손실, 실제 거래비용 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가령 특정 경제지표가 상승하면 주식시장도 상승하는 경향이 있다고 하자. 이 정보가 유용하려면 그 지표를 실제로 확인할 수 있는 시점에 투자자가 행동할 수 있어야 한다. 나중에 발표되거나 수정된 데이터까지 활용한 분석이라면 과거에는 그럴듯해 보여도 실제 투자에서는 같은 결과를 얻기 어려울 수 있다.

나는 경제지표를 활용한 투자 논리를 접할 때 이런 조건들을 확인하려 한다. 두 지표가 닮았다는 사실을 출발점으로 삼되, 그 관계가 왜 성립하는지와 언제 성립하지 않을 수 있는지까지 생각하는 것이다.

두 차트가 비슷하게 움직였다는 것은 분석을 시작할 이유가 될 수 있지만, 그것만으로 투자 결정을 내릴 근거가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경제를 이해하는 일은 모든 현상을 하나의 원인으로 설명하는 것보다 복잡하다. 금리, 환율, 기업이익, 소비와 고용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그 관계도 시간에 따라 달라진다.

그렇다고 경제지표의 관계를 분석하는 일이 무의미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런 복잡성을 이해할수록 하나의 그래프나 숫자를 지나치게 확신하는 일을 줄일 수 있다.

장기투자와 앞으로의 생활을 준비하는 입장에서 내가 원하는 것은 모든 시장 움직임을 미리 맞히는 능력이 아니다. 투자 판단에 사용한 근거가 무엇이고, 그 근거가 틀릴 수 있는 상황은 어떤 것인지 구분할 수 있는 능력이다.



앞으로 두 개의 차트가 거의 같은 모습으로 움직이는 자료를 만난다면 먼저 이런 질문을 해보려 한다.

두 지표는 왜 함께 움직였으며, 그 이유가 앞으로도 유효할까.

그 질문에 설득력 있게 답할 수 없다면 아무리 닮은 차트라도 아직은 흥미로운 관찰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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