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테스트(Backtest)에서는 누구나 오래 버틴다

과거에는 성공했던 투자전략을 현실에서도 끝까지 지킬 수 있을까

byNode 연구노트




투자전략을 찾아보다 보면 상당히 인상적인 자료를 만날 때가 있다. 최근 10년 또는 20년 동안 특정한 방식으로 투자했다면 자산이 얼마나 늘어났는지를 보여주는 그래프다.


시장 전체에 투자했을 때보다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거나, 하락장에서 손실을 줄이면서도 장기적으로 좋은 성과를 얻었다는 설명이 붙기도 한다.

이런 자료를 만드는 방법 중 하나가 백테스트(Backtest)다. 과거 시장 데이터에 특정 투자규칙을 적용해 그 전략이 어떤 결과를 냈을지 계산하는 방식이다. 실제 투자하지 않았더라도 일정한 조건에서 과거의 성과를 재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용한 분석 도구다.

나 역시 장기투자를 계획하면서 여러 자산의 과거 성과와 투자비중에 따른 결과를 비교한다. 어떤 자산을 얼마나 보유할지, 주기적으로 비중을 조절하는 것이 효과적이었는지 살펴보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백테스트 결과를 실제 투자계획에 적용하려면 한 가지 질문을 더 해야 한다.

과거에 좋은 결과를 얻었다는 사실과 앞으로 그 전략을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은 같은 의미일까.





과거의 결과를 알고 투자하는 것은 쉽다




백테스트의 가장 큰 장점은 이미 지나간 시장을 다양한 조건으로 분석할 수 있다는 점이다. 반면 바로 그 특성 때문에 결과를 해석할 때 주의해야 할 부분도 생긴다.

예를 들어 지난 10년 동안 가장 많이 상승한 종목들을 골라 투자했다고 가정해 보자. 이 종목들로 구성한 포트폴리오는 상당히 높은 수익률을 보여줄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실제로 10년 전으로 돌아간다면 당시에도 그 종목들이 앞으로 가장 많이 상승할 것이라고 판단할 수 있었을까?


우리는 지금 어떤 기업이 성장했고 어떤 기업이 어려움을 겪었는지 알고 있다. 반면 당시의 투자자는 그 이후에 벌어질 일을 알지 못했다. 미래에 공개될 정보나 결과를 과거의 투자판단에 활용하는 오류를 전문적으로는 미래정보 편향(Look-ahead Bias)이라고 한다.

살아남은 기업만 대상으로 분석하는 생존자 편향(Survivorship Bias)도 비슷한 문제다. 현재까지 남아 있는 우량기업만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 분석한다면, 그동안 상장폐지되거나 시장에서 사라진 기업들의 손실이 계산에서 빠질 수 있다.


물론 모든 백테스트가 이런 오류를 포함하는 것은 아니다. 분석 당시 실제로 이용할 수 있었던 정보와 투자 가능한 종목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이러한 문제를 상당 부분 줄일 수 있다.

미국 CFA협회의 2026년 투자분석 교육자료 역시 백테스트에서 생존자 편향과 미래정보 편향을 중요한 위험요인으로 다루고 있다.

또 하나 주의할 부분은 과거 데이터에 지나치게 잘 맞는 규칙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특정 기간에 가장 높은 성과를 기록한 투자비중이나 매매 시점을 반복해서 찾다 보면 우연히 좋은 결과를 낸 조합을 발견할 수 있다.

이를 과최적화(Overfitting)라고 한다. 이미 알고 있는 시험문제에 맞춰 답을 외운 것과 비슷하다. 과거 데이터에서는 뛰어난 성과를 보였더라도 새로운 시장 환경에서는 같은 결과가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

그래서 좋은 백테스트라면 수익률뿐 아니라 투자규칙을 언제, 어떤 근거로 정했는지도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프에는 투자자의 생활이 빠져 있다




백테스트 결과를 살펴볼 때 나는 최종 수익률보다 그 결과에 도달하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에 관심을 두려 한다.


예를 들어 15년 동안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투자전략이 있다고 가정해 보자. 최종 자산은 상당히 증가했지만 그 과정에서 투자금이 고점 대비 40% 하락한 시기도 있었다면 어떨까.

1억 원의 투자자산이 6,000만 원으로 줄어든 상황이다. 과거의 그래프를 보는 지금은 이후 시장이 회복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손실을 경험하는 당시에는 하락이 언제 끝날지, 이전의 자산 규모를 회복할 수 있을지 알기 어렵다.

백테스트 프로그램은 정해진 투자규칙을 그대로 실행한다. 감정적인 부담을 느끼지도 않고, 갑작스럽게 생활비가 필요해지는 일도 없다.


현실의 투자자는 다르다.

온라인 게임을 계속 다니며 안정적인 소득을 얻는 사람과 퇴직을 앞두고 있는 사람이 같은 투자전략을 유지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 앞으로 주택자금이 필요한 사람이나 가족의 생활비를 바카라임져야 하는 사람 역시 감당할 수 있는 손실의 크기가 다르다.

이런 차이는 단순한 투자심리의 문제가 아니다. 투자자가 처한 실제 재무상황에 관한 문제다.


가령 몇 년 뒤 사용해야 하는 돈까지 가격 변동성이 큰 자산에 투자했다면 장기적인 전망을 신뢰하더라도 필요한 시점에 매도해야 할 수 있다. 반대로 충분한 현금성 자산을 확보하고 있다면 같은 시장 하락에서도 투자전략을 유지할 여유가 생긴다.

따라서 과거에 기록한 최대 수익률만큼이나 최대 낙폭(MDD), 즉 과거 고점에서 저점까지 자산이 얼마나 하락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손실 이후 이전 고점을 회복하기까지 걸린 기간도 실제 투자자의 상황에 대입해야 한다.

좋은 투자전략이라도 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손실과 회복기간을 요구한다면 현실적으로 적합한 전략이라고 보기 어렵다.




상품의 수익률과 투자자가 얻은 수익률은 다르다




백테스트와 현실 투자 사이의 차이를 이해하는 데 참고할 만한 실제 연구도 있다.

글로벌 투자분석기관 모닝스타는 2026년 8월 발표한 「Mind the Gap US 2026」에서 미국 뮤추얼펀드와 ETF의 성과를 분석했다.

2016년부터 2025년까지 10년 동안 조사 대상 펀드들의 연평균 총수익률은 약 9.9%였다. 반면 투자자금이 실제로 유입되고 유출된 시점과 규모를 반영한 수익률은 약 8.7%로 나타났다.

연평균 약 1.2%포인트의 차이가 발생한 것이다.

다만 이 격차를 모두 투자자의 잘못된 매매 때문이라고 해석해서는 안 된다. 모닝스타 역시 정기적인 적립이나 정상적인 자산배분 조정처럼 합리적인 거래에서도 투자 시점에 따른 차이가 생길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 연구가 보여주는 사실은 투자상품이 특정 기간에 기록한 성과와 투자자가 실제로 투입한 돈에서 얻는 성과가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백테스트에서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전략이라도 실제 투자자는 매달 새로운 돈을 투자하거나, 예상하지 못한 지출로 자산을 매도할 수 있다. 투자비중을 조정하는 과정에서 거래비용과 세금이 발생하기도 한다.

특히 잦은 매매를 전제로 하는 전략이라면 수익률을 계산할 때 실제로 부담할 거래비용과 매수·매도 가격의 차이를 반영해야 한다. 과거 가격을 기준으로 계산한 수익이 실제 거래에서도 그대로 실현되리라고 가정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장기투자 전략을 평가할 때는 상품의 과거 성과뿐 아니라 실제 투자자가 어떤 방식으로 자금을 넣고 꺼낼 것인지도 고려해야 한다.




백테스트를 현실적인 투자계획으로 바꾸려면




그렇다면 백테스트는 신뢰하기 어려운 분석 방법일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과거 시장을 분석하는 일은 전략의 특성을 이해하는 데 충분히 가치가 있다. 서로 다른 자산의 조합을 비교하거나, 일정한 비중으로 다시 맞추는 리밸런싱 전략이 여러 시장 환경에서 어떻게 작동했는지 확인할 수도 있다.

다만 좋은 결과를 보여주는 그래프 하나로 투자전략의 우수성을 판단하지는 않으려 한다.

먼저 투자규칙이 사전에 정해져 있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매수와 매도 기준, 자산 비중, 리밸런싱 주기를 구체적으로 정하고, 과거의 결과를 확인한 뒤 유리한 규칙으로 바꾸지는 않았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다음으로 서로 다른 시장 환경에서도 전략이 작동했는지 검토해야 한다. 상승장이 길게 이어진 기간뿐 아니라 금리가 급격히 오르거나 주식시장이 장기간 부진했던 시기에도 투자전략이 어떤 결과를 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가능하다면 전략을 만드는 데 사용하지 않은 별도의 기간에서도 시험하는 편이 좋다.

마지막으로 그 전략을 내 생활에 적용할 수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예를 들어 주식 비중이 높은 포트폴리오에서 장기적으로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하더라도, 몇 년 뒤 은퇴를 계획하는 사람이라면 생활비로 사용할 자금을 별도로 확보해야 할 수 있다. 은퇴 이후에는 적립식 투자 대신 정기적인 인출이 발생하므로 과거의 자산 증가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나 역시 투자전략을 검토할 때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는지와 함께 하락장에서 투자비중을 유지할 수 있는지, 소득이 줄어도 계획을 이어갈 수 있는지 살펴보려 한다. 이는 장기수익률을 조금 더 높이는 문제와는 다른 차원의 판단이다.

백테스트가 보여주는 것은 과거에 지킬 수 있었던 투자규칙의 결과이지, 미래의 내가 그 규칙을 끝까지 지킬 수 있다는 증거는 아니다.


과거 데이터를 활용하면 수많은 투자전략을 비교할 수 있다. 그중에는 실제로 의미 있는 투자 원리를 담고 있는 전략도 있을 것이다. 과거 성과가 좋다는 이유만으로 모두 의심하거나 배제할 필요는 없다.

다만 장기투자에서 우리가 실제로 경험하는 것은 완성된 그래프가 아니라 그래프가 만들어지는 과정이다.


투자한 직후 시장이 하락할 수도 있고, 몇 년 동안 다른 투자전략보다 성과가 뒤처질 수도 있다. 그 사이 개인의 소득과 지출, 투자할 수 있는 기간도 달라진다.

그래서 앞으로 백테스트 자료를 볼 때는 최종 수익률과 함께 한 가지를 더 확인하려 한다.

이 전략의 미래 수익률을 알 수 없는 상태에서도 나는 같은 방식으로 투자할 수 있을까?

그 질문에 답할 수 있을 때 과거의 성과는 단순히 인상적인 그래프를 넘어 현실적인 투자계획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카지노 게임의 이전글월 100만 원 배당, 통장에 찍힌 돈이 전부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