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달 들어오는 현금보다 먼저 확인해야 할 것들
월급 외에 매달 100만 원이 통장에 들어온다면 어떨까?
생활비의 일부를 충당할 수도 있고, 그 돈을 다시 투자해 자산을 늘릴 수도 있다. 특히 은퇴를 준비하는 사람에게 정기적인 배당금은 상당히 매력적인 소득원이다.
나 역시 장기투자를 이어가면서 배당과 분배금을 활용한 현금흐름에 관심을 두고 있다. 지금은 근로소득이 있지만 언젠가 월급이 줄어들거나 사라진다면, 투자자산에서 발생하는 현금이 생활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배당투자에 관한 자료를 살펴보면 유독 월별 수령액을 강조하는 경우가 많다. 매달 50만 원, 100만 원, 혹은 300만 원을 받기 위해 얼마를 투자해야 하는지 계산하고, 높은 분배율을 제공하는 상품을 소개하는 방식이다.
이런 정보는 현금흐름을 계획하는 데 유용하다. 다만 통장에 입금되는 금액만으로 투자성과를 판단할 수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우선 단순한 계산부터 해보자.
매달 100만 원을 받는다면 연간 수령액은 1,200만 원이다. 세금과 비용을 고려하지 않고, 일정한 분배율이 유지된다고 가정하면 필요한 투자원금은 다음과 같다.
- 연 4% 분배율: 3억 원
- 연 6% 분배율: 2억 원
- 연 8% 분배율: 1억 5,000만 원
- 연 12% 분배율: 1억 원
같은 월 100만 원을 받더라도 분배율에 따라 필요한 투자금액은 크게 달라진다. 따라서 높은 분배율을 제공하는 상품이 더 효율적으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여기에는 한 가지 전제가 숨어 있다. 분배율이 높다는 것이 그만큼 높은 투자수익률을 얻었다는 의미는 아니라는 점이다.
예를 들어 어떤 ETF가 연 12%의 분배율을 제공한다고 하자. 이는 일정한 기준가격에 비해 연간 지급하는 분배금의 비율이 12%라는 의미이지, 투자자의 자산이 매년 12%씩 증가한다는 뜻은 아니다.
더구나 일부 상품에서 제시하는 분배율은 최근 지급한 분배금을 연간으로 환산한 수치다.
앞으로도 같은 금액이 계속 지급된다는 보장은 없으며, 투자상품의 가격이 변하면 분배율 역시 달라진다.
따라서 월 100만 원이라는 목표를 설정했다면 필요한 투자원금뿐 아니라 그 분배금이 어떤 방식으로 만들어지는지 확인해야 한다.
배당금과 분배금은 비슷하게 사용되지만 구분할 필요가 있다. 개별 기업이 주주에게 지급하는 돈을 일반적으로 배당금이라고 하고, ETF 같은 펀드가 투자자에게 지급하는 돈은 분배금이라고 한다.
특히 ETF의 분배금은 주식 배당금뿐 아니라 이자, 매매차익 등 다양한 재원에서 나올 수 있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분배금이 지급될 때 펀드의 자산에도 변화가 생긴다는 사실이다.
예를 들어 1억 원어치 ETF를 보유하고 있고, 해당 ETF에서 100만 원의 분배금이 지급된다고 가정해 보자. 시장가격 변동이나 세금 등 다른 요인이 없다면 분배금 지급으로 펀드의 순자산가치(NAV)는 그만큼 감소한다.
투자자의 계좌에는 100만 원의 현금이 들어오지만 ETF의 가치는 약 9,900만 원으로 줄어든다. 전체 자산은 여전히 1억 원이다.
물론 실제 시장에서는 분배락 이후 주가가 상승하거나 하락할 수 있다. 따라서 매번 정확히 분배금만큼 ETF의 시장가격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다만 분배금 지급 자체가 투자자에게 추가적인 부를 만들어 주는 것은 아니라는 원리는 같다.
그렇다고 배당금이나 분배금에 가치가 없다는 뜻은 아니다. 투자자에게 별도의 매도 없이 사용할 수 있는 현금을 제공한다는 점은 분명한 장점이다.
문제는 그 현금을 받는 과정에서 남아 있는 투자자산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함께 살펴보지 않을 때 발생한다.
두 가지 가상의 투자상품을 비교해 보자.
모두 연초에 1억 원을 투자했고, 1년 동안 추가 매수나 인출 없이 분배금은 현금으로 보유했다고 가정한다. 세금과 거래비용은 제외한다.
A상품은 1년 동안 1,200만 원을 분배했고, 연말 투자자산의 가치는 9,400만 원이 되었다. 반면 B상품은 300만 원을 분배했지만, 연말 투자자산의 가치는 1억 500만 원이 되었다.
A상품의 연간 분배금은 B상품보다 네 배 많다. 그러나 분배금과 남아 있는 자산을 합산하면 결과는 다음과 같다.
- A상품: 분배금 1,200만 원 + 잔여 자산 9,400만 원 = 1억 600만 원
- B상품: 분배금 300만 원 + 잔여 자산 1억 500만 원 = 1억 800만 원
전체 투자수익률은 A상품이 6%, B상품이 8%다.
이 사례에서 A상품은 더 많은 현금흐름을 제공했지만, 전체 투자성과는 B상품이 높았다. 반대로 생활비로 당장 현금이 필요한 투자자라면 A상품의 현금 지급 방식이 더 편리할 수도 있다.
이를 판단하려면 분배금과 자산가격 변화를 합산한 총수익률(Total Return)을 살펴봐야 한다.
또한 총수익률이 높다고 해서 언제나 더 좋은 상품이라고 단정할 수도 없다. 투자위험이나 가격 변동성, 현금이 필요한 시기까지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 배당투자를 이야기할 때 자주 등장하는 상품 중 하나가 커버드콜 ETF다. 이러한 상품은 주식이나 주가지수에 투자하면서 콜옵션을 매도해 추가적인 현금을 확보하는 전략을 활용한다.
콜옵션은 미리 정한 가격에 자산을 살 수 있는 권리다. 펀드는 이 권리를 다른 투자자에게 판매하고 그 대가로 옵션 프리미엄을 받는다.
이렇게 확보한 현금은 투자자에게 지급할 분배금의 재원이 될 수 있다. 따라서 기업이 지급하는 배당금에만 의존하는 상품보다 높은 수준의 현금분배를 추구할 수 있다.
다만 옵션 프리미엄은 아무런 대가 없이 얻는 수익이 아니다.
콜옵션을 매도하면 기초자산의 가격이 크게 상승했을 때 그 상승분을 온전히 누리지 못할 수 있다. 반대로 시장이 하락하면 옵션 프리미엄이 손실을 일부 완충할 수는 있지만, 기초자산의 하락 위험까지 없애주지는 않는다.
높은 분배금이 지급되는 것과 장기적으로 투자원금이 유지되거나 증가하는 것은 구분해야 한다.
나는 배당투자를 자산을 늘리는 방법인 동시에 미래의 현금흐름을 설계하는 도구로 생각한다.
아직 월급이 있는 시기라면 배당금을 반드시 생활비로 사용할 필요는 없다. 분배금을 다시 투자해 자산을 늘리거나, 성장성이 높은 다른 자산에 투자하는 방법도 있다.
반면 은퇴 이후에는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월급이 사라진 상태에서는 투자자산을 매도하지 않고도 일정한 현금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이 편리하다. 특히 시장이 하락했을 때 투자자산의 매도 규모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다만 분배금을 받는다고 해서 시장 하락의 영향을 피하는 것은 아니다. 분배금 자체가 감소할 수도 있고, 투자자산의 가격이 크게 하락할 수도 있다.
정기적인 배당으로 생활비를 마련하는 방식과 필요할 때 투자자산을 일부 매도하는 방식은 서로 다른 현금화 전략이다. 세금과 거래비용, 자산 구성, 현금이 필요한 시기에 따라 어느 쪽이 더 적합한지도 달라진다.
따라서 내가 은퇴를 준비하면서 확인하고 싶은 것은 매달 얼마의 배당을 받을 수 있느냐에 그치지 않는다.
그 돈을 사용한 이후에도 남은 투자자산이 장기적인 생활비를 감당할 수 있는지까지 함께 살펴보려 한다.
좋은 현금흐름은 매달 들어오는 돈의 크기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그 돈을 지급한 뒤에도 남아 있는 자산이 얼마나 지속될 수 있는지가 함께 중요하다.
월 100만 원의 배당은 분명 의미 있는 목표가 될 수 있다. 누군가에게는 주거비 일부를 충당하는 돈이고, 다른 누군가에게는 여행이나 여가활동을 위한 예산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같은 금액의 배당을 받더라도 어떤 자산에서 만들어지는지, 분배금이 줄어들 가능성은 없는지, 남은 자산이 어떻게 변화하는지에 따라 그 가치는 달라진다.
앞으로 배당상품을 살펴볼 때는 월별 지급액과 분배율에 더해 총수익률, 순자산가치의 변화, 분배금의 재원, 세후 수령액을 함께 확인하려 한다.
내가 원하는 것은 통장에 높은 분배금이 찍히는 순간만이 아니라, 그 돈을 실제 생활에 사용하면서도 다음 해와 그다음 해의 삶을 계획할 수 있는 상태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