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성제의 역습

나아진다는 것이 도대체 뭐지

by는개


희노애락이 이전처럼은 없이, 감정을 느끼지 못하고 아니, 않고.

조금은 우울하지만 이렇게 너무 별 일 없이.


누구에게도 좋지 않은 소리 듣지 않고 우아하게만 사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 평온도 가만두질 않는다.




병원을 바꾸면서 치료방향을 바꾸었다.

우울증 치료제 중 하나를 ADHD 치료제로 쓰기 시작한 것이었는데, 처음에는 중추신경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순하다는 약이었다. 그러나 전혀 변화가 없어서 의사는 조금 더 강한, 중추신경에 직접 관여한다는 다른 약을 써보자고 했다


들어본 적이 있는 약이었다. 집중을 잘되게 해주는 약으로 고등학생들 사이에서 오용되고 있다는. 뉴스에서도 본 적이 있었던 그 약. 서방정의 형태라 10시간-12시간 정도 평균으로 약효가 돌 거라 했다.


그런 동안, 조금씩 기분 좋아지는 순간이 있었다. 기분이 나쁠 때도 있었다. 선생님은 우울함을 누르려 감정을 무작정 평평하게 만드는 식의 치료보단 차라리 이 쪽이 더 낫다고 판단했다. 나는 무엇이 옳고 그른지 알 수 없었지만 어쨌든 선생님을 선택한 이상 선생님을 따라야 했다.


저용량으로 시작해 순차적으로 용량을 올렸다. 부작용을 거치며 내게 맞는 용량을 찾았다. 몇 주를 거치며 내게 맞아 보이는 용량을 찾아 이제는 지켜보며 세부조정을 해보자고 했지만 사실 부작용보다 나를 더 힘들게 한 것은 불쑥불쑥 나타나는 원래의 '나'였다.


선생님이 적정 용량을 판단한 가장 1 순위의 기준은 '부작용'과 '불편감'이었다.

그 원래의 '나'가 너무 불편하다고 몇 번이나 얘기했지만 선생님은 약물로 인한 불편감이 아니라고 했다. 그러니까 몸을 진찰하고 처방을 할 자신의 고려대상이 아니라는 말일까? 나는 거침없이 나올 선생님의 답변이 무서워서 결국 묻지 못했다.













우울증에 걸린 것과는 별개로, 나는 지금 내 생활에 꽤나 적응되어 있는 상태였다.

일하는 시간 외에는 밤새 울며 술을 마시고 그 외 시간에는 자던, 내 진료 때마다 담당의가 입원을 진지하게 고민하던 중증환자에서 규칙적으로 병원을 다니고 약을 먹고, 최소한의 세상을 살면서 나름대로 결혼도 했고 밥벌이도 하고 있었다.


일기도 쓰기 시작했고 아직 예전처럼 서사는 쓰지 못하지만 온라인카지노도 시작했고, 타인의 글을 읽고 멀쩡하게 게시글을 남길 수도 있다.


이 정도면 나아진 것 아닌가.


거세한 감정으로 박제된 평온 속에 사는 게 차라리 낫지 않나.

예전의 나로 사는 것보다 이렇게 사는 게 슬롯적으론 환영받고 차리리 훨씬 괜찮은 것 같은데.






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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