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바다에 잠겨 코 근처에 넘실거리고 있는 물을 마주하는 기분이었다
자꾸 약이 나를 과거의 나를 끄집어낸다.
필사적으로 버텨오고 견뎌내며 살아온 나를.
이렇게, 이 방향의 치료가 나아가는 쪽이... 맞는걸까. 이 약들이 지금 나를 망치려고 드는 것인지도 모르겠어.
나를 지지하는 가족이 있었으나 그건 엄마 한 사람일 뿐이었고, 아빠는... 나를 믿는다곤 할 수 없었다. 자주 너만 믿는다고 했다가, 너 같은 건 믿을 수 없다고 했다가 하며 변덕을 부렸다. 나를 아껴주는 친구들도 있었지만 그건 자신의 마음이 여분일 때문이라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어려서부터 나는 내게 너무 많은 문제가 있는 것만 같았다. 너무 감정적이고 너무 시끄럽고, 아주 지나치고 차분한 동생에 비해서 어른스럽지 못하다고 여겨졌다.
한때는 누구에게나 좋은 사람이 되겠다고 가면을 쓰고 다녔을 때도 있었다. 하지만 언제나 최선을 다하고 있는 나로도 늘 부족했다. 그래서 원하지 않는데도 혼자였을 때가 많았다. 내가 상대방에게 무리를 하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잘해줄수록 상대를 짜증 나게 하는 것 같았다.
늘 불안 속에서 허덕였다.
삶에 대한 자신감이나 행복 같은 건 없었다.
한 번도 내가 예쁘다고 느껴본 적이 없었고 나를 날씬하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하다못해 많은 사람들이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웨딩화보도 내 눈엔 그저 그랬다. 몇 개월을 식욕억제제를 먹어가며 다이어트를 하고 피부과를 다니고 난 후 만든 결과였다. 나의 최대한이었는데도 예쁘지 않았다.
늘 실패자인 것 같았다.
때론 과거에 휘둘리고, 때론 과거의 내가 나도 모르게 튀어나와 현재를 엉망으로 만들고 말 거라는 불안과 공포에 휘둘렸다. 일기조차 한 글자도 쓰지 못하는 날이 늘어나고, 따로 처방받은 상비한 수면제를 먹어야 잘 수 있는 날이 점점 늘어났다.
그래도 사랑받고 싶어서 노력했지만 그럴수록 멀어졌다. 너와 있으면 너무 부담스럽다며, 너무 튄다며, 나는 괜찮지만 내 지인과 있으면 네가 말할 때마다 무섭다며...... 점점 나는 나를 의심해 갔고 불안은 끝을 모르고 짙어졌다
자주 외로웠다.
타인을 믿지 않는 건 아니면서도 가까워지면 누구에게나 버려질 수 있다고 의심하고, 때론 가정하며 늘 불안을 피우고 살았다. 그러더라도 상처받지 말자, 고 하루도 생각하지 않은 날이 없으면서도 사람을 좋아하는 마음은 시들지가 않아 매번 그런 마음을 안고 사람을 만났다.
구차했다. 저 말이 진심일까를 늘 생각했다. 내게서 아무것도 원하지 않고 그저 나를 즐겁게 해 주고 진심으로 사랑해 주는 사람이 있을까, 상상도 안 되었다. 잘 이해받지 못한다는 기분이 들었다. 친구들에게 그 관계를 설명하려고 입 밖으로 꺼내면, 심각한 문제도 아닌데 별 거 아닌 일로 고민한다는 말을 들었다. 그러면 나 자신에게 의문이 들고, 절망감이 커지고 외로웠다.
그러면서도 혼자인 건 두려워 이런 내 곁에 누군가 있다면 언젠가는 내게 질려 버려질 게 뻔하다 생각했다.
결혼은 자격조차 없다고 생각하고 언감생심 바라지 않았었다. 연인을 만나도 비혼주의자를 만났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부터 날 믿지 못하는 불안이 날 집어 삼켰고, 나는 내 행동을 검열했다.
인터넷으로 검색하며 이상해 보인다는 의견이 하나라도 있는 행동은 하지 않았다. 내 분별력이나 내 선택을 믿지 못해 무언가를 결정할 땐 타당한 이유가 있어야 했다. 이게 제일 낫다고 해서, 가성비가 좋아서… 가끔 내 마음에 드는 물건을 샀대도 결국 집에 두고 쳐다보는 게 전부였다.
타인은 전혀 공감하지 못하는 깊은 슬픔을 자주 느끼며 종잡을 수 없이 울었다. 그렇게까지하며 사는데도 나를 버리고 외면하는 사람들은 꾸준히 생성됐다. 그리고 그들은 모두가 행복해 보였다.
날 버버리고 간 그들은 행복하게 잘만 살고 있을 텐데 나는 왜 이렇게 시간이 지나도 아직도 무너지고 있는지 억울했다. 그러면서도 과거의 사건은 반복적으로 떠오르고 그것들은 늘 수치심을 범람하도록 끼얹었다.
일상의 너무 많은 것을 수시로 방해받았다. 케케묵은 기억들이 어제 일처럼 떠오르고 살아오며 몇 년에 한 번씩 사람이 바뀌어 일어나던 비슷한 사건들은 또 언제든지 사람만 바뀌어 일어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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