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서-마찰력

by늘람

어떤 말은
지나간 뒤에도 남는다.


사과를 받았다고 해서
곧바로 사라지거나,


시간이 흘렀다고 해서
저절로 옅어지지도 않는다.


분명히 잘못된 일이었다.


누군가는 상처를 주었고,
누군가는 그 일을
오래 몸 안에 품고 살아야 했다.


그날의 말.

그때의 표정.

아무렇지 않게 지나간 듯한 행동.


잘못한 사람에게는
이미 끝난 일이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상처를 입은 사람에게는
끝나지 않은 일이었다.


기억은
시간이 지났다는 이유만으로
스스로 사라지지 않는다.


용서.


그 말은 자주
잘못을 덮는 말처럼 들린다.


이제 그만하라는 말.

지나간 일이라는 말.

상대도 힘들었을 거라는 말.


하지만 용서는
그런 말들과 같지 않다.


용서는
잘못을 없던 일로 만드는 것이 아니다.


상처 준 사람에게
면죄부를 주는 일도 아니다.


아무 일도 없었다고
스스로를 설득하는 일은
더더욱 아니다.


잘못은 잘못으로 남는다.

상처는 상처로 남는다.


다만 그 일이
한 사람의 삶 전체를
계속 붙잡고 있지 않도록,


멈춰 있던 마음이
다시 움직일 수 있는 자리를
천천히 만드는 일이다.


움직이려는 마음 밑에는
보이지 않는 저항이 있다.


기억의 마찰.

분노의 마찰.

억울함의 마찰.


왜 그런 말을 들었어야 했는지,
왜 그런 일을 겪어야 했는지,
왜 아무렇지 않은 척 살아야 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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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의 결'과 '시간의 흐름'을 따라, 조용히 스며드는 이야기를 씁니다. 늘 머무르며 흐르는 글로 만나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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