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5시 20분.
집을 나서서 조금 걷다가 만나게 되는 시간.
그 시간에 늘 만나는 한 노인 그리고 그 노인의 강아지.
매일 스쳐 지나는 찰나의 시간
이런 우연이 있을까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나는 나의 시간의 사이클로 하루를 살아가고
그 노인 또한 그의 시간의 사이클로 하루를 살아간다.
그 시간의 사이클은 일정하게 반복되는 구간이 있고 그렇게 반복하는 사람들이 그 찰나의 순간에 스쳐 지나게 된다.
생각해 보면 그 노인뿐만 아니라 다른 공간에서도 늘 같은 시간대에 스쳐 지나는 사람들이 있고 사물들이 있다.
지금 막 올라탄 버스의 잔여석이 어제와 같다는 것은 어제 승차했던 사람들이 오늘도 버스에 올랐을 것이다.
우연이 아니라 각자가 가진 시간의 사이클을 돌면서 스쳐 지나는 순간이다.
그렇게 우리는 반복되는 시간 속에서 살아가고 어제와 그리 다르지 않은 하루를 살아간다. 어쩌면 그 반복의 순간은 그렇지 않은 순간들을 위해 존재하는 시간인지도 모른다. 그 순간이 있다는 것은 하루를 살아 낼 이유가 되는 것이다. 그 순간순간들이 모여 하루가 가득 차게 된다.
그러나 매일 반복되는 시간들의 순간이 다 똑같지는 않다.
아침 점심 저녁을 먹어도 항상 똑같은 음식을 먹는 것이 아닌 것처럼 조금의 변화 속에서 살아간다. 비슷한 시간의 사이클 안에서 순간순간을 살아가지만 조금씩 차이가 있다.
아침 출근길마다 만나는 노인과 그의 강아지가 산바카라을 하며 같은 길을 걷고 있지만 매일매일 그 길을 걸으며 느끼는 감정과 기분은 미세하지만 조금씩 다를 것이다.
나 또한 그 노인과 강아지를 아침마다 만나며
"도대체 몇 시에 일어나시는 것일까?"
"강아지는 이 시간에 산바카라을 하는 것을 좋아할까?"
그 노인이 보이지 않는 날에는
"무슨 일이 있는 것일까?"라는 생각까지 매일 시간은 순간을 지나지만 다른 생각을 하게 된다.
나의 하루의 사이클의 시작점에서 다시 원점으로 돌아오는 시간까지의 순간순간을 생각해 본다.
이 버스에서 내려 환승을 하고 사무실까지 10여분을 걷고 건물 게이트를 통과하고 엘리베이터에 올라 늘 같은 층에 올라선다. 사무실에는 늘 먼저 와 있는 두 사람이 있고 가볍게 인사를 하고 자리에 앉는다.
랩톱 컴퓨터를 켜고 모니터의 전원을 켠다. 윈도즈 로그인 화면이 떠 올라오면 로그인을 하고 회사 시스템에 접속을 한다. 하루를 살아갈 프로그램들을 띄우고 매주 요일마다 해야 하 일들을 점검한다.
그리고 나면 어제와 똑같지 않은 시간이 시작된다.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늘 같은 자리에서 모니터에는 시커먼 개발 도구들이 떠 있고 그 안에 어떤 순간에 실행되는 코드들이 실행을 대기하고 있지만 그 안에서 매일 다른 이들이 일어난다.
작은 모니터 안에서 하루 일과를 시작하고 마무리한다. 요즘은 사람들보다 AI와 일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삶의 변화가 생기기는 했지만 세상의 변화에 잘 적응하며 살아간다. AI가 보이지 않는 만능 도구가 아닌 동료가 되었다.
매일 같은 시간과 순간을 반복하는 것 같지만 가끔씩 이렇게 변화가 찾아온다. 이럴 때마다 긴장하게 된다. 틀이 깨지면 다시 그 순환의 사이클로 부드럽게 돌아가게 하기 위해서 에너지를 소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간은 그런 상황에 정말 빠르게 적응한다. 조금의 시간이 지나고 나면 고착된 것 같은 시간의 사이클을 다시 돌게 된다.
그렇게 조금씩 다른 시간들로 하루를 채우고 오후 5시가 되면 다시 반복의 사이클 구간에 들어서게 된다. 집을 나선 지 12시간 만에 회사에서도 나갈 준비를 한다. 컴퓨터를 끄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으로 내려와 지하철역까지 걷고 지하철이라 불리기보다 지옥철이 어울리는 열차에 몸을 싣는다. 콩나물시루 안의 콩나물이 되어 녹초가 되지만 다시 열차 환승을 하고 열차에서 내린 후 하루의 노고를 연기에 싫어 날려 보내고, 마지막으로 버스로 환승을 하고 집으로 돌아온다.
그 노인과 강아지를 만나게 되는 순간이 가져다준 생각들.
나를 돌아보게 하고 내가 돌고 있는 사이클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그 사이클 안에 갇혀 다른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하면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지금 돌고 있는 사이클에 고쳐야 할 문제점들이 있지 않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