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와 나

by노연석

하루 종일 비가 내렸다.

연일 계속되는 비에 내 마음도 젖어 버렸나 보다.

축 늘어져 시작한 하루, 하루 종일 젖어 있었다.

마음 한 구석 어딘가 축축함으로 가득 차 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집에 다 도착할 무렵 비에 젖은 바닥 위 물기를 가득 머금은 진흙을 밟았다.

아차, 할 찰나 오른발이 왼발에서 멀어지고 어깨에 메고 있던 가방은 바닥과 인사를 한다.


간신히 멈춰 섰지만 이미 무릎에서 통증이 느껴진다.

왜 이렇게 자주 미끄러져 넘어지는지 모르겠지만 잊을만하면 미끄러져 넘어지다 보니 무릎이 온전하지 못하다.

집으로 돌아온 내 꼴은 만신창이다.

여기저기 흙탕물이 튀어 있었다.

물티슈로 가방과 신발을 닦아내고 있자니 내 신세가 처량하기까지 하다.

아내는 위로의 말을 전했지만 내겐 신경을 거슬리기 하는 말로 들려온다. 화가 난다.

저녁을 빨리 해치우고 흡연장으로 향해 연거푸 두대의 담배를 피워 댓 지만 마음이 진정이 되지 않았다.

아파트 주변을 걷기 시작했다. 또 비가 온다.

혹시 몰라 들고 나온 우산을 펴고 걷는다.

또 넘어질까 걸음을 느리게 하며 바닥을 살피며 걷는다.

그러나 밟지 말아야 할 연석을 또 발고 살짝 미끄러진다.

이쯤 되면 바보가 아닌가 싶다.

다시 걷는다.

한참을 걷다 보니 마음이 진정되고 나니 자주 걸어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건강을 위해 담대도 끊어야겠다는 생각에 까지 이른다.

조심스럽게 할 수 있다고 채면을 걸어 본다.

걷다가 이런 생각이 찾아온 건 최근에 받은 건강검진의 결과 덕분이다.

작년보다 많이 나빠지지는 않았지만

하나둘씩 무언가 무너져가고 있다는 느낌 때문이다.

마음이 진정될 때쯤 집으로 돌아왔다.

30분 남짓의 걷기를 하는 동안 잊고 살았던 것들,

당장 해야 할 것들이 상기되었다. 잃은 것이 있지만 얻은 것도 생기는 걷기 시간이었다.

작용에 반작용이 일어난 것과 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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