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멈춰있다 보면 쪼그리고 앉아 있다 일어날 때 다리가 잘 펴지지 않아 정상으로 돌아오는데 조금의 시간이 걸리는 것과 같이 멈춰 섰었던 삶의 목적지로 가는 발걸음을 다시 내딛는 데도 약간의 시간은 필요하다.
그러나 다시 내딛을 수 있다면 그 짧은 시간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다시 시작했다는 것만으로도 목적지에 한 발 더 다가서는 것이다. 축하할 일이다.
불과 몇 개월 전 새로운 배에 올라탔었다. 도한 그 배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되었다.
늘 일어나는 일.
세상에 평화, 고요 같은 건 없다. 부딪히고 싸우고 갈등하고 역경을 이겨내야 한다. 자연스러운 일이고 담담히 받아들여야 한다. 거부하고 밀어내기 시작하면 전쟁이 시작되고 삶은 피폐해진다.
한두 번 겪는 일은 아니지만 어디를 가나 내적 갈등을 쌓고 있다가 폭발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나 또한 그런 경험을 한 적이 있었기 때문에 항상 그런 상황이 일어나지 않도록 신경을 쓴다. 그런 폭발 뒤 후회하게 되는 것은 나 자신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서 웬만하면 그런 갈등에 끼어들지 않으려 한다. 그 폭발은 냉전시대를 만들고 그 갈등과 관련이 없는 사람들까지 냉전의 그늘 아래 있게 만든다. 나 또한 그 사람들 중 한 사람이 되었다.
시간이 조금 흐른 뒤.
언제까지 지속될지 모르는 냉전 속에 갇혀 살 것인가?
언제 나는 다시 일어서서 가려던 목적지를 향할 것인가?
사람들과의 약속을 냉전 속에 묻어 버리고 살 것인가?
냉전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타고 나도 그 전쟁의 주인공들이 되어 버린 것은 아닐까?
이런 수많은 의문들이 머릿속을 가득 채우기 시작했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전쟁의 한 복판에 서서 조용히 숨죽여 다시 돌아올 평화를 기다리고 있었다. 자발적 멈춤이 아닌 것은 확실하지만 아니라고 말하기에 변명의 여지는 없다. 나 또한 침묵으로 동조하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멈춰 선 이유가 무엇이었든 간에 시작했던 순간을 뒤돌아 보고 그 시점의 나를 현재의 자리로 데려와 그때의 나와 분리된 현재의 나를 하나로 만들어 멈춤을 시작으로 전환해야 할 시간이 되었다. 애초에 그 전쟁과 그로 인한 냉전은 나와 관련이 없는 것이었다. 그저 전쟁의 주동자들의 눈치만 보며 그들이 화해하고 다시 출발할 때 묻어 가려했었다는 것을 스스로 숨기고 당연한 것처럼 그들이 되었었다.
그때는 어떤 마음이었었는지.
지금, 그때와 같은 마음인지.
같다면 무엇이 날 주저앉혔는지.
다시 시동을 걸 마음이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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