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추(立錐)의 여지없이'와는 다른 말이지만, 매미의 일생을 돌아보며
말장난이나 즐길 때가 아닐 텐데
문득 피부에 닿는 바람결이 얄미워
억지를 부려본다
입추가 몰고 온 찬 공기
계절의 손바뀜을
여지없이 전해주네
땡볕에 부지런히 온몸을 떨며
종족 번식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 땅이 쩌렁쩌렁 울리도록
격렬하게 유혹하던 너
한풀 꺾인 더위를 용케 알고
한결 차분해졌구나
한창 내 귓바퀴 신경 곤두세울 땐
짜증 나고 꼴도 보기 싫더니만
일찌감치 다음 계절을 예감하고
서둘러 다시 흙 속으로 돌아가려는
너희들의 재빠른 몸놀림
안쓰럽기 그지없구나
올여름은 유난히 짧고 강렬했지
많이 아쉽지만 별수 없이
우리, 내년에 다시 만나자
입하쯤이면 볼 수 있으려나
그럼,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