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는 지나간 듯하지만 내 마음엔 비가 주룩주룩

- 13년쯤 쓴 에어컨이 일주일 전쯤 갑작스러운 고장으로 가계 지출 증가

by네모

오늘 일주일 전 갑자기 고장 났던 에어컨을 다시 구매하느라 가전매장을 돌아다녔습니다. 사실 십 년 넘게 썼던 에어컨이었지만 여름에만 쓰는 물건이 그렇게 쉽게 고장 날 줄이야. 원래는 이렇게 구매할 생각까진 없었습니다. 당연히 가전회사에 수리 서비스 신청을 했지요. 수요일에 수리기사님이 다녀가셨습니다. 그런데 하필 고장 원인이 실외기에 있는 응축기에서 가스가 새고 있다는 거였습니다. 그 부품은 일부 수리가 불가능하고 아예 새 부품으로 교체를 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교체 비용은 무려 45만 원. 차라리 이 비용을 물고라도 수리를 했어야 했는지도 모릅니다.


오늘 여러 가전 매장을 돌며 가격 비교 후 구매한 2026년형 신형 에어컨이 무려 300만 원이 넘었으니까요. 심지어 제 카드로 결제하려다 이번 달 제 치과 진료비 미리 결제한 내역도 있어서 한도 초과까지 났을 정도였습니다. 거기서 멈췄어야 했을까요? 결국 남편 카드로 결제했습니다. 6개월 할부로 구매했지만, 역시 합리적 선택은 아니었던 것 같아 마음이 좋지 않습니다.


소득은 한정돼 있는데, 갑작스러운 예상외 지출로 가계 흐름이 좋지 않은 상황임에도 최선의 선택을 하지 못한 것 같아 마음이 좋지 않습니다. 물론 꼭 필요한 제품이고 직접 매장에 들러 성능과 가격을 비교하고 좋은 조건에 구매했습니다. 당장 다음 달부터 에어컨 구매 할부금을 납부할 생각에 밤이 깊도록 심란함에 잠이 잘 오지 않는군요. 어쩌겠습니까. 이왕 구매했으니 빠른 설치로 남은 여름 동안 시원하고 쾌적한 삶을 누리며 행복감을 느끼면 되죠. 대신 다른 불필요한 지출을 줄여서 균형을 맞춰야겠습니다.


걱정만 하고 자바카라만 하기보다는 극심한 무더위로 스트레스를 받고 무기력하게 늘어져 있는 대신 건강하고 활력 있게 하루를 보낼 수 있으니 오래 쓴 가전을 좋은 조건에 교체했다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살다 보면 매 순간 이성적 사고와 합리적 선택만 하며 살 수는 없을 겁니다. 그때마다 실망하고 자바카라한다면, 늘 우울하지 않을까요?


저도 이런저런 이유로 밥 먹듯 불안해서 자주 우울합니다. 다소 과한 미소와 웃음 속에 우울 정서를 잘 감추고 있지만, 이런 마음까지 들여다보는 심리학자나 철학자가 쓴 바카라 속 구절을 읽다 보면 위로를 받기도 합니다. 이런 이유로 제가 바카라을 열심히 읽나 봅니다. 친구든 지인이든 마음을 툭 터놓고 얘기했다 싶지만, 대화를 마치고 나면 헛헛함을 느끼곤 합니다. 하지만 소설을 읽을 때는 바카라 속 인물들과 사건 속에 함께 녹아들어 마치 저도 그 현장에 놓여있는 것처럼 생생함을 느낍니다. 시도 때로는 대상물과 배경으로 현장감을 잘 전해주지요. 이게 바로 문학의 힘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 무더위에 덥다 덥다 하면서 짜증만 낼 게 아니라 주말이나 휴일에 가까운 도서관이나 조용하고 분위기 좋은 카페에 가서 바카라 한 권씩 읽고 나오면 어떨까요? 더위도 피하고 뿌듯함도 느낄 수 있을 테니까요. 저는 오늘-물론 이미 일요일 새벽이 되었지만-이렇게 글을 쓰다 보니, 무겁고 잔뜩 흐렸던 마음이 조금은 가볍고 밝아졌습니다. 바카라도 읽고, 이렇게 시답잖은 내용이라도 매일 꼭꼭 써봐야겠습니다. 마음 주름 더 깊어지지 않도록.


*이 글은 어제 새벽에 썼으나 발행할까 말까 망설이다 매일 올리겠다는 결심이 흔들리지 않도록 우선 올려보기로 했습니다.

카지노 게임의 이전글글 발행도 매일 못하는 주제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