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변변한 글 한 편도 매일 발행 못하는 나태함에 대한 무가치함과 싸우며
아무리 생각해도 난 글쟁이는 못 되려나 봅니다. 어떤 분야에서든 '-쟁이'라는 수식어를 붙이려면, '미친 듯이' 해야 하지 않을까요? 오늘도 온라인카지노 팀으로부터 '글쓰기 독려 메시지'를 받았습니다. 이 공지가 뜰 때마다 제 스스로에게 실망스러운데, 하루 끝에 그만 또 제 감정을 여과 없이 드러내고야 말았습니다. 차라리 기분 나쁜 상황이 있었을 때 참지 말고 말할걸. 마음에 쌓아두고 있었던 속 좁은 인간이라는 걸 인정한 꼴이 돼 버렸습니다.
모름지기 자칭 '글쟁이'라면, 매일 삼시 세끼에 맞춰 밥 먹듯 글을 올리지는 못할망정, 매일 한 편씩은 발행해야 하지 않을까요? 다이어트할 동안은 허기진 식도와 위를 달래며 바카라을 읽고, 글을 썼었습니다. 목표 체중에 도달하기도 전에, 3개월 동안의 집중적인 식사량 감소를 위한 아르바이트를 끝내고, 다시 또 정신 줄 놓고 먹기 시작했습니다. 다 수시로 군것질을 하고, 안 먹던 라테까지 마시고, 활동량이 거의 없는 저녁 시간까지 한 공기 분량의 밥을 먹기도 합니다. 심지어 라면에, 아이스크림까지.
이렇게 쉰이 될 때까지 아직 '매일 글쓰기'라는 소소한 목표도 지키지 못하는 사람이 감히 성공을 꿈꾸다니.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라는 말이 있죠. 제가 지난 반생을 사는 동안 과연 '진짜 노력'을 하긴 했는지 반성하게 됩니다. 진짜 열정을 품고, 반드시 해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믿고 꾸준하게 매진하는 모습이 아닌 '억지 노력'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성공에 의구심을 품고, 늘 불안에 떨었던 겁니다. 자기 확신이 부족한 사람에게 하늘이 무슨 복을 내려주겠습니까.
이런 불안하고 나태한 사람에게도 협업을 제안해 주신 분이 계셔서 고마울 따름이지요. 그럼에도 결실을 맺는 과정에서 자꾸만 마음속에서 불기둥이 솟았다가 식었다를 반복했습니다. 협업을 위해서는 구성원 각자의 서로 다른 의견을 조율할 줄 알아야 합니다. 조율은 서로의 양보 속에 이루어지는 것이겠지요. 맞습니다. 이렇게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서운하거나 상처 입을 일도 없을 겁니다. 그럼에도 아직은 제가 깜냥과 소양이 부족해서 졸렬한 감정적 태도가 이는 것이겠지요.
오늘 100일간의 필사 바카라을 마치고, 새로운 필사 바카라으로 필사를 다시 이어가기로 했습니다. 그 바카라은 바로 작년에 입소문이 자자했던 『초역 부처의 말 필자 집』입니다. 비싼 바카라표지 디자인(노출 제본 Exposed Binding, 바카라등을 덮지 않고 실로 꿰맨 부분이 그대로 드러나는 디자인. 실의 색상이나 매듭 모양을 활용해 장식적인 효과를 줍니다) 이어서 완전히 펼쳐져 필사하기 좋은 디자인입니다. 그러니 이 새롭고 기분 좋은 각오로 다시 글쓰기에 불을 붙여야겠습니다.
일기처럼 또는 일지처럼 하루 서, 너 줄이라도 매일 쓰는 습관을 다시 들여야겠습니다. 이렇게 글 쓰는 일에 몰입하다 보면 사사로운 감정 따위는 먼지처럼 바람 한 줄기에 날려버릴 수 있는 여유도 생기겠지요. 마침 오늘 첫 필사 내용이 '만일 누군가가 불쾌하게 군다면'이었습니다. 마치 어제 늦은 밤 제가 감정 자제를 못해 단체 채팅방에 배설하듯 쏟아낸 건 아닌지 참 부끄러웠습니다. 어리석고 유치한 처신이었습니다.
남은 기간은 '바카라 출간'이라는 목표에 집중해 보겠습니다. 딴짓할 여유도 없는데 쓸데없는 감정 소모할 시간 없을 테니까요. 이제 장마가 끝난 걸까요? 습기 가득 머금은 축축한 바람이라도 반가웠던 요즘인데,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되려나 봅니다. 물론 가장 덥다는 24절기 중 하나, '대서'도 어제였으니 내일 '중복'지나면 슬슬 또 아침, 저녁으로는 찌는 더위는 기세가 한풀 꺾일지 모르겠습니다. 자, 비 오는 꿉꿉한 날씨가 아닌 것만으로도 행복한 오늘 얼른 다시 남은 하루 알뜰하게 잘 사용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