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월 14일, 내 세 번째 공저 시집이 출간되어 현관 앞에 배송되었다
첫 공저 시집을 출간하던 때를 떠올려봅니다. 그때는 지금보다 더 어설펐을 시를, 기꺼이 함께 출간해 보자고 제안해 주신 기성 작가이자 시인이신 오*환 작가님께 이 자리를 빌려 감사하다는 말씀 전합니다.
오 작가님과는 지역 공공도서관에서 주최한 글쓰기 좀 강의 때 처음 뵈었습니다. 당시 글쓰기 강의 진행이 시스템 에러로 원활하지 못했고, 강의 말미에 작가님은 '꾸준한 글쓰기에 관심 있는 수강생'들을 따로 모아 대면 모임에서 지역신문사에 투고 기회를 제안해 주셨습니다. 저는 서평에 대한 열의가 한창일 때라 신문사 독자투고란에 혹시 실어주실까 하는 마음에 서평 원고를 보냈었지요. 신문이라는지 면적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이기적 만연체였던 제 글은 무참히 깨졌었지요.
그렇게 시작된 만남은 글벗님들과 일 년 넘게 월 1회 정도 꾸준한 모임도 가질 정도로 정기모임이 되었습니다. 그러던 중 세 밴드를 운영 중이셨던 작가님은 제게도 세 밴드에 가입을 권유하셨습니다. 이미 시동호회 활동을 열심히 하시던 회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엔 제 시작(詩作) 실력이 많이 부족했을 텐데. 감사하게도 2023년 7월 어느 날, 제게 한 달 동안 시 열 편 정도만 추려서 원고를 보내달라 하셨습니다. 그렇게 보내드린 원고가 시집으로 완성되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바로 POD(Publish On Demand, 주문형 출판) 형식으로 출간했기 때문이죠.
이후 같은 해 우연히 온라인 시 창작 강의를 완강한 수강생들에게는 공동 시집 출간 혜택을 준다는 출판사 대표가 올린 광고를 보고 온라인 시 창작 강의 수강 후 두 번째 공저 시집을 발행했습니다. 이때는 출판사명으로 시집이 출간되었기에 POD 출판인 줄 미처 몰랐습니다. 게다가 N 포털에 시인 각자의 프로필도 소개해 준다고 하였기에 더더욱 정식 출간이라고 착각했었지요. 하지만 집 근처 공공도서관에 희망도서로 신청했다가 'POD 출판이라 비치 불가 도서'라는 담담 주무관의 거절 답변을 듣고 나서야 또다시 POD 출간임을 알게 되어 몹시 당황스럽고 좌절스럽기도 했습니다. 당시에 강의료가 꽤 비싸다고 생각되었는데, 수강료에 이미 POD 출판 요가 포함된 셈이었지요. 어쨌든 덕분에 N 포털에서 제 이름 석 자로 검색하면 제 출간 저작물이 함께 뜨니, 손해만 입은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두 번의 POD 출판 이후, 웬만하면 공저 출간은 그만하고 싶었습니다. 특히 산문이 아닌 시집 출간 말이죠. 그래서 작년 초에 정식 출간본이라는 공저 시집 의뢰에 들어왔을 때 단칼에 거절했습니다. 당시 15인 공저 시집이라고 했는데, 앞선 두 차례와 이번 시집은 참여 작가 수가 5명 내외였음에도 뭔가 제 스스로 충만함을 채우기에는 2퍼센트 부족한 느낌을 받았었는데 하물며 15인이라니요. 다수 공저 시집에 제 이름을 섞는 건 작가이자 시인으로서의 마지막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결심했습니다. 웬만하면 공저 출간은 이제 그만하자고.
하지만 좋은 기회와 인연으로 이번 세 번째 공저 시집 작업에 참여했습니다. 처음에는 독서모임 회원들로 뭉쳤던 분들이고, 함께 바카라을 읽으며 좋은 사유를 나누었기에 회원분 중 등단 시인이 신 작가님의 제안으로 매주 한 편씩 단체 채팅방에 시를 써올렸습니다. 그 시작은 작년 9월 말쯤 정기 모임에서 결정이 됐었는데요. 그때부터 각자 써서 모인 시가 6월 말 기준으로 서른 편을 훌쩍 넘겼습니다. 개인 일신상의 사유로 올해 들어서는 미처 시작(詩作) 활동을 할 수 없었던 분을 제외하고는 최소 5차례의 합평을 거쳐 각 20편 내외의 시를 모아 이번 한 권의 시집으로 엮어낸 것이죠.
우리는 가을, 겨울, 다시 봄을 지나 여름까지... 무려 네 계절을 지나왔습니다. 각자 사유의 결로 빚어낸 창작시를 꼼꼼한 합평 과정을 거치는 동안 좀 더 가독성 좋고 세련되게 다듬어졌습니다. 열심히 관찰하고 생각을 정리하여 한 편의 시로 만들어냈던 뿌듯함을 난도질당했을 땐 제 살이 도려내지는 듯 몹시 고통스럽고 야속한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그럼에도 독자들에게 사랑받기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거쳐야 할 과정이었기에 감수해야 했지요. 그렇게 여러 감정과 인쇄 전까지의 수차례 교정을 거친 시집을, 마침내 지난 8월 14일 아침 현관 문을 열고 맞았습니다. 작가로서 서점에서도 만나볼 수 있는 이 정식 출간본 저작물을 받아보는 기분, 마치 산고의 고통을 마친 임산부가 세상 밖으로 나온 아이를 만난 기분이랄까요? 뭔가 한 마디로 표현하기 힘든 기분이 들었습니다. 뿌듯하면서도 낯설게 느껴졌습니다.
다음 달 중순쯤 주말에 토크도 예정되어 있습니다. 내빈이 아닌 주최자로서 참석하는 행사라니. 설레기도 하고 긴장되고 걱정됩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숫자가 '3'입니다. 이 행운의 세 번째 공저 시집은 앞선 두 저작물과는 달리 독자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싶습니다. 혹자는 제 시집 선물에, "돈은 바카라이 팔려야 받는 거냐?"라고 물으시는 분도 있더군요. 평소 "돈"을 가장 사랑하시는 분이신데, 제 글이 돈이 되는 그날도 언젠가 오긴 오겠죠. 그날을 기다리며, 오늘의 이 한걸음에 힘을 실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