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조건] 서문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byHomo ludens

[지구를 떠나려는 인간]

1957년 10월 4일 소비에트 연방이 인류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를 지구 궤도에 진입시킨 사건은, 한나 아렌트(Hannah Arendt)가 『인간의 조건』(The Human Condition, 1958) 서문을 여는 출발점이다. 아렌트에게 이 사건의 의미는 기술적 성취 자체가 아니라 그것이 촉발한 대중적 반응에 있었다. 한 기자는 이를 두고 "지구에 대한 인간의 감금으로부터 벗어나는 첫걸음"이라 표현하였는데, 아렌트는 이 표현 속에서 인간이 자신에게 거저 주어진 것(the given)을 스스로 만든 것(the made)으로 대체하고자 하는 근대적 반란의 징후를 읽어낸다.


지구라는 물리적 한계를 벗어나 우주로 나아가려는 시도는 표면적으로는 인간 능력의 확장을 의미하지만, 아렌트는 이를 동시에 지구에 대한 부인으로 규정한다. 인간에게 주어진 조건을 수용하는 대신, 그것을 불완전한 제약으로 간주하고 완전히 인공적인 대체 환경을 구축하려는 태도가 그 이면에 자리하고 있다는 것이다.

오늘날의 인공지능 및 초거대 기술 체제는 구조적으로 동일한 지점에 위치한다. 육체적 노동뿐 아니라 고도의 지적·창의적 영역까지 인공적 시스템에 위탁하는 현상은, 현실 세계에 대한 부인을 디지털 메타버스 및 AI 생성 공간으로의 이행이라는 형태로 반복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스푸트니크가 인간의 신체를 지구 바깥으로 발사한 사건이었다면, 생성형 AI는 인간의 사유와 언어를 인간 자신의 바깥으로 이전시키는 유사한 구조를 갖는다.


['동물적 환경'과 '인공적 세계']

아렌트는 서문에서 이후 저작 전체를 관통할 구분을 미리 제시한다. 지구는 "인간이 아무런 수고나 인공물 없이도 움직이고 숨 쉴 수 있는 서식지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우주에서 유일할지 모르는" 조건이며, 인간이 그 위에 구축한 세계의 인공물은 인간의 실존을 모든 단순한 "동물적 환경과 구분"된다는 점을 지적한다.

주목할 것은 아렌트가 이 분리를 완결된 것으로 서술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녀는 곧이어 "생명 자체는 이런 인공적 세계 바깥에 있으며, 인간은 이 생명을 통해 살아 있는 모든 유기체와 관계한다"라고 부연한다. 즉 인공적 세계는 동물적 환경을 완전히 대체하지 못하며, 생명이라는 잔여 조건을 통해 인간은 지속적으로 그 환경에 결박되어 있다.


현대 과학기술이 문제적인 지점은 바로 이 미완의 분리, 곧 잔여로 남은 생물학적 조건—유한성, 생로병사, 신체성—마저 소거하려 한다는 데 있다. 체외수정, 유전자 조작, 수명 연장 등의 기획은 동물적 환경의 마지막 흔적까지 인공적 세계 안으로 흡수하려는 시도로 해석될 수 있다. 그 결과 지구는 지속 가능한 거주지가 아니라 생물학적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한 자원 채굴장이자 소모품의 배설 공간으로 재편된다. 아렌트가 서문에서 지시하는 것은 인공적 세계가 동물적 환경을 정리하는 장면이 아니라, 양자 사이에 남아 있던 불완전한 경계 자체가 소거되는 장면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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