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한 달에 태도가 더 잘 보이는 이유
퇴사를 앞둔 사람이 가장 많이 듣는 조언이 있습니다.
마지막은 좋게 나와라.
끝이 좋아야 다 좋다.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 실린 조사를 보면 기업의 약 75%가 퇴사 면담을 합니다. 정작 그 데이터로 회사가 무엇을 했는지 답할 수 있는 임원은 3분의 1에도 못 미쳤습니다. 퇴사자는 마지막으로 무슨 말을 남길지 고민하지만, 조직이 그 말을 실제 변화로 연결하는 경우는 생각보다 많지 않았던 겁니다.
퇴사 면담이 아니라면, 회사에 남아 있는 사람들은 퇴사자의 무엇을 보고 있을까요? HR 일을 하면서 자주 겪은 장면이 있습니다.
점심시간이었어요. 옆 테이블에서 식사를 하다가 우연히 듣게 됐습니다.
퇴사를 앞둔 사람이 동료 두 명과 이직하는 회사 이야기를 하고 있었어요.
연봉이 얼마나 오르는지, 어떤 프로젝트를 하게 되는지.
여기까지는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그러다 이런 말을 하더라고요.
"너네도 슬슬 다른 데 알아봐. 여기 계속 있는 건 좀 그렇잖아."
그 자리에서 듣고 있던 사람들은 앞으로도 계속 회사에 다닐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들도 저마다 이유가 있었겠죠. 지금 맡은 일을 끝내고 싶어서일 수도 있고, 옮길 곳을 알아봤는데 지금 회사가 낫다고 판단해서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 사정은 한마디에 정리됐습니다.
여기 계속 있는 건 좀 그런 선택이라고.
자리가 잠깐 조용해졌습니다. 아무도 반박하지 않았어요. 반박하려면 자기가 왜 여기 남았는지를 그 자리에서 설명해야 하는데, 점심을 먹다가 할 얘기는 아니니까요. 멋쩍은 웃음과 함께 넘어갔습니다.
본인은 좋은 뜻으로 한 충고라고 생각했을 겁니다. 자기가 좋은 선택을 했다고 믿으니 친한 동료에게도 권하고 싶었겠죠. 그런데 자기의 선택을 설명하다가 어느 순간 듣는 사람의 선택까지 평가해 버린 겁니다.
인수인계를 대충 했다던가 같은 것과는 조금 다른 문제입니다. 인수인계가 부실하면 일이 늘어나고 번거로울 수는 있겠지만, 어떻게든 메울 수 있습니다. 이런 말은 일이 아닌 남아 있는 사람의 선택을 두고 하는 얘기입니다.
그런 말은 퇴사가 정해진 뒤 훨씬 쉬워집니다.
재직 중에는 말에 대한 대가를 치러야 합니다. 이 회사가 별로라고 말해도 내일 다시 그 회사에 출근해야 되고, 그 말을 들은 사람들과 계속 일해야 하고요. 하지만 나가는 사람에게는 그 대가가 더 이상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 말을 들은 사람들만 남아서 계속 일하고 있을 테니까요.
퇴사할 때 지켜야 한다고 말하는 것들은 대부분 당연한 것들입니다. 맡은 일을 마무리하고, 필요한 것을 넘기고, 함께 일하던 사람들을 마지막까지 동료로 대하는 일이죠. 하지만 너무나도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잘 지켜지지 않습니다. 물론 몰라서 그러는 건 아닐테고요.
반대의 경우도 있습니다.
눈에 띄게 일을 잘하는 사람은 아니었습니다. 다만 맡은 걸 빠뜨리는 일이 없어서 같이 일하는 사람들의 평가는 좋았습니다. 퇴사를 얘기한 뒤에도 그대로였어요. 회의에서 의견을 내는 것도, 불만을 표현하는 방식도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마지막까지 조용히 자기 몫을 하다가 나갔어요.
특별한 걸 한 것도 아닙니다. 따로 감사 인사를 하지도 않았고, 열정적으로 인수인계를 한 것도 아닙니다. 그냥 남아 있는 사람들을 계속 동료로 대하다 나갔을 뿐이에요.
제가 지켜본 퇴사에서는 마지막 한 달에 그 사람 평가가 뒤집히는 일은 거의 없었습니다. 재직 중에 같이 일하기 힘들던 사람이 나가면서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이는 경우는 거의 못 봤습니다. 반대로 잘 지내던 사람은 대체로 끝까지 비슷하게 지내다 나갔고요.
퇴사가 사람을 바꾸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제약 하나를 없앨 뿐이죠.
재직 중에는 적어도 어떤 태도를 지킬 이유가 있습니다. 다음 달에도 같이 일해야 하니까요. 하지만 퇴사가 정해지면 그 이유가 사라집니다.
같은 기준을 지키는지, 더 이상 자신에게 돌아올 것이 없을 때 다른 사람을 어떻게 대하는지.
그때 평소에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합니다.
잘 나가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건 이미 다들 알고 있고, 나가는 사람 사정도 저마다 있으니까요. 다만 남아 있는 동료들을 향한 존중까지 같이 놓고 나갈 필요는 없습니다. 계속해오던 걸 굳이 마지막에 망칠 필요가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