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장이 조용했던 이유

일 잘하는 중간관리자일수록 하는 일이 보이지 않는다

byNARRIVO

드라마 「김부장」의 주인공은 저축은행의 회계팀 부장입니다. 딸을 홀로 키우는 중년 남자로 조용히 지내다가, 딸이 사라지면서 감춰뒀던 정체를 드러냅니다.

극 중에서 김부장의 실제 이름은 한 번도 언급되지 않습니다. 그를 부르는 말은 내내 직바카라입니다. 정작 그 직바카라만 봐서는 어떤 사람인지 알 길이 없죠. 일이 터지고 나서야 사람들은 무엇을 할 수 있는 사람인지 알게 됩니다.


회사에서도 부장이라는 자리는 일이 터져야 눈에 띕니다.

경영진이 이렇게 말했다고 가정해보죠.

"이번 분기에는 성과를 좀 냅시다. 비용은 줄이되 품질은 유지하세요."

방향은 있지만 그대로는 아무도 움직일 수 없습니다. 일도 사람도 기한도 빠져 있으니까요. 부장은 그 모호한 지시를 받아 우선순위를 정하고, 범위를 나누고, 기한과 담당자를 붙입니다. 먼저 할 일과 포기할 일도 여기서 정합니다.

반대로 실무자들의 의견도 듣습니다.

팀원이 말합니다.

"이 일정으로는 안 됩니다. 개발팀이 협조를 안 해줍니다."

그대로 상부에 얘기하면 위에서는 불평으로 듣습니다. 그러니 실무자의 말에 담긴 문제를 위에서 판단하도록 바꿉니다. 지금 일정으로 가면 무엇이 문제가 되는지, 기한을 지키려면 무엇을 덜어내야 하는지, 사람을 한 명 더 투입하면 무엇이 달라지는지 말이죠.

실무자의 사정을 경영진이 판단하도록 2~3개의 안으로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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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의 결정에는 늘 빈칸이 있습니다. 경영진이 모든 조건과 예외를 정해서 지시하는 일은 거의 없어요. 큰 방향만 오고 나머지는 실행하면서 드러납니다. 속도와 완성도 중 무엇을 우선으로 할지, 어디까지 현장에서 정하고 어디부터 보고할지. 그 빈칸을 메우는 몫이 부장, 즉 중간관리자에게 옵니다.


그들은 아직 문제라고 부르기 어려운 것들도 처리합니다.

회의에서 한 사람의 말수가 급격히 줄어든다거나,
두 부서가 같은 단어를 다른 뜻으로 쓰고 있다거나,
일정표는 정상인데 담당자가 이미 지쳐 있다거나.

여기서 먼저 면담을 하거나 일정을 손보면, 끝내 사건이 되지 않습니다.


위에서 내려오는 압박을 받는 자리이기도 합니다. 아래에서 치고 올라오는 압력을 받기도 하고요. 하지만 어느 쪽도 그대로 통과시킬 수는 없습니다.

무리한 요구를 그대로 지시하면 팀이 무너지고, 사정을 그대로 보고하면 팀이 무능해 보이기 때문이죠. 그래서 중간에서 번역을 합니다. 양쪽 모두에게 원래의 말을 그대로 옮기지 않으면서요.


중간관리자가 이 일을 잘 해내면 큰 사건이 없습니다.

모호한 지시는 실행에 들어가기 전에 정리되고, 무리한 일정도 사고가 나기 전에 조정됩니다. 팀원은 자기가 무슨 보호를 받았는지 알기 어렵습니다. 경영진은 현장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지 못합니다. 양쪽 다 정리된 결과만 보니까요.

위에서는 팀이 원래 유능한 줄 압니다. 아래에서는 회사가 원래 합리적인 줄 알고요.

그러다 한 번 어긋나면 상황은 달라집니다. 일이 터지고 나서야 사람들은 부장을 찾습니다.


오늘 조직이 별일 없이 굴러갔다면, 정말 별일이 없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누군가 별일이 되기 전에 먼저 처리했는지도 모릅니다.

드라마 속 김부장은 결국 문제를 해결합니다. 시청자는 그가 무엇을 했는지 전부 봤습니다.

현실의 부장은 문제가 사건이 되기 전에 해결합니다. 그 장면을 보는 사람은 몇 없습니다. 일이 잘 풀릴수록 더 그렇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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