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봇에게 700명의 업무를 맡겼던 회사가 1년 뒤 내린 결론
올해 1월만 해도 7%에 불과했습니다.
바로 미국 기업이 발표한 감원 인원 가운데 AI를 사유로 든 비중입니다. 하지만 5월에는 40%까지 그 비중이 증가했습니다. 6배 가까이 뛰었습니다. 반년도 채 되지 않아서 말이죠.
미국 기업의 감원 발표를 매달 집계하는 기관에 따르면 2026년 상반기 AI가 사유로 언급된 감원은 약 10만 개, 발표된 전체 감원의 약 23%였습니다. 2025년 한 해 동안 약 5만 개로 그 비중이 5%였다는 걸 감안하면 증가하는 속도가 무섭습니다. 올해 3월부터 6월까지 4개월 연속 AI가 감원 사유 1위였습니다.
AI가 5개월 사이에 더 똑똑해졌을까요?
물론 기술도 좋아졌겠지만, 그보다는 감원을 설명할 때 AI를 꺼내 드는 회사가 빠르게 늘었다고 보는 게 자연스럽습니다.
채용 정보를 다루는 한 기관의 수석 경제학자는 회사가 AI 때문이라고 말한다고 해서 그게 실제 이유가 되지는 않는다고 했습니다. 통계를 낸 기관조차 감원 사유가 여러 개 섞여 있어 오로지 AI 때문만이라고 하기는 어렵다고 단서를 달았습니다.
그렇다고 회사들이 다 거짓말을 한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진짜로 AI가 원인인 곳도, 이미 하기로 정해져 있던 비용 절감을 AI가 대신 설명해준 곳도 섞여 있을 겁니다. 통보를 받은 사람 입장에서는 이유야 어떻든 상관없겠지만요.
스웨덴의 결제 회사 Klarna는 2024년에 OpenAI 기반 챗봇을 고객 응대에 투입했습니다. 첫 달에 230만 건의 대화를 처리했고, 23개 국가에서 35개의 언어로 전체 고객 서비스의 67%를 맡았습니다. 회사는 이 챗봇이 상담원 700명분의 일을 한다고 발표했습니다.
Klarna가 챗봇 발표와 함께 상담원 700명을 해고한 것은 아닙니다. 700명은 단지 업무량을 환산한 숫자였습니다. 회사는 1년 넘게 추가 채용을 하지 않았고, 그동안 인력이 22% 감소했습니다. 대부분 인원 감축이 아닌 자연 감소였어요. 사람을 직접 내보내지 않고도 자리는 없앨 수 있습니다. 뽑지 않으면 되니까요.
회사 발표에 따르면 문의 처리 시간은 11분에서 2분 미만으로 줄었다고 합니다. 재문의는 25% 감소했고, 고객 만족도는 인간 상담원과 동등했다고 전했죠. 응대 1건에 드는 비용도 2년 사이 0.32달러에서 0.19달러로 40%나 떨어졌습니다. 숫자만 보면 챗봇 도입은 대성공이었습니다.
그런데 1년여 뒤 CEO의 평가는 달랐습니다. CEO는 비용이 지나치게 지배적인 평가 기준이 됐고, 그 결과 품질이 낮아졌다고 인정했습니다. 그는 챗봇의 성능보다 회사가 세운 평가 기준을 원인으로 지목했습니다. 비용만으로 성공을 판단하면서 자동화할 수 없는 일까지 AI에 의존했던 셈이죠.
그 뒤 Klarna는 사람을 다시 뽑기 시작했습니다. 다만 챗봇 사용을 중단하지는 않았습니다. 단순한 문의는 계속 챗봇이 맡았고, 사람은 챗봇이 처리할 수 없는 문제를 맡았어요.
한 리서치 기관의 보고서 '2026년 미래 업무 전망'에서는 이런 일이 더 늘어날 거라고 봤습니다. AI를 이유로 없앤 자리의 절반은 조용히 다시 채워지되, 상당수는 인건비가 적은 국가로 옮겨가거나 이전보다 낮은 임금을 지불할 거라고 했습니다. 이 보고서는 AI를 이유로 사람을 줄인 결정을 후회한다고 답한 고용주가 무려 55%라는 통계까지 함께 전했습니다.
후회한다고 해서 원래 조건으로 되돌리지는 않는다.
이게 이 예측의 요지입니다.
Klarna가 다시 만든 자리도 그런 형태였습니다. 원격으로 접속해 필요한 시간에만 일하는 방식이었습니다. 회사가 채용 후보로 언급한 이들은 학생, 지방 거주자, 서비스를 잘 아는 이용자였습니다. CEO는 이를 '우버 같은 구조'라고 표현했어요.
일은 다시 돌아왔습니다. 단 원래 그 일을 했던 사람은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덧붙여 Klarna의 CEO는 사람이 하는 응대가 거의 VIP 서비스처럼 여겨질 거라고 말했습니다. AI가 가장 단순한 응대를 처리하는 세상에서 말입니다. 사람 손을 거치는 응대가 그만큼 귀해진다는 얘기입니다. 그 응대를 맡는 사람은 필요한 시간에만 접속해서 일하고요.
회사가 인원을 감축할 때 가장 먼저 보는 건 인건비입니다.
한 사람당 얼마, 몇 명이면 얼마.
계산 자체는 합리적이죠. 다만 사람이 나가면서 같이 빠져나가는 것들은 고려하지 않았습니다.
문서 어디에도 없지만 다들 그 담당자에게 물어보던 판단 기준.
예외가 생겼을 때 누구에게 공유해야 하는지 아는 감각.
고객이 말하지 않은 요구를 알아듣는 맥락.
몇 년 전에 같은 걸 시도했다가 왜 안 됐는지 아는 기억.
Klarna가 뒤늦게 인정한 품질 문제도 비슷한 상황에서 발생했습니다. 챗봇은 반복되는 질문을 처리했지만, 반복되지 않는 질문까지 사라진 건 아니었습니다.
Klarna는 잘못된 판단을 되돌려야만 했습니다. 없앴던 자리를 다시 만들어야만 했고요.
되돌아오지 않는 건 시간이었습니다.
회사가 판단을 고칠 때까지 자리를 잃은 사람이 보낸 시간.
다시 만든 자리에는 다른 사람이 앉았고, 근무 조건은 그사이 한 번 더 낮게 조정됐습니다.
AI가 일을 없앤 건지, 회사가 AI를 이유로 사람을 줄인 건지는 시간이 지나야 알 수 있을 겁니다. 회사의 판단은 되돌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판단에 따라 자리를 잃은 사람의 시간은 그렇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