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쁜 화석 구경하세요.

4시간 동안 찾은 화석은?

by빛나다온


바닥에 바스락거리며 쌓여가는 갈색 낙엽과 민들레 홀씨를 보니 어느덧 가을이 왔음을 느낀다.



가을이라 그런지 바다도, 하늘도, 구름도 경계가 또렷하다. 예쁜 바다를 바라보다 문득, 다시 찾고 싶은 것이 떠올랐다.



"이번에는 반드시 기필코 물고기 화석을 찾고야 말겠어"


그동안 조개나 나뭇잎 화석은 제법 찾았지만 물고기 화석은 팔레오 작가님 글에서 보고 바다화석 박물관에서만 보았지 내가 직접 찾지는 못했다. 헤엄치며 자유롭게 돌아다녀서 화석으로 남기 어려웠던 걸까? 더 오기가 생겼다. 산바카라할 때마다 눈에 들어오는 지층을 보면 호기심에 손이 근질근질하다.




"저 안에 분명 물고기 한 마리쯤은 숨어 있을 텐데..."



특별히 장만한 탐사 장비는 다*소표 망치. 그리고 나의 탐사 정신과 체력이다.




내 키보다 높은 절벽 옆 철망을 사다리 삼아 냉큼 올라갔다. 다행히 어릴 적 '다람쥐'라고 불리던 실력과 봉 잡는 힘, 셔플 하는 다리 힘으로 금세 올랐다.



물론 올라가면 안 되는 곳인 건 아는데 너무 찾고 싶어서 그만...(한 번만 눈 감아주세요.)



막상 올라가서 내려다보니 제법 높았다.



지층벽은 건들면 무너질 수 있기에 이미 떨어져 있는 이암들만 망치로 톡! 톡! 두드릴 때마다 랜덤박스를 열어보는 기분이었다.




쪼개진 틈 사이로 양각과 음각의 조개 실루엣이 모습을 드러냈다.



"오~ 저기도 조개. 여기도 조개네"


처음 나뭇잎 화석과 조개 화석을 발견했을 때만 해도 엄청 좋아했는데 이제는 제법 담담해졌다.



https://fishingproductfr.com/@narang7942da/177

https://fishingproductfr.com/@narang7942da/179




"조개네. 또 조개야? 물고기야 제발"







그래도 사진은 열심히 찍었다. 장갑을 벗고 찍고, 다시 장갑을 끼고 쪼개고 또 찍고... 옷도 가방도 먼지가 묻었지만 찾고, 찍고, 쪼개고, 또 찾고. 그렇게 화석 탐사는 점점 노동이 되어갔다.


나무그림 깉다.



그러다 잎사귀 하나가 온전한 모습을 드러냈다. 미세한 톱니 모양과 가느다란 잎맥까지 선명했다. 돌 위에 찍힌 작은 판화 같았다. 주황빛 색과 어두운 흔적이 어우러진 모습은 어쩐지 한복 저고리의 깃처럼 보였다.





지나가던 분들이 나를 올려다보며 놀란 표정으로 말을 건넸다.


"안 무서우세요?" (네. 안 무서워요.)
"뭐 하시는 거예요?" (물고기 화석 찾아요.)
"화석 좀 찾으셨어요?"(조개랑 나뭇잎만 나오네요.)
"어떻게 올라가셨어요?"(철망 타고요.)


그러자 마지막 질문이 날아왔다.
"어떻게 내려오시려고요?"
(... ... 그... 그러게요.)

올라가는 것만 생각했지 내려오는 건 생각하지 않았다. 뭐, 뛰어내리면 되겠지.(결국 한참을 걸어서 조금 낮은 곳을 찾아 뛰어내렸다.)

그 와중에 한 신사분은 나를 보더니 본인도 화석을 찾아보겠다며 일행을 먼저 보내고 탐사에 합류하셨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물고기만 생각했다. 쪼개고, 또 쪼개고. 그렇게 수천만 년의 세월을 망치로 두드리며 사투를 벌인 시간이 어느덧 4시간이 지났다.

큰것은 망치 필수


동영상입니다.

오른손엔 휴대폰 왼손엔 망치들고 쪼개는 중, 망치로 두드리는 소리가 개인적으로 참 듣기 좋다.



장갑 낀 손끝은 하얗게 먼지투성이가 됐고 내가 쪼갠 이암조각들이 수북했다. 그런데도 물고기는 없었다.

이 틈에서도 식물은 자라고...



'오늘도 실패인가.'

아쉬운 마음으로 망치를 가방에 넣으려는데 묵직해 보이는 둥근 암석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납작한 암석들과 달리 제법 입체적이고 단단했다. 돌려서 보니 하트 모양이다. 겉껍데기는 사라진듯하고 그 안을 채우고 있던 진흙이 굳어 남은 듯한 조개 화석이었다. 눈길을 끈 것은 가운데를 가로지르는 선이었다. 선을 보니 조개의 양쪽 껍데기가 맞물리던 흔적 같았다.


"이거 정말 조개화석 맞죠?"




물고기를 찾겠다는 집념으로 4시간을 찾았지만 내 손에 들어온 건 조개였다. 아쉽지 않았다. 어느덧 해가 지고 있었다.




집에 들고 와서 관찰해 보니 조개가 분명하다.



우리는 살아 있는 동안 수많은 흔적을 남긴다. 말 한마디, 사진 한 장, 누군가의 기억 속에 남은 작은 장면, 물건들... 그렇다면 나도 언젠가 시간이 아주 오래 흐른 뒤 누군가가 우연히 발견했을 때


'여기 빛나다온이 살았었구나.'


하고 알아볼 수 있는 흔적 하나쯤 남길 수 있을까?
물고기 화석은 못 찾았지만 조개화석이 내게 꽤 근사한 답을 건네준 날이다. 물고기 화석을 내 손으로 직접 쪼개어 만나는 그날까지 나의 즐거운 탐사는 계속될 듯하다.





#화석 #물고기 화석 #나뭇잎 화석 #망치

이전 13화거인이 펼친 부채 같은 주상절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