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은 언제나 가장 먼저 체포된다
https://www.youtube.com/watch?v=pkcJEvMcnEg
새벽 다섯 시 사십이 분, 방 안은 아직 밤의 소유였다. 커튼 끝이 미세하게 들썩였지만 바깥의 빛은 들어오지 못했고, 바카라상 위에 놓인 물컵은 검은 유리처럼 아무것도 비추지 않았다. 그때 휴대전화가 울렸다.
정확히 말하면 울음이라기보다 작은 전자 장치가 가진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는 소리였다. 손바닥만 한 물건이 침대 옆에서 몸을 떨며 어둠을 깨물었다.
잠에서 막 빠져나온 사람은 늘 자기 이름을 잃는다. 눈을 뜨는 순간, 어제와 오늘 사이 어디쯤에 걸쳐진 낯선 존재가 된다. 천장 무늬가 처음 보는 지형처럼 느껴지고, 이불속에 구겨진 다리는 남의 팔다리 같다. 그런데 알람은 그 잠깐의 무국적 상태를 허락하지 않는다.
침입자는 신분증 검사를 하듯 얼굴을 들이민다. 아직 돌아오지 않은 의식을 잡아채어 출근하는 사람, 약속이 있는 사람, 지각하면 안 되는 사람으로 강제로 등록시킨다. 깨어나는 것이 아니라 체포되는 쪽에 가깝다.
알람을 끄지 못한 적이 있었다. 분명 화면을 눌렀는데도 소리가 멈추지 않았다. 손끝이 땀에 젖어 미끄러졌고, 실수로 스누즈 버튼을 눌렀는지, 아니면 꿈속에서 그 동작을 했는지 알 수 없었다. 소리는 멈춘 듯하다가 몇 분 뒤 다시 시작되었다. 그 몇 분 동안 이미 샤워기를 틀고 있었고, 거울 앞에서 면도 크림을 턱에 바르고 있었다.
거품을 문 얼굴로 갑자기 다시 울리는 소리를 들었을 때, 방금 전의 자신이 아직 방 안 침대에 누워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씻고 있는 사람과 누워 있는 사람이 동시에 존재하는 아침. 그 사이를 오가는 것은 늘 기계였다.
누군가는 알람을 습관이라 말한다. 하지만 습관은 문을 두드리지 않는다. 그것은 바람처럼 스며들거나 천천히 살에 배는 것이다. 반면 이 소리는 매번 문고리를 부수고 들어온다. 아주 짧은 몇 초 동안, 침묵으로 이루어진 집 안 전체가 한 점으로 찢어진다.
유리창, 서랍, 신발장 속 운동화 끈, 싱크대에 어젯밤 남겨둔 컵의 가장자리까지 동시에 흔들린다. 전혀 관련 없는 사물들이 같은 명령을 듣는다. 일어나라. 하지만 실제로 일어나는 것은 몸이 아니라 시간이다. 시간이 먼저 침대에서 내려와 커튼을 젖히고, 몸은 그 뒤를 마지못해 따라간다.
중학교 때 사용하던 자명종은 둥근 철제였다. 은색 종 두 개가 머리처럼 달려 있었고, 위쪽 망치가 좌우로 흔들리며 귀청을 때렸다. 어머니는 방문을 열지 않았다. 그 기계가 대신 들어갔다. 눈꺼풀을 붙들고 있던 밤을 찢어놓고, 아직 꿈속 교실에 앉아 있던 아이를 바카라상에서 밀어냈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