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알아채지 못해도
https://www.youtube.com/watch?v=jIrdQptsJts&list=PLppVAByvRddUENQPuuFFhhGtTA12ienLJ&index=8
그의 집은 오래 모아둔 것들로 가득했다.
비스듬히 열린 문 사이로 오후의 빛이 들어왔고, 먼지가 그 빛 속에서 천천히 움직였다.
장롱, 한쪽 다리가 짧은 의자, 빛바랜 사진, 쓰다 만 연필. 버리지 못한 것들이 서로 기대고 있었다.
그는 낡은 셔츠를 입고 다녔다.
목둘레가 헐거웠다. 소매 끝은 몇 번 접었다 편 사람처럼 부풀어 있었고, 단추 하나는 실로 겨우 매달려 있었다. 주머니에는 오래된 영수증과 동전 몇 개, 작은 나사가 들어 있었다.
그는 그것들을 꺼내지 않았다.
가끔 셔츠 목을 잡아당겨 코끝에 가져갔다.
잠시 맡아보았다.
그러고는 욕실로 들어갔다.
비누 냄새가 오래 났다.
목덜미를 문지르고, 겨드랑이를 씻고, 젖은 머리를 수건으로 털었다. 거울에는 김이 서렸다.
시장에 가서 두부 한 모와 파 한 단을 샀다. 봉투를 받아 들고 천천히 걸었다.
파 냄새가 셔츠 안쪽까지 따라왔다.
집에 돌아와 냄비에 물을 올렸다.
저녁을 먹고 식탁에 흘린 국물을 행주로 밀었다. 나뭇결 사이에 자국이 남았다.
그는 창문을 열었다.
바람이 들어왔다.
얇은 소매가 팔에 붙었다 떨어졌다.
그는 다시 한번 소매를 걷어올렸다.
가을이 깊어지는지 조금 서늘하다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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