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치수의 계절

소매 끝에서 발견한 가을

by적적


https://www.youtube.com/watch?v=iXQUu5Dti4g&list=RDEMo1pnOuN0J4ZzmIfrwxpP0w&start_radio=1&rv=Qr0-7Ds79zo

이 서늘함이 맞는 건지 모르겠어 일단 플레이를 누르면.. 알겠지.



셔츠 소매가 자꾸 손목을 덮었다.

아침, 창틀을 비껴 들어온 빛이 식탁 모서리에 걸렸다가 그의 팔등으로 옮겨갔다. 흰 셔츠가 누렇게 떠 보였다. 팔을 내릴 때마다 소매 끝이 손목뼈에 닿았다.

모퉁이를 돌자 공기가 달라졌다.



셔츠 안쪽으로 들어온 차가운 기운이 팔을 타고 올라왔다. 천이 팔에 붙었다 떨어지면서 손목의 가는 털이 잠깐 드러났다. 몇 걸음 지나자 소매는 다시 손등을 덮었다.

며칠 뒤, 건물 사이로 길어진 그림자가 보도 위에 누워 있었다.


그는 그 경계를 밟고 걸었다. 신발 끝이 어둠에 들어가고 바짓단이 따라 들어갔다. 셔츠의 봉제선도 그림자 속으로 사라졌다. 손목은 보이지 않았다.

그날 셔츠에는 은행잎 하나가 붙었다.

노란 잎이 봉제선을 따라 미끄러지다 팔꿈치 가까이에서 걸렸다. 잎맥이 손등의 잔주름처럼 가늘었다.

팔을 한 번 털자 잎이 떨어졌다.

발등을 스치고 보도 가장자리로 굴러갔다.

집에 돌아와 셔츠를 벗었다.



의자에 걸어두자 한쪽 소매만 길게 늘어졌다. 끝이 바닥에 닿을 듯 말 듯했다. 그는 손가락으로 천을 한 번 집어 올렸다가 놓았다. 접힌 부분이 천천히 펴지면서 다시 축 늘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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